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말딸)시대와 운명이 허락하지 않았던 괴물, 마루젠스키

72 0 0 2022-07-04 20:46: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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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적으로 달리기 위해 태어나는 경주마들의 세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혈통이다.


 


어떤 종류의 혈통인가, 어느 명마의 피를 이었는가.


 


그렇기에 모든 경주마들에게 혈통이란 데뷔도 하기 이전부터 가치가 정해지며 눈길을 이끄는 기준이기도 하고


 


연패 중이더라도 부활을 의심치 않으며 팬들의 믿음을 유지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히려 그렇기에, 혈통도 출신도 별 볼일없던 잡마가 모든 경마팬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준 "오구리 캡" 같은 스타 역시 탄생할 수 있었기도 하다.


 




그리고 한때,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경마 역사상 유일할 정도의 초우량 혈통의 말이 존재했다.



 조부는 「세계에는 두개의 혈통이 있다. 노던 댄서와 그 외」라는 말이 나오게 한,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까지 전세계를 자신의 자식들로 석권시킨 세계적 종마 "노던댄서"




아버지는 경마의 본고장, 영국에서 사상 15마리째이자 마지막인 클래식 삼관을 달성하고 생애 단 두 번의 2착을 제외하고 출마한 모든 경기를 우승한 전설적 명마 "니진스키"




외조부는 미국 최고의 명문 혈통인 라 트로이엔의 피를 잇고 미국에서 31전 25승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두었던 「무결점의 말」 "벅패서"




외조모는 미국 3살 암말 챔피언이었던 "킬"


 


 


그리고 그들의 피를 잇고 태어난 말





「슈퍼카」마루젠스키


 


이것은 그 말의 이야기이다.




다만 그걸 알아보기 이전 앞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혈통만 따져봐도 이기기 위해 태어났던, 이길 수밖에 없는,


 


당장에 유럽이나 미국에서 활동해서 개선문 상을 거머쥐고 "이클립스 어워드"를 두 세번은 받아도 이상하지 않았을 이 말이,


 


당시에는 아직 경마계의 볼모지였던 70년대 일본에서 어떻게 활동하게 된 것일까?





당시 1973년의 일본은 "컬러 티비의 보급률이 90%" "자가용이 두 세대에 1대 꼴로 보급" "국민의 90%가 중상층, 70%가 행복" 이라는 신문기사가 쏟아져 나올 정도로


 


전후의 후유증을 씻고 경제적 부흥으로 달려가며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전설의 버블경제의 스타트를 찍었던 시기,


 


그와 동시에 일본에서 첫 번째 "경마 붐"이 일던 시기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소 거래 중개인을 하다 당시 막 마루젠 스트롱호스를 구입해 경마계에 뛰어든 참이였던 "하시모토 젠이치".


 


그런 그는 미국의 한 말 경매시장에서 어느 암말을 발견하게 된다.


 


탄력있는 피부와 작지만 밸런스 잡힌 몸집. 엉덩이가 발달해 좋은 새끼를 낳을 수 있을것 같던 말. "씰"을 보고 한눈에 반한 그는


 


70년대 당시에 무려 1억 2천만엔이라는 거금을 투자해 이 말을 일본으로 데려온다.


 


 


레이스에 나간적은 한 번도 없지만 위대한 업적을 가진 아비와 어미를 가진 암말의 뱃속에는 이미 영국 클래식 삼관의 전설, 니진스키의 핏줄이 잠들고 있었다.



심지어 그 경매에는 "샤다이 그룹"의 창업자, 요시다 젠야도 있었지만 너무 큰 금액에 경매를 포기했다, 훗날 "다시 없을 명마를 놓쳐버렸다" 라며


 


마루젠스키가 은퇴한 후에도 그 말을 보기 위해 하시모토 목장에 방문한 일화는 유명하다.


 


어쨌건 세상에 나오기도 전부터 이러한 사연과 기대를 둘러싼 마루젠스키는, 다음해인 1974년 5월 19일 모두의 축복 속에서 태어났지만


 


그 기쁨의 탄성은 세상에 공개되자마자 곧바로 안타까움의 한숨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갓 태어난 마루젠스키의 앞다리가 바깥으로 휘어져있던 것이다.


 


앞다리가 바깥으로 휘어져있는 말은 경주마에게 있어 치명적인 부상, 굴건염에 걸릴 확률이 높고 훈련조차 역시 부상의 위험성으로 하기가 어렵다.




즉 마루젠스키는 태어나면서부터 그 다리에 폭탄을 달고 태어났던 것이다.




경주마로서 가장 위대한 핏줄을 타고 났지만, 동시에 가장 큰 약점도 함께 갖고 태어난 마루젠스키




하지만 다리를 제외한 마체는 훌륭했기 때문에 하시모토는 마루젠스키를 경주마로서 키워보기로 결정한다, 성장함에 따라 심해지는 다리의 휘어짐과 함께...




