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영리한 아전이 호랑이와 표범 멕인 썰

169 0 0 2025-10-13 16:28: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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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와 광해군 때 문신이자 문인으로 활약한  최립(1539~1612) 이란 인물이 있다


글이 뛰어나 당대   '8대 문장가' 로 꼽힌 그는 명나라에 보내는 외교 문서를 자주 작성한 덕에 중국에도 명성을 떨쳤으며


같은  개성  출신인 두 문인, 절친인 ' 글씨'의  한호(한석봉)  그리고  '시'의 차천로와  함께 ' 송도삼절 '로도 불리기도 했다



이 최립의 책 가운데 그의 호에서 따온  <간이집> 이란 시문집이 있는데, 그 안에 퍽 재밌는 내용이 있어서 소개해 본다(표현에 있어 일부 각색)






충청도  단양에  아전 하나가 있었는데, 공문을 전달하러 충청감영이 있는  충주로  가는 중이었다  (충청감영은 1602년 공주로 이전)




그런데 길가에 웬 호랑이 새끼 3마리가, 그것도 어미도 없이 저들끼리만 있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이 개호주들은 뭐여?"


호랑이 새끼를 본 아전은 주저 없이 들고 있는 지팡이를 내리쳐 세 마리를 전부 죽여 버렸다






아뿔싸! 얼마 뒤 나타난 어미 호랑이가 사납게 울부짖으며 달려 들었고, 아전은 얼떨결에 옆에 있던 나무로 올라가 피했다



나무 높이 올라간 아전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참 바라 보다 그냥 놔두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호랑이




"아이고 뒤지는 줄 알았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법, 아전은 허리띠를 풀어 자기 몸을 나무에 묶고 한참을 참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역시나 어미 호랑이가 웬 짐승 한 마리를 데리고 다시 돌아왔다



바로 몸집이 작고 날렵해 나무타기에 능숙한 표범이었다. 

산의 왕이라는 호랑이도 다른 짐승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는 모양




표범이 어미 호랑이가 보는 앞에서 열심히 나무를 오르기 시작하자 겁에 질린 아전. 


두뇌 풀가동 끝에 위기를 모면할 꾀를 떠올리는데






바로 입고 있던 잠방이(홑바지)를 벗어 표범의 머리통에 깊숙이 덮어 씌운 다음, 밀어서 떨어뜨려 버린 것이다




잠방이를 뒤집어 쓴 표범이 땅바닥에 떨어지자, 그게 사람인줄 안 호랑이는 기다렸다는 듯 곧장 달려들어 마음 내키는 대로 갈기갈기 찢어 죽여 버렸다



잠시 뒤 자세히 보니 웬걸. 잠방이를 쓴 채 처참한 꼴로 죽어 나자빠진 것은 다름아닌 표범이요


원래 목표였던 아전은 하의 실종 상태로 여전히 나무 위에서 버티고 있는 황당한 상황





새끼들 복수는커녕, 애꿎은 친구(?)만 제 손으로 죽여버린 어미 호랑이는 나무 주위를 하염없이 서성거리다가 다시 크게 포효를 하곤 산골짜기로 돌아가 버렸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후들거리는 다리로 나무에서 내려온 우리의 아전.

야무지게도 범 네 마리(호랑이 새끼들과 표범) 가죽을 벗겨 챙긴 뒤, 마침내 충주에 도착하는 데 성공한다





"너 이 새끼, 농땡이 부리다 늦게 왔지"


그러나 설상가상이라고 했던가. 


아전의 지각에 몹시 화가 난 충청도 관찰사는 크게 힐책하며 벌을 주려 들었는데


(위 그림은 17세기 초 충청 관찰사였던 유근. 동시대 인물이라 대표로 첨부)






아전은 황급히 새끼 호랑이와 표범 가죽을 보여 주며 있었던 일을 소상히 아„고, 그 덕에 처벌을 면했다고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끝내며 최립은 이런 교훈을 덧붙인다


"예로부터 '호랑이 굴속으로 들어가 찾지 않으면 어떻게 호랑이 새끼를 얻겠는가'라는 말이 전해 온다. 


그런데 지금의 경우는 그렇게 하지 않고서도 호랑이 새끼를 얻었으니, 얼마나 큰 행운인가. 


그런데 저 표범으로 말하면, 자기 재주를 믿고 까불다가 호랑이에게 부림을 받아 결국에는 죽임을 당하고 말았으니, 이는 스스로 재앙을 부른 것이라고 하겠다."




여담으로,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표범은 호랑이보다 체구는 작지만, 더 사납고 날쌔 마찬가지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이 짐승(표범)은 호랑이보다 더욱 사납고 민첩하다( 此獸猛捷過虎) " - <본초강목>


(임금이) “이런 호환에 비록 대여섯 마리를 잡았다 한들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하니,  조시위가 아뢰기를 ,

“잡은 대여섯 마리가 모두 표범이라고 합니다. 표범은 호랑이 중에서도 제일 포악한 놈이니, 앞으로는 효험이 있을 듯합니다.”  - <일성록> 정조 7년, 2월 7일




이처럼 악명 높은 표범이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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