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문학]노가다 김씨

308 0 0 2021-09-16 08:56: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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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김씨! 그따위로 일 하려면 때려치워!"


오늘도 김씨는 작업반장한테 한소리를 들었다.


지난밤 어제 받은 일당으로 피씨방에서 일베와 야동사이트를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늦게 잔게 화근이었다.


하마터면 인력사무소에도 늦게 나와서 일거리를 못 잡을 뻔 한걸


같은 동네 박씨가 자리 하나를 챙겨주어 겨우 허탕을 면할 수 있었지만...


체력이 예전같지 않은데다 어제 피씨방에서 부실하게 먹은 라면이 끼니의 전부였던지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리 없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어 어느 현장이든 반장에게 욕을 먹는 김씨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저 상놈의 새끼는 전라도 새끼가 분명해. 표준어를 쓰고 있지만 분명해. 이게 다 문재인 때문이야.'


일베에서 배운 이 마법의 단어 한방에 속이 후련해지는 김씨였다.


"어이, 김씨. 어제도 피씨방 간겨?"


동네 박씨였다.


"당연하지! 내가 피씨방 가는게 다 나라를 위한 일이여. 어제도 내가 빨갱이 쉐끼들한테 얼마나 통쾌하게


욕을 퍼부었는지 박씨도 봤어야 했는데..."


그런 김씨를 처량하게 바라보는 박씨였지만 김씨의 눈에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김씨... 그러지 말아. 내가 어제 내 자식놈한테 물어봤는디 그... 일베라던가 일바라드게 그게


그렇게 호로잡놈들이 많이 하는 인터넷이라면서?"


"어떤 개호로 잡놈의 새끼들이 그런 소리를 혀!"


일베를 욕하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욕을 내뱉는 김씨였다.


아차 싶었다.


자신에게 유일하게 잘 대해주는 박씨에게 막말을 하다니.


"아니 김씨! 그게 뭔 소리여? 내 자식놈이 그럼 틀린 말 했단 말이여? 내 자식놈이 개호로 잡놈이라고?"


"아니... 그게 아니라..."


"어허... 김씨 그렇게 안봤는데 몹쓸 사람이었구먼. 자식놈이 거기 인터넷 하는 사람들은 상종하지 말라더만..."


"아니, 박씨 내가 하는 말은 그게 아니라..."


"됐고 앞으로 인연 끊으세! 난 내 욕은 참아도 내 자식 욕은 못 참세!!"


그렇게 박씨는 김씨 옆을 재빠르게 피해서 저만치 멀리 가버렸다.


마지막 남은 김씨의 지인이었다.


누구는 술 먹다가 빨갱이로 욕해서 멀어졌고,


누구는 일베 하는 사람들 욕하는거 일베 옹호하다가 개새끼로 낙인찍어져서 멀어졌고,


누구는 식당에서 밥 먹다가 박근혜 호송 되는거 욕하던 지인에게 달려들었다가 경찰서 끌려가서 인연이 끝나고...


하지만 김씨는 꿋꿋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생각되었으니까.


이건 다 문재인 때문이었다.


내가 이렇게 하루 밥 벌어 먹는건 문재인 때문이었고,


내가 이렇게 비루하게 살아 가는 것도 문재인 때문이었다.


일베에서 배운대로 이렇게 생각하니 세상이 살만했다.


"역시 일베가 최고여. 거기가 내 삶의 안식처구만."


그렇게 얼른 일이 끝나기를 기대하고 있던 김씨는


5시 작업 종료와 함께 부리나케 피씨방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작업반장이 김씨를 불러 세웠다.


"어이, 김씨!! 일루와봐."


"아... 반장님. 무슨 일로..."


"내가 박씨 팀에서 김씨 데리고 있어서 김씨 쓴건 알지?"


"아이고... 당연히 알죠."


"근데 방금 박씨가 오늘부터 김씨가 자기네 팀에서 제외 되었다고 하네?"


"아니 그게 무슨..."


"됐고, 안그래도 박씨팀이 일 잘하는데 김씨 때문에 긴가민가 했는데... 잘되었어. 박씨한테는 내가 이야기 해놨으니까..."


반장은 김씨에게 오만원짜리 지폐 두장을 꺼내 주었다.


"내가 김씨한테 돈 직접 준다고 해놨으니까 박씨한테 받지 말고 이거 받고 내일부터 나오지마."


"아니... 잡부 일당은 십이만원이라고 아침에..."


"김씨? 지금 장난해? 박씨 아니었으면 김씨는 지금 중간에 쫓겨났어? 알아?? 어디서 일당 타령이야? 허리 아프다고


뺑끼쓰면서 30분 쉬고, 밥 먹고 어디 짱박혀서 30분 늦게 오고, 화장실만 갔다하면 20분씩 넘게 걸리고...


이거 내가 못봤는지 알아?"


김씨는 아차 싶었다. 반장이 다 보고 있었다니.


"내가 박씨보고 참은지 알아. 그전부터 박씨가 일 잘하고 팀 잘 꾸려서 오길래 믿었는데


어디 이런 쭉정이 같은 사람은 데려와서..."


쭉정이라니. 화를 내고 싶었다. 대들고 대뜸 면상에 주먹이나 꽂아 넣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덩치도 딸리고 나이도 더 젊어 보이는 반장에게 대들었다가...


오지게 맞기만 맞고 인력 사무소 시장에 평판이 더 이상 안좋게 소문나는게 두려워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이번 인력사무소에서조차 쫓겨나면 구걸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눈물이 났다.


