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혹시 인성 좋은 남자 없어요?

429 0 0 2022-01-28 17:42: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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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혹시 인성 좋은 남자 없어요?


“아니, 아침밥 챙기다 말고 웬 전화야. 밥 안 주는 거야? 원 사람이 갈수록 점점….”

‘점점, 뭐? 뭐가 점점 어떻다는 건데?’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소파 쪽으로 얼굴을 삐죽이 디밀며 남편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내 인생의 로또야.”

“…….” 뜬금없는 흰소리에 남편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당신이 내 인생에 진짜 로또라구…. 알겠어?” 나의 웃음 띤 엄청난 고백에 남편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로또라니 일단 기분이 좋은 듯 목소리가 다소 누그러진다.

“알았어요, 로또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거니 일단 밥 좀 먹읍시다, 밥! 혈압약 먹어야 해.”

“정말 안 맞아. 평생 안 맞아! 밥이 그렇게 중요하냐.” 돌아서며 내가 중얼거리자,

“뭐가 안 맞아?” 그의 목소리가 다시 커진다.

“내 사랑하는 로또, 당신! 평생 안 맞는 내 인생의 로또!”

“…….”

“…….”

그는 구수한 가을배춧국에 밥 한 공기를 뜨끈하게 말아 먹는다. 나는 고소한 우유에 시리얼 한 공기를 시원하게 말아 먹는다. 그렇게 우리들은 평생 안 맞는 로또와 함께 그럭저럭 몇십 년 한 식탁에서 매일 로또를 꿈꾸며 산다.

‘카톡 카톡.’

귀여운 이모티콘과 함께 사랑스런 이메일 청첩장이 도착했다. 지인의 딸 결혼식 청첩장이다. 그런데 결혼식장이 의외였다. 꼬불꼬불 약도가 그림 같다. 시골 작은 교회다. 그리고 들풀 화환을 머리에 쓴 신부와 옆에 나란히 서서 나를 향해 웃고 있는 젊은 청년의 모습 또한 의외였다. 두 사람이 잘 어울리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자 어떻게 만났을까 궁금했다.

나는 몇 달 전 지인인 신부의 엄마와 나눴던 전화통화가 기억났다.

“주변에 혹시 인성 좋은 남자 없어요?”

“좋은 남자? 왜요?”

“‘왜요’는 일본 노래니 안 되고, ‘최고 멋진 침대’로 준비할 테니 신랑감 좀 소개해요.”

“신랑감요? 누구?”

“우리 딸요. 그리고 혹시 남자 스펙도 좀 봐주고…, 집안도 좀….” 간절한 당부와 함께 딸의 약력과 경력을 줄줄이 읊는다. 대단했다.

서로 맞춰가며 더욱 단단해지길

그때 지인의 딸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애타는 엄마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왔었다. 혹시 주변에 인품 좋은 신랑감 있으면 꼭 다리 좀 놔달란다. 골드미스인 자신의 외동딸이 웬만한 사람을 소개해도 다 싫다고 하니 속상해 죽겠단다. 저러다 ‘골드’가 아니라 ‘올드’가 돼서 결혼을 못하는 것 아닌지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며 하소연했다.

주변에 알 만한 지인들은 다 아는 똑똑한 딸을 둔 그녀가 상당히 다급하구나 생각했다. 나같이 신발 평수 작은 사람에게도 중매 부탁하는 걸 보니….

“따님이 어떤 성격을 좋아해요?”

“아무래도 안정적인 직장이면 좋겠죠. 그러나 인성이 좋아야 돼요.”

“따님은 주말에 주로 뭐하고 지내요?”

“별로 영양가 없는 애들 만나고 다니는 것 그만두고, 이젠 쓸 만한 진짜를 만나야 되잖아요?” 그녀가 유독 힘주어 말한다.

그녀는 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때 행복한지 상대에 대한 관심보다는 오직 얼마나 직업이 ‘안정적인가’, 사람이 ‘능력 있나’, ‘쓸모 있나’, 집안이 ‘좋은가’ 등 자신의 주관에 집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을 향한 엄마의 사랑은 대단했지만 그 방향과 방법은 어쩐지 짝사랑처럼 애처로웠었다.

“저렇게 예쁘고 똑똑한 딸을 막상 시집보내려니 참 서운하시죠? 이런 신부를 맞이한 신랑은 정말 행운아네요.”

나의 결혼 축하 인사에 그녀가 시큰둥한다.

“눈앞에 펼쳐진 진짜 인생 로또를 다 마다하고 하필이면 영양가 없는 길을 선택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고생문이 뻔한데….” 그녀는 못내 아쉬워 말을 잇지 못한다.

똑똑한 딸의 로또 결혼을 꿈꾸던 어머니의 꿈은 산산히 부서졌나 보다. 그러나 사진 속 딸은 자신만의 로또를 향해 달려가는 듯 행복해 보였다.

어쩌면 어머니의 꿈이 부서진 것도, 딸의 꿈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 쌍의 예비부부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보며 저들은 서로에게 진짜 로또일까 생각하며 잠시 신기루 같은 환상 속에서 웃고 말았다. 서로 맞을 거라고 믿으며 매일을 기대하지만 수많은 순간들 좌절하며 ‘이젠 아닌가 봐’ 절망하게 되는 시간들도 있을 텐데….

아마도 똑똑한 딸은 이 어려운 순간들을 현명하게 잘 풀어 가리라 믿는다. 나는 그들이 평생 안 맞는 로또일지언정 기대와 실망 가운데서도 매일 또 서로 맞춰가며 더욱 단단해지길 바란다. 웬만한 충격이 와도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을 만큼 강한 탄성을 지닌 그들만의 삶을 기원해 본다.

12월, 마지막 달이다. 금년까지 안 맞던 로또가 내년엔 어떨지 다시 꿈꾸는 새해였으면 좋겠다.

<서송희 만남과 풀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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