초췌한 꼴로 여인이 서 있었습니다.
그녀의 목에는 종이 푯말이 걸려 있었습니다.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북한에서 돈 백 원이면 밀가루 빵을 한 봉지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엄마다 밀가루 빵 한 봉지에
자기의 딸을 팔겠다고 써 붙이고 서 있는 것입니다.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그 여인 옆에는 6살쯤 돼 보이는 어린 딸아이가 머리를 푹 숙이고 앉아 있었습니다.
어린 자식을, 그것도 빵 한 봉지 값에 팔다니...
사람들은 너나없이 욕했습니다.
"저년 완전히 미쳤구먼"
"아무리 먹고살기 힘들어도 어떻게 자식을 팔아?"
"생긴 건 바람둥이처럼 매끈한데 속은 흉물스럽기 짝이 없군"
"요즘 별의별 사람을 다 보겠군"
노인이 나서서 어린 딸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애야, 저 여자 네 엄마냐?"
어린 딸아이가 선뜻 대답을 못하자 사람들은 꼬집듯이 다시 물었습니다.
"네 엄마가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
"우리가 있으니깐 일없어, 어서 말해"
어린 소녀가 마침내 일어섰습니다.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어린 소녀아이는 엄마 옆에 꼭 붙어 서며 말했습니다.
"맞아요. 울 엄마예요"
'뭐라고?어린 자기 딸을 빵 한 봉지에 팔아 먹는 에미라니...'
사람들은 흥분으로 술렁댔습니다.
"야 개.년아 아이를 팔겠으면 제대로 팔아라.
백원이 뭐냐"
"개도 삼천 원인데 딸이 개 값도 안되냐!"
"제 입도 풀칠하기 힘든 세상에
누가 돈 주고 아이를 갖다 기를 사람이 있겠다고 저 지랄이야"
"그러게 말이지. 차라리 아이를 키워달라고 사정하면 동정이라도 받겠다!"
"백 원으로 부자 되겠냐 개.년아!"
사람들의 고함 소리에도 여인은 두 눈을 내리깐 채 작은 움직임도 없었습니다.
사람들 눈에는 그게 더 얄미웠나 봅니다.
"야 할 말 있으면 어디 변명이라도 해봐. 저거 벙어리 아니야"
누군가 나서서 큰 소리로 아이에게 아버지가 없는지 물었습니다.
다시 사람들은 조용해졌습니다.
어린 딸아이는 좀 더 가냘픈 목소리로 맥없이 중얼거렸습니다.
"아버지는 없어요.먹지 못해서..."
여기까지 말하다가 어린 소녀는 갑자기 머리치켜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릿또릿한 음성으로 소리쳤습니다.
"우리 엄마 욕하지 마세요. 울 엄마 지금 암에 걸려서 죽으려고 해요."
소녀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움찔했습니다.
엄마가 죽어간다는 소리치는 딸아이의 목소리에도
30대 여인은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떨군 채 묵묵히 서있었습니다.
그녀는 벙어리였습니다.
암에 걸려 죽어가면서 딸을 위해 벙어리 엄마가 선택한 것은
"내 딸을 돈 백 원에 팝니다."라는 푯말이었습니다.
적막이 흘렀습니다.
어느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목소리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모든 사연을 쏟아 놓으며 통사정이라도 했을 텐데..
흥분해서 욕지거리를 해 대는 사람들을 향하여 변명이라도 늘어놓았을텐데..
이제 곧 죽어야 할 애미를 보면서 흥분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침통한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누군가 침묵을 깨고 탄식을 늘어놓았습니다.
"저 여자 죽으면 애는 어찌 사노?"
"친척 중에 애 기를 사람이 없을까?"
"아주머니, 요즘 누구나 먹고살기 힘든데
남의 아이를 돈 주고 데려다 키우겠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소?
그러니 이 돈 가지고 가시오"
누군가 5백 원을 꺼내 여인의 손에 쥐여주고 대신 목에 걸린 푯말을 벗겨냇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서 말들이 나왓습니다.
"어서 그렇게 해요. 여기 나와 있어야 병이나 더 심해져요.
엄마가 살아야 아이도 살지"
"날도 찬데 아이 데리고 어서 가요."
그러나 여인은 돈을 돌려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내 딸을 돈 백원에 팝니다."라는 푯말을 다시 목에 걸었습니다.
5백원보다 딸아이를 부양해달라는 마지막 사정 같았습니다,
자기는 그 돈에 살아날 목숨이 아니라는 의미 같기도 했습니다.
"내가 아이를 데리고 가겠소. 나에게 돈 백원이 있소.
백 원으로 당신 딸을 산다기보다 당신 모성애를 사는 것이니 그렇게 아시오"
이때 한 사람이 나서서 백 원을 벙어리 여인의 손에 쥐어주고 딸 아이 손을 잡았습니다.
여인은 처음에는 반사적으로 그 사람의 팔을 잡고 안절부절 못하는 듯 싶더니
이내 손에 백 원을 쥐고는 사람들을 밀어내며 어디론가 급히 달려갔습니다.
사람들은 결국 애미가 아이를 버리고 달아났다고 생각했습니다.
6살 어린 딸아이도 당황 한 듯 싶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여인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펑펑 울면서 숨차게 달려오기 바쁘게 여인은 어린 딸 아이 앞에 무너져 앉으며 손의 쥔 것을 내밀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이를 판 백원으로 사 온 밀가루 빵을 아이의 입에 넣어주고 있었습니다.
밀가루빵을 양볼에 가득넣은 딸아이는 알아들을수 없는 말로 엄마에게 말했다 어머도머거요(엄마도 먹어요) 그러자 엄마는 쓴 미소를 보이더니, 딸이 금새 흘린 눈물 자욱을 엄지손가락으로 훔쳐주더니, 이윽고 일어섰다. -자..이제 그만 가도 되겠소? 아이가 보고싶거든, 내가 주소를 적어줄테니, 이쪽으로 와서 가끔씩 들여다보구려 정 그게 아니면 내가 괜찮은 병원이라도 소..... 아이를 데려가는 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전에 엄마는, 크게 인사를 하더니, 뒤돌아서서는 다시는 돌아보지 않았다. 엄마! 건강해야되요! 우리 또 만나요! 딸아이가 소리를 치자, 엄마는 가던길을 멈췄다. 그러고서는 소리없이 어깨만 들썩거렸다.
들썩들썩 떠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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