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나이에 감흥이 있는 편인가요? 올해 서른이 되었어요. 음악적으로는요. 나이에 따라 그때그때 같은 것도 느끼는 바가 다른 변화가 재미있어서 나이가 음악적으로는 좋은 소재라고 생각해요. 지난해에 낸 정규 음반
은 20대에 건네는 마지막 인사이자 스물아홉을 기념한 것이고, 그 전에도 ‘스물셋’, ‘팔레트’, ‘에잇’ 등 나이를 기록하는 음악이 많았어요. 서른이 되는 시점은 어땠어요? 꾸준히 자신을 관찰해온 터라 서른이 되는 순간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요.집에서 연말 시상식을 보고 있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는 순간 갑자기 설렘 같은 게 피어오르는 걸 느꼈어요. 20대 후반에 약간 무력감이나 권태감이 있었거든요.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이었어요.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고요. 아직은 연초라 그런지 그 순간의 기분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 기분으로 뭔가 행동에 옮긴 게 있나요? 20대 때 추상적으로 꿈꾸던 일이 있어요. 공연을 하거나 작업물을 남길 수 있는 작은 스튜디오 겸 공연 장을 여는 거예요. 작업실이 아니라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여유가 되면 동료 아티스트에게 대여도 해주는 공간이요. 계속 상상만 하다가 서른이 된 기념으로 한번 해보자는 결심이 섰고, 지금은 그 생각을 구체화하는 중이에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10년, 30대에는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요? 놓치고 싶은 않은 희망이 있다면요? 제가 엄마의 영향으로 여러 방면으로 기부하려고 노력하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어린이나 노인분들을 위한 복지도 중요하지만,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나이가 오히려 청년기일 때가 아닌가 싶어요. 그 시기를 조금 앞서 지나온 사람으로서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엄마와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 방법을 찾는 것만으로도 제 30대의 성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고,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배우로선 대중이 기꺼이 본인의 시간을 투자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작품이 나왔다고 하면 기꺼이 시간을 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면 좋겠어요. 동시에 여전히 궁금하게 만드는 뮤지션이고 싶고요. 이러나저러나 큰 꿈은 없어요. 20대 때 제가 원한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했고, 많은 성과를 냈어요. 이제는 제가 활동하는 모습이 팬들에게 편해 보이면 좋겠어요. ‘언제까지 음악 하고 연기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 적 있나요? 있죠. 지난해에 귀가 평상시 같지 않다는 걸 느끼면서 ‘만약 마음껏 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을 했어요. 지금은 방법을 찾아가고 있긴 한데, 언제까지나 내가 원하는 컨디션으로 일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꼈어요. 생각해 보면 유달리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닌 데다 남들보다 저체중인 사람인데, 그렇게 바쁘게 일했으니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겠다 싶더라고요. 나를 잘 돌봐야 오래 일할 수 있겠다, 이러나저러나 건강이 최고구나 싶어요. 30대가 되면 이런 생각을 한다더니, 저도 하게 되네요. 이건 과학인가 싶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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