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네르바체 관중들은 경기 중에도, 끝난 뒤에도 "킴! 킴! 킴"이라며 김민재를 연호했다.
11일(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에 위치한 쉬크뤼 사라졸루 스타디움에서 2021-2022 터키 쉬페르리그 32라운드를 가진 페네르바체가 갈라타사라이를 2-0으로 격파했다. 미하 자이츠, 세르다르 두르순이 연속골을 터뜨렸다. 김민재는 풀타임 활약했다.
경기 후 페네르바체 구단이 소셜미디어(SNS) 팬 투표로 뽑은 경기 최우수 선수는 김민재였다. 구단은 경기 후 김민재가 벽돌 담장을 구단 상징색인 파랑과 노랑으로 칠하는 합성 이미지를 통해 수비가 벽과 같았다는 의미를 전달했다.
페네르바체는 최근 8경기에서 7승 1무로 완전히 상승세를 탔다. 이 기간 동안 선두를 독주 중인 트라브존스포르와 무승부를 거뒀고, 2위 경쟁팀이었던 콘야스포르를 꺾으며 쉬페르리그 정상급 경쟁력을 회복했다는 걸 확실히 증명했다. 그리고 여전히 고전 중인 갈라타사라이를 잡아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민재는 무패 기간 중 단 1경기만 결장했다.
2위는 쉬페르리그에서 중요한 순위다. 2위까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예선 참가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3위와 4위는 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차이가 크다.
김민재는 2,494분을 소화하며 팀 내 독보적인 최다 출장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한때 김민재보다 많이 뛰는 유일한 선수였던 수비수 설러이 어틸러는 최근 결장이나 교체 출장이 잦아지면서 2,147분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주전급 필드 플레이어 중에서 교체 투입 한 번 없이 선발로만 뛴 선수는 김민재가 유일하다. 29경기 중 24경기가 풀타임이었다.
설러이가 빠진 건 수비 안정으로 이어졌다. 시즌 초에는 스리백을 쓰면서 배후는 김민재에게 다 맡기고, 좌우 스토퍼인 설러이와 마르셀 티세랑이 적극적인 전진수비와 오버래핑을 하는 전술이었다. 당시 설러이는 의욕적인 전진으로 눈길을 끌며 첼시의 영입 대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안정감이 부족한 스리백은 빅토르 페레이라 감독의 사임과 더불어 자취를 감췄다. 쉬페르리그의 베테랑인 이스마일 카르탈 감독은 포백을 주로 쓰면서 김민재의 파트너로 더 무난하고 모난 곳 없이 수비하는 터키 대표 세르다르 아지즈를 중용했다. 이젠 김민재가 이탈한 경기에서도 티세랑이 아지즈의 파트너로 기용될 정도로 설러이의 순번이 내려갔다. 설러이는 오히려 왼쪽 풀백 자리에서 주전 경쟁 중이다.
김민재에게도 한결 편한 환경이다. '원백'처럼 혼자 힘으로 수비를 다 틀어막아야 하는 상황은 전보다 줄어들었다. 여전히 확실한 공격수는 없지만 팀 공격이 전반적으로 살아나면서 수비진의 고군분투가 승리로 직결되기 시작했다. 8경기 무패 동안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선수가 수비형 미드필더 미하 자이치(4골)와 메르트하칸 얀다스(4도움)의 4개에 불과하며, 16명이 나란히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을 정도로 득점이 분산돼 있다.
김민재는 빅 매치에서 유독 활약해 왔기 때문에 서유럽 빅 리그 스카우트들의 이목을 끌기도 쉬웠다. 팀을 UCL에 진출시킨다면 다음 시즌 페네르바체에 남아 유럽대항전에 참가하는 경우뿐 아니라 여름 이적시장에서 러브콜을 받을 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