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위에서 밤마다 짝짓기하는 '벌레'가 있다?

314 0 0 2022-06-24 14:22: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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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낭충이 사람과 공생하기 적합한 형태로 자신을 전환하고 있다는 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왔다./사진=연합뉴스

얼굴 위 털이 있는 구멍이면 어디든 들어가 있다가, 밤이 되면 기어나와 짝짓기하는 벌레가 있다. 바로 모낭충이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신생아들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이 다 감염돼 있다. 박멸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모낭충은 이미 사람 얼굴을 자기 집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모낭충이 사람과 공생하기 적합한 형태로 자신을 전환하고 있다는 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적정 개체 수 유지되면, 오히려 피부 건강에 좋아
모낭충은 모공 속에 사는 진드기 일종으로, 각질·호르몬·피지 등을 먹고 산다. 그래서 피지가 많은 이마, 코언저리 등에 많이 서식한다. 성충이 돼도  0.3~0.4mm 정도로 매우 작아, 맨눈으로는 볼 수 없다. 길쭉한 몸 위쪽에 4쌍의 다리가 붙어 있고, 입은 모공을 파고들기 위해 뾰족하다. 빛을 싫어해 밤에만 모낭 밖으로 나와, 짝짓기 대상을 찾아서 다른 모낭으로 떠난다. 모낭이나 지방선에 알을 낳는데, 단 7일이면 성충이 된다.

여드름 진드기라고 알려졌지만, 오해다. 과도하게 번식했을 때만 뾰루지, 가려움증, 악성 여드름, 모낭염, 모공 확장, 피부 늘어짐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개체수가 적절하게 유지되면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과도한 피지분비를 막고, 병원성 미생물이 싫어하는 환경인 약산성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세안만 꼼꼼히 잘해도 과도한 번식을 막을 수 있다.

모낭충, 체내 공생생물로 바뀌는 중
모낭충이 사람 얼굴을 아주 안전한 집으로 여긴다는 것이 밝혀졌다. 최근 영국 레딩대학 무척추생물학 알레얀드라 페로티 박사 연구팀이 모낭충에 대한 첫 게놈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모낭충이 극도로 단순화돼 있었다. 모낭 속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외부 위협이나 경쟁에 노출되지 않는 데다 다른 유전자를 가진 종을 만날 일도 없다 보니 필요 없는 유전자와 세포를 떼 낸 것으로 보인다. 다리는 단일세포 근육 3개로만 움직이고, 단백질도 생존에 필요한 수준만 유지하고 있었다. 유사 종 중 체내 가지고 있는 단백질 종류가 가장 적었다. 게다가 낮에 깨어있게 하는 유전자를 잃어버려 밤에만 활동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밤에 활동하려면 멜라토닌이 있어야 하는데, 모낭충은 멜라토닌도 인간 피부에서 분비되는 것을 이용했다. 성체가 될수록 세포 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구팀은 점차 체내 공생생물로 바뀌는 과정일 수도 있다고 봤다. 연구팀은 "모낭충이 후손에게 새로운 유전자를 추가할 수 있는 짝과 만날 기회가 부족해 멸종에 당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현상은 박테리아 수준에서는 목격된 적 있지만, 동물에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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