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가 유난히 컸던 며칠 전 새벽, 우리 동네에는 도둑이 들었다. 개를 3마리 키우는 A집과 그 옆집인 B집, 두 집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에 털린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이상했던 건 없어진 물건들 목록 중에 있었다.
-나 : 이게 그 도난품들 목록이야. 어때, 좀 이상하지?
-탐정 : 흠…… 글쎄? 다 도둑들이 탐낼 만한 물건들 같은데.
-나 : 잘 봐봐. B집 도난 물건 리스트 중간쯤에 있잖아, 로봇청소기라고.
-탐정 : 내가 지난번에 사자고 했던 모델이네? 이거 굉장한 물건인데, 도둑 주제에 누구보다 보는 눈이 있는걸?
탐정은 자신이 도둑이라면 그 로봇청소기를 반드시 훔쳐갔을 거라는 표정이었다. 때마침 거실을 청소하려고 무거운 구형 청소기를 가지고 나왔던 나는 왠지 비참한 기분이 들었지만.
-나 : 그,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상해. 충전스테이션은 놔두고 갔거든.
-탐정 : 아…… 그거 정말 안타깝군! 충전 못하면 쓸 수도 없을 텐데.
그 뒤로 별 진전이 없던 대화는 싱겁게 끝이 났다. 그런데 오늘 아침. 탐정이 뭔가를 탁자에 올려둔 채 골똘히 보고 있는 게 아닌가. 뒤집혀진 채 하부를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는 그것은 놀랍게도 로봇청소기였다.
쏟아낸 먼지통 안에는 정체불명의 하얀 가루와 각종 먼지와 작은 쓰레기들이 한데 뒤엉켜 덩어리져 있었다.
-나 : 웬 거야? 이거 혹시… 없어졌던 그 로봇청소기인가?
-탐정 : 맞아, 내가 찾아왔어.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사실 도둑은 사건 직후에 잡혔다. 개들이 워낙 시끄럽게 짖는 통에 주변 집들을 다 깨워놨으니 말이다. 그리고 도둑이 로봇청소기를 B집에서 훔쳐갔던 것도 맞았다. 다만 체포 당시 로봇청소기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럼 로봇청소기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가끔 로봇청소기가 집밖으로 나가버리는 일이 있기는 하다. 그럴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탐정이 찾아온 것을 보면 좀 더 계획적인 어떤 일과 관련이 있음이 분명했다. 나는 관련한 정보를 몇 개를 더 얻어 아래처럼 정리해 보았다.
-도둑은 동네 입구에서 가까운 순서로, A집 -> B집을 털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A, B집 모두 2층 작은 다락방의 열린 창문을 통해 침입했으며, 1층의 현관문은 자동으로 잠긴다. 다만 A, B집 1층 거실과 주방은 상가 등에서 쓰이는 프로젝트창이 있어 창문이 20cm 정도 열린다.
-도둑은 물건을 훔치러 남의 집에 들어갈 때 맨발로 들어가는 희한한 특징이 있다.
-A집과 B집 모두 안방과 거실의 서랍장, 장롱 등이 모두 열려 있었고, 정확하게 금품만을 가져갔다. A집의 경우는 주방에도 뒤진 흔적이 있었다.
-A집의 개들은 모두 겁이 많고, 주인이 없으면 집 안에서 각종 사고를 치기로 유명하다.
로봇청소기는 어디에, 왜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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