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 받은 MVP 오지환 "회장님 유품, 구광모 회장께 드리겠다"

266 0 0 2023-11-14 00:18: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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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넘게 주인을 찾지 못했던 롤렉스 시계가 주인을 찾았다. 주인공은 LG 트윈스 캡틴 오지환(33)이다.

LG는 13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23 신한은행 쏠 KBO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5차전에서 KT 위즈를 6-2로 제압했다.

이로써 LG는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KS 우승을 거머쥐었다. 정규시즌 1위로 KS에 직행한 LG는 1차전에서 2-3으로 석패했지만, 2~5차전을 내리 이겨 우승을 확정했다.

LG가 통합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94년 이후 29년 만이다. 1990년, 1994년에 이어 통산 3번째 통합 우승이다.

KS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는 오지환에게 돌아갔다. 오지환은 KS MVP 기자단 투표에서 93표 중 80표(득표율 86%)를 얻어 MVP로 뽑혔다.

2009년 1차 지명을 받고 LG에 입단해 15년째 '원 클럽맨'으로 활약 중인 오지환은 29년 만의 LG 우승을 자신의 손으로 이끌고 MVP를 품에 안았다.

20년 넘게 LG 구단 대표이사 금고 안에 잠들어 있던 롤렉스 시계도 오지환의 차지가 됐다.

야구 사랑이 각별했던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1997년 해외 출장 중 800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고 알려진 롤렉스 시계다. 팀이 다시 한 번 정상에 서면 MVP에게 부상으로 주기로 했다.

예상보다 LG 우승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LG는 1997~1998년, 2002년 KS에 진출했으나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구 전 회장도 롤렉스의 주인을 보지 못한 채 2018년 눈을 감았다.

LG가 29년 만에 우승의 한을 풀면서 드디어 롤렉스 시계는 세상 밖으로 나왔고, 캡틴의 손목에 채워지게 됐다.

오지환은 이번 KS 5경기에서 타율 0.316(19타수 6안타) 3홈런 8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KS 2~4차전에서 3경기 연속 대포를 날렸다. 역대 KS에서 단일 시리즈 3경기 연속 홈런은 오지환이 최초였다.

KS 3경기 연속 홈런은 2007~2008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김재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당시 김재현은 2007년 KS 6차전부터 2008년 KS 1, 2차전까지 3경기 연속 홈런을 쳤다.

홈런 3개 모두 영양가 만점이었다.

LG가 1패에 몰려있던 KS 2차전에서는 팀이 1-4로 끌려가던 6회 우월 솔로 홈런을 작렬했다. 추격에 성공한 LG는 7회 1점, 8회 2점을 올리면서 5-4로 역전승을 거두고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KS 3차전에서 터뜨린 홈런은 더욱 극적이었다. LG가 5-4로 앞서다가 8회 3점을 내줘 5-7로 역전 당했는데, 9회 2사 1, 2루에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포를 터뜨렸다.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LG 쪽으로 완전히 끌어오는 한 방이었다. 8-7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LG는 기세를 잔뜩 끌어올렸고, 4, 5차전을 내리 이기며 우승을 확정했다.

오지환은 KS 4차전에서는 6-1로 앞선 7회 1사 1, 3루에서 쐐기 3점포를 쏘아 올렸다.

오지환은 지난 1월 LG와 비(非) 프리에이전트(FA) 다년 계약으로 6년, 최대 124억원에 사인했다.

이번 시즌 캡틴으로서 팀을 단합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한 오지환은 KS에서는 뜨거운 방망이로 존재감을 한껏 뽐냈다.

FA 신분이 아닌 선수와 첫 다년 계약을 한 LG도 투자의 뿌듯함을 느꼈다.

오지환 개인적으로도 14년간 쌓아온 우승의 한을 시원하게 풀어냈다. 

경기 후 오지환은 "팬들이 정말 오래 기다리셨다. 기쁘고, 많이 울컥한다. 팀 선배들도 많이 생각난다"며 "염경엽 감독님 말씀처럼 올해 우승이 시작점이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롤렉스 시계는 잠실구장에서 취재진에게만 공개됐다. 수여는 통합 우승 기념행사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오지환은 "아직 롤렉스 시계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고민이 많다"며 "MVP에게 주는 것이라고 해서 받기는 하겠지만, 차고 다니기엔 다소 부담스럽다. 구본무 회장님 유품이나 마찬가지라서 구광모 현 회장님께 드리고 더 좋은 선물을 받고 싶다"고 털어놨다.

이어 "롤렉스 시계는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전시했으면 한다. 조금 더 요즘 시대에 맞는 시계를 받고 싶다"며 웃었다.

시리즈를 앞두고 "롤렉스 시계를 받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던 오지환은 "중압감이 없기에 할 수 있었던 말이었다. 주장을 해봤던 (박)해민이 형, 현수 형이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셔서 중압감이 크지 않았다"며 "그래서 찬스를 어떻게 살릴까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맹타 비결에 대해서는 "KT 불펜, 선발 투수가 모두 직구가 강점이고, 불펜에 왼손 투수가 없어 부담감이 없었다. 불펜 투수 주권을 제외하고는 직구를 노렸다"며 "시리즈 전에 (김)현수 형이 '좋은 선택을 하자'고 했고, 직구를 어이없이 흘려보내는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 공격적으로 한 것이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LG는 최근 가을야구 무대에서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키움 히어로즈에 1승 3패로 밀려 KS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달랐다. 오랫동안 휴식을 취한 여파로 1차전에서는 승리를 내줬으나 2차전부터는 정규시즌 1위 팀 다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오지환은 "올해 적극적인 모습이 많았다. 여러 시도를 많이 해보면서 선수들이 도전적으로 바뀌었다. (문)성주, (신)민재 등 어린 선수들이 주눅 들지 않고 자신 있게 플레이했다"며 "어린 선수들도, 베테랑 선수들도 도전적인 시즌을 보냈다. 신구조화가 좋았다. 모두가 긴장하지 않고 재미있게 했고, 실수해도 포기하지 말자고 독려했다"고 우승 비결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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