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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왜 좋아하나요?"
"시를 읽다보면,
내 마음의 조각이 거기 있어서 좋아요."
잘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장독 위에 내리는 함박눈처럼
잘 자라 우리 엄마
산 그림자처럼
산 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
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 갈때까지
잘자라 우리 엄마
아기처럼
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기의
저절로 벗겨진 꽃신발처럼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 정호승
잘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그래요, 근래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
달이 ‘지는’것,
꽃이 ‘지는’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잘 늙는다는 것은 잘 지는 것이겠지요.
세계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읊조립니다.
당신이 보낸 편지 속에 가득한 혁명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당신에게 답장을 합니다.
모쪼록 건강하세요.
나도 당신처럼 시를 섬기며 살겠습니다.
그러니 걱정마세요.
부끄럽지 않게 봄을 보낼 겁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다음 계절을 기다리겠습니다.
안부 / 윤진화
이 슬픔은 오래 만졌다
지갑처럼 가슴에 지니고 다녀
따뜻하기까지 하다
제자리에 다 들어가 있다
이 불행 또한 오래되었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고 있어
어떤 때에는 표정이 있는 듯하다
반짝일 때도 있다
손때가 묻으면 낮선 것들 불편한 것들도
남의 것들 멀리 있는 것들도 다 내 것
문밖에 벗어 놓은 구두가 내 것이듯
갑자기 찾아온 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
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
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리하여 마음 안에 한 자리 차지할 때까지
이 괴로움 오래 다듬어야겠다
그렇지 아니한가
우리를 힘들게 한 것들이
우리의 힘을 빠지게 한 것들이
어느덧 우리의 힘이 되지 않았는가
오래 만진 슬픔 / 이문재
무지개를 사랑하는 걸 후회하지 말자
풀잎에 맺힌 이슬
땅바닥에 기는 개미
그런 미물을 사랑한 걸 결코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 덧없음, 그 사소함, 그 하잘 것없음이...
그때 사랑하던 때에 순금보다 값지고
영원보다 길었던 걸 새겨두자
눈멀었던 그 시간
이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기쁨이며 어여쁨 이였던 걸
길이길이 마음에 새겨두자
무지개를 사랑하는 것 / 허영자
다시 만날 수 없대도 사랑은 쉽게 끝나지질 않는다.
사랑하면서 걸었던 길을 왔던 만큼 되짚어 가야만
사랑은 비로소 끝이 날 수 있다.
그러니까 외롭게 돌아가는
마음의 복귀까지도 ‘사랑’이다.
사랑 중에서
상처는 순간이지만 아픔은 오래간다.
사건은 순간이지만 잔상은 오래간다.
우리는 잊은 듯 기억하고,
기억하는 듯 잊어간다.
그 미묘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할 때
김소연의 시를 읽는다.
그렇습니다 중에서
멀리서 보면 보석인 듯
주워서 보면 돌맹이 같은 것
울면서 찾아갔던 산 너머 저쪽
아무데도 없다
행복이란 스스로 만드는 것
마음 속에 만들어 놓고
혼자서 들여다 보며
가만히 웃음짓는 것
조지훈 / 행복
‘파랑새’의 행복은 집 안에 있었지만,
조지훈의 행복은 집 안에도 있지 않았다.
집보다 더 가까운 곳,
더 깊숙한 곳,
바로 마음 안에 행복이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게다가 행복은 거기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일체유심조’라,
한 점 형태도 없는 마음 자락이
오늘을 천국으로 만들기도 하고
지옥으로 망치기도 한다.
행복론 중에서
늦고 헐한 저녁,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
춤추는 나뭇잎이 우리의 굳은 마음을 두드린다.
그래서 읽다 보면 잃어버렸던,
사실은 우리가 좋아했던 것들을 다시 찾을 수 있다.
시를 좋아하는 자신을
조금 더 좋아하게 되는 효과는 덤이다.
나민애 / 단 한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음악 : 들국화 - 날이 갈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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