"그럼 이야기 끝난걸로 알테니까 얼른 가봐."


"그... 그럼..."


반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장으로 사라졌다.


김씨의 손에는 친애하는 박근혜 각하의 얼굴과 비슷하게 생긴 신사임당 두명이 김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걸 보니 그래도 기분이 다시 좋아진 것 같다.


'이게 다 문재인 때문이야. 시벌놈.'


그 마법의 주문을 외웠는데...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안되겠다, 일베 동지들에게 힘을 얻고 다시 정신차려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집근처 단골 피씨방으로 향했다.


초라한 몰골에 땀에 젖은 작업복 차림을 싫어하는 알바의 표정이 보였지만 김씨는 개의치 않았다.


'돈 내는 고객이 주인이지! 암!'


피씨방 구석 자리에 앉은 김씨는 피씨를 키자마자 일베를 켰다.


일베에는 마침 자신의 직업들을 자랑하는 인증타임 중 이었다.


거기에 질 수 없다고 생각한 김씨는 인터넷 검색을 하여 고급 승용차 내부 사진을 퍼와서 그림판으로 살짝 조작 후


사진을 올렸다.


일베에서 자신은 고급 외제차를 몰고 하루에 수억씩 주식을 굴리는 자산가였다.


다들 조잡한 인증 사진을 보고 자신의 자산을 부러워 했다.


뿌듯했다. 비록 내 재산은 수중의 십만원이 전부였지만.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기류가 형성되었다.


일베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을 폄하하기 시작했다.


젊어서 뭐했는데 노가다나 뛰고 있냐, 잉여인간들, 저 사람들이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저해 하는거다... 등등...


처음에는 재미로 같이 댓글도 달고 놀았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자기 자신을 자기가 폄하하고 있다니...


아무래도 다른 사이트 들어가서 문재인 욕이나 실컷 하면서 힐링 해야겠다고 생각한 김씨.


그래서 보배드림이라는 좌빨 사이트에 들어갔다.


역시나 이 좌빨 새끼들은 문재인 찬양 일색이고 위대하신 박정희 각하와 박근혜 각하를 모욕하는 일에만 여념이 없었다.


애국자인 김씨가 이걸 냅둘리 없었다.


하지만... 보배드림 사람들은 만만치 않았다.


김씨가 모르는 역사적 사실들, 자료들을 가져와서 반박하고 김씨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열이 받았다. 무어라 반박은 하고 싶었지만 말빨이 안되는 김씨였다.


그래서 냅다 댓글을 달았다.



'이게 다 문죄.앙 때문이야!! 너희 전라도 홍어새끼들은 전부 다 죽어야해!!!'



그렇게 댓글을 달았지만... 분이 삭혀지지 않았다. 


김씨는 열이 뻗쳐서 어쩔줄 몰라하면서 키보드를 냅다 내리쳤다.


쾅!!!!


놀라서 알바가 달려왔다.


"아, 아저씨!! 또 키보드 치면 어떻게 해요? 전에 키보드 고장나서 얼마나 사장님한테 혼났는지 알아요?"


아... 이제는 이 알바놈마저 날 무시하는구나... 김씨는 화가 났다.


"알바나 하는 주제에 손님이 화가 좀 나면 그럴 수도 있지! 최저임금도 많이 올라서 황제 알바하는 놈이


어디서 개수작이야?"


"뭐라고요 아저씨? 아저씨 지금 말 다했어요?"


"이게 어디서 어른한테 꼬박꼬박 말 대답이야? 너희 부모가 그렇게 가르치디?"


"아니 이 아저씨가 어디 남의 부모님을 들먹거려?"


"뭐라고 이새끼야?"


김씨는 홧김에 알바를 밀쳤다. 알바가 균형을 잃으면서 뒤로 쓰러지는 그 순간.


김씨의 인생은 정말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차릉-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제복을 입은 파출소 순경 두명이 들어왔다.


"알바야! 형들 왔다, 순찰 도는.... 어?? 너 왜 그래?"


"아... 경찰 아저씨... 저 아저씨가 갑자기 키보드 내려치길래 하지 말라고 했더니 저를 밀쳐서..."


"어? 야? 너 피..."


알바의 손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넘어지면서 어딘가에 부딪혀 상처가 깊게 난 것 같았다.


'좃됐네...'


순간 김씨의 머릿속에 흘러간 생각이었다.


"아저씨, 잠깐 일로 와봐요. 왜 애한테 폭행을 해요?"


"아니.. 그게 아니라..."


경찰만 보면 쪼그라드는 김씨였다.


과거 무전 취식을 하다가 몇번, 상점 물건 훔치다가 몇번 경찰서를 들락거렸더니 경찰 제복만 봐도 오금이 저렸다.


"이 아저씨 전에 그 아저씨 아니야?"


옆의 동료 경찰관이 김씨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전에 무전취식 건으로 잡혀 갔을 때의 김씨를 기억하는 것 같았다.


"이 아저씨 또 사고쳤구만?"


"뭐야 아는 사람이야?"


"전에 이야기 한 그... 있잖아..."


"아... 그 또.. 흠흠..."


"아저씨, 지금 아저씨는 이 알바를 폭행하는거 현장에서 적발되었구요. 저희랑 잠시 경찰서 가시죠."


"아니... 그게 아니라..."


"알바야, 넌 알바 끝나고 상처 치료하고 나서 우리가 진술서 받을께."


그렇게 김씨는 또 한번 경찰차를 타게 되었다.


그리고 김씨는 다시한번 속으로 외쳤다.


'이게 다 문재인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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