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투손 WBC 대표팀 캠프. 대표팀이 NC와 연습경기를 했다. 고우석이 투구하고 있다. 애리조나(미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2.17/[투산(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고우석(25·LG 트윈스)은 지난 도쿄올림픽을 잊을 수 없다.
'KBO 최강 마무리'의 자존심을 안고 태극마크를 짊어진 무대. 일본과의 준결승 1차전에서 고우석은 8회말 2-2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첫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안타를 맞은 고우석은 병살타 코스의 땅볼을 유도했다. 하지만 1루 베이스커버에 들어간 고우석의 발은 베이스가 아닌 땅을 짚었고, 이닝 끝이 아닌 2사 1루 상황이 이어졌다. 주자 두 명을 더 내보낸 고우석은 결국 싹쓸이 2루타를 맞으면서 패전 투수가 됐다.
2023 WBC 대표팀에 합류한 고우석. 여전히 KBO리그 최강 클로저 타이틀이 선명하다. 출격 무대는 도쿄. 2년 전의 기억이 선명한 그 장소에서 고우석은 숙적 일본을 넘어 선배들이 걸어온 WBC 영광의 길을 되찾아야 하는 사명을 안고 출격한다.
고우석은 "지워지지 않은 기억이라는 게 있다"고 도쿄올림픽을 회상했다. 그는 "내 실력이 부족해서 한 실수다. 그 이후에도 내 실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다"며 "그 대회(도쿄올림픽)를 계기로 좀 더 노력했고, 발전됐다고 나 스스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선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다. 자신감 있게 싸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2년 전의 아픔은 철저히 복기했고, 성장의 자양분 삼았다. 고우석은 "긴장하는 것도 실력의 한 부분이다. 단지 긴장해서 그렇게 했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다. 그냥 그 때는 내 실력이 부족했다. (스스로 반성했다)"고 털어놓았다.또 "그 대회 긴박한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공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노력의 발판이 됐던 것 같다"며 "2년 전과 비교하면 이번 대회는 루틴이 좀 더 세밀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고우석은 "사실 이 시기에 경기에 나선 적이 없다. 작년엔 이맘때 4~5번째 투구를 하고 라이브 피칭 일정을 잡았다"며 "경기 전 (이른 시기의 실전 투구에) 걱정이 됐었는데, (투구를 마친 뒤) 아픈 곳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속이나 제구 모두 준비과정은 괜찮았는데, 경기에선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 걱정이 됐다"며 "다른 투수보다 (내) 페이스가 좀 빠른 것 같다. 무리 안하고 잘 유지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NC와의 첫 연습경기가 펼쳐진 키노 베테랑 메모리얼 스타디움엔 무려 9팀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이강철호 선수들을 지켜보기 위해 찾아왔다. 대부분의 포커스는 올 시즌 뒤 포스팅을 선언한 이정후에 맞춰졌지만, 고우석 역시 향후 빅리그 도전이 가능한 재목으로 꼽히는 만큼 체크리스트에 포함됐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우석은 "(스카우트 방문에 선수들끼리) 별 이야기 하지 않았다. 미국이다 보니 그 사람들이 스카우트인지, 관광객인지 몰랐다. 아무 생각 없었다"고 씩 웃었다.
2023년은 고우석의 야구 인생에 유독 긴 한 해가 될 전망. 지난달 백년가약을 맺고 신혼의 단꿈을 접은 채 태극마크를 달았다. 소속팀 LG에서 페넌트레이스를 치르고, 시즌 뒤엔 프리미어12, APBC 등 또 다른 대표팀 합류가 유력히 점쳐진다. 하지만 고우석은 태극마크의 책임감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눈치. 고우석은 "나는 긴 이닝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많이 나가는 기간이 있지만, 못 나가는 기간도 있다. 쉴 때 잘 쉬면 된다. 코치님들도 너무 잘 관리해주신다"며 문제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고우석은 "(이번 WBC에서 투구수) 30개를 던지면 (불펜 투수는) 다음날 등판이 불가능하지만, 잡을 수 있는 경기면 그 이상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년 전의 아픔을 털어낸 그의 눈은 오로지 승리 만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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