어쨌건 그렇게 데뷔전을 맞이하게 된 마루젠스키는 선척적인 약점 탓에 제대로 된 훈련조차 받지 못한 채 출전했고,


 


시작부터 불안불안했던 무리한 경주마로서의 데뷔전은 아니나 다를까, 충격적인 결과로 되돌아오고 만다.




...다만 다른 의미로,


 


 


데뷔전이 시작하자마자 작전따위 없이 닥치고 치고나가 10마신 차 이상의 대차(大差) 압승.




이어지는 조건전에서도 2착과 9마신 차이로 압승.




전략은 커녕 제대로 받은 훈련조차 없었기에, 각질로서의 도주마라고 부를 수는 없었지만


 


그냥 다른 말들과는 기본 스피드 자체가 다른 차원에 있었기에 나오는 결과였다.


 


자신의 이명 그대로, 국산 현기차들 사이에서 혼자 페라리 슈퍼카를 몰고오는 듯한 격차를 보여줬다.



두번의 압도적 승리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마루젠스키는 후추 3살마 스테이크스에 출장해




홋카이도 3살마 스테이크스 우승마인 "히시스피드"와의 끈질긴 접전끝에 코 하나 차이로 간신히 1착.




이는 당시 마루젠스키를 타고 있던 나카노와타리 기수의 방심이 불러온 결과로


 


"상대가 쫓아오는걸 기다렸다가 스퍼트를 올리면 된다" 라고 생각해 느긋하게 레이스를 하다




마지막 직선에서 히시스피드가 갑자기 스피드를 올리며 따라오자 그제서야 다급하게 달린 결과였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런 기수의 판단 착오가 있었음에도 이겼다.



그리고 지난 경기에서의 위기가 단지 헤프닝이였던 것을 증명하듯, 다음 경기인 아사사히배 3살마 스테이크스에서


 


같은 상대였던 히시스피드를 상대로 무려 13마신차 대압승을 거둔다. 동시에 당시 3살마 기록 갱신.


 


방심하지 않는 마루젠스키의 강함을 보여준 경기였었으나, 나카노와타리 기수의 "나는 말 위에 얹혀있었을 뿐"이라는 말을 보면




이조차도 모든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였던걸로 예상된다.


 




어쨌건 이걸로 4전 전승, 그것도 방심한 한 경기를 제외하면 전부 10마신 정도 차의 압도적인 완승.


 


이제 4살이 된 마루젠스키는 한 단계 위의 스테이지로 도전, 더 강한 말들이 즐비하던 코바전선에 뛰어들려... 했는데,


 


 당시부터 이미 일본에서 놀 레벨이 아니던 마루젠스키.


 


그런 그가 참가 등록을 하자마자 대부분의 말들이 모두 "이차원의 도망자"로 빙의, 2착이 아닌 경주에서부터 도주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너무 강해도 문제가 생기는 점은 18세기나 20세기나 마찬가지였다.


 


이대로라면 규정 마릿수조차 채우지 못해 아예 경주가 성립되지 못할 상황, 


 


(실제로 이 이후에 마루젠스키는 은퇴할 때까지 단 한 번도 10마리 이상과 함께 경주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마리수 부족으로 경기 자체가 취소되나 했지만



하시모토의 지인이던 관서의 조교사, 핫토리 마사사토시가 자신이 관리하던 말 두마리를 출전시켜주어 간신히 경기가 열린다.


 


제대로 된 경쟁자들마저 없었던 경주에서의 결과는 당연히 1착.


 


이때의 차이는 의외의 2.5 마신이였는데, 이는 핫토리가 했던 "우리쪽 말을 빌려준거니까 너무 큰 차이로 이기는건 봐달라" 라는 부탁 때문이였다.



이것으로 5전 전승의 마루젠스키,




 


그 압도적인 강함에 매료된 사람들은 당시 일본에서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던 「슈퍼카」라는 별명을 붙여 그에게 열광하였다.




하지만 이 때 발생한 마루젠스키가 골절로 인해 그의 승승가도는 여기서 잠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된다.




내려진 처방은 3개월의 휴양, 그 후 무사히 5월에 복귀한 마루젠스키는 더비 3주 전 열린 오픈전에서 2착과 7마신 차 압승.




이제 남은 것은 현역 최강마를 가린다는 최고 권위의 일본 더비. 


 


일본의 경마팬들은 다른말들과는 엔진부터가 다른 이 「슈퍼카」가 더비에 나가 세대 최강마라는걸 당당히 증명하길 원했다.




마루젠스키의 오너인 하시모토도, 기수인 나카노와타리도, 일본의 많은 경마팬들도, 모두가 원했던 마루젠스키의 더비 출마.




하지만 그것은, 애시당초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다.



과거 일본 경마계에서는 자국 말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경기에는 외국산 말이 출장하지 못하게 막아놓고 있었고, 현역 최강마를 가리는 일본 더비 또한 그 중 하나였다.


 


훗날엔 부모는 외국말이지만 어미의 뱃속에 있을 때 일본에 들어와 일본에서 태어난, 이름바 지입마(持込馬)도 클래식 레이스나 천황상 출마를 인정해 주게 되지만,




이 시절은 마루젠스키가 현역으로 뛰던 1970년대, 일본 말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지입마에게는 레이스에 출마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시대였다.




일본 더비가 열리던 주, 마루젠스키의 파트너 나카노와타리가 울분에 차 던진 한 마디는 아직도 일본 경마계에서 회자되는 명언으로 남았다.




「일본 더비에 보내 달라. 가장 바깥 쪽이라도 좋다. 다른 말들의 방해는 일절 하지 않겠다. 상금도 필요없다. 단지 이 말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을 뿐이다」 


 


거기에 마주인 하시모토 역시 정식 재판까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포기,




이 사실이 경마 팬들에게 알려지자 하시모토에게는 「어째서 간단히 포기하는거냐」「왜 고소장을 내지 않는거냐」와 같은 편지가 쏟아졌다.




이런 상황까지 가자 일본 중앙 경마회(JRA)가 「지입마가 출전 가능한 중상 레이스를 11경기에서 78경기로 확대」라는 완화정책을 내려 했지만




 


일본의 경주마 생산단체인 일본 경종마 협회가 맹반발, 결국 이조차 백지로 돌아가버리게 된다.



결국 울분을 머금고 마루젠스키가 향한 곳은 더비에 출마하는 못하는 말들이 출마해「2군 더비」라는 속칭으로 불리던 일본단파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비에 가지 못한 울분을 터뜨릴 마루젠스키의 모습을 보기 위해 무려 8만명의 관중이 모였다.




마루젠스키는 당연 1번 인기. 단승배율 1.0배




모두가 마루젠스키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 가운데 레이스가 시작됐다.



언제나처럼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며 선두로 나서는 마루젠스키



하지만 갑자기 어찌 된 일인지, 3코너에서 갑자기 속도를 줄이더니 뒤따라오던 프레스토우코우에게 잡힐듯한 거리를 내주게 되어 위기가 찾아오는데...



 는 무슨 다시 가속에 들어간 마루젠스키는 역시나 압도적인 엔진으로 2착과 7마신 차 압승을 거둔다.


 


마치 더비에 나가지 못한 마루젠스키가 자신의 강함을 시위라도 하는 듯한 경기.




심지어 2착인 프레스토우코우는 훗날 교토신문배, 킷카상에서 신기록을 갱신할 정도의 명마였지만, 


 


이날 마루젠스키에게 있어 그는 단지 자신의 화풀이로 얻어걸린 샌드백에 불과했다.




화풀이를 끝낸 마루젠스키가 다음으로 향한것은 삿포로에서 열린 단거리 스테이크스,




이 경기에는 당시 최강마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 토우쇼우보이도 출마할 예정이었지만 마루젠스키가 출마를 하자 또다시 도주(...)




출전 마리수는 5마리 뿐이었지만 그래도 언제나 마루젠스키에게 가려져있던 히시스피드, 중상 6승을 거둔 야마부키오 등




결코 레벨이 낮은 대회는 아니였다지만그런건모르겠고또다시우승,


 


심지어 거리를 벌리기 힘든 단거리 더트전에서 무려 10마신 차이라는 말도 안되는 기록으로 8전 8승째를 수립한다.


 


 


 


 


 


 


8전 8승.




이젠 정말 그 누구도 이 압도적인 슈퍼카의 질주를 막을 수 없었다.




이제 마루젠스키가 향할 곳은 단 하나.





당시 일본 경마계가 지입마에게도 문을 열어주던 유이한 G1급 레이스, 아리마 기념 뿐


 


 


그런데




하필이면 이 순간, 드디어 제대로 된 첫 영광이 찾아오기 직전의 그 순간, 태생부터 마루젠스키의 발에 달렸던 폭탄이 기어히 터져버리고 만다.


 


굴건염


 


위대한 핏줄을 타고 태어난 마루젠스키가 태어날 때부터 안고있던 저주




마치 시한폭탄처럼 마루젠스키의 남은 현역 활동 가능 시간을 재던 그것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부상이 터졌을때는 그리 무거운 증상은 아니였지만, 아리마 기념을 향해 재활을 하던 중 또 다시 재발




지입마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일본 경마계 대신




더 큰 무대에서 뛰기 위해 이전부터 검토하던 해외 원정도 중단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마루젠스키는 단 한번도 큰 무대에 올라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보지도 못하고




은퇴를 선언하고 만다


 


 


 


데뷔전 대차


히이라기상 9 마신차


후츄3살마S 코 하나차


아사히배3살마S 대차


4살마 오픈 2.5 마신차


4살마 오픈 7 마신차


일본단파상 7 마신차


단거리S 10 마신차


 


 


통산 8전 8승, 동시에 G1 0승





커리어 평균 1경기당 약 7마신 꼴로 전승을 하고 은퇴한 마루젠스키



그의 은퇴식에서 팬들은 이런 현수막을 걸었다




「잘가라 마루젠스키」


「계속해서 구전(口傳)할 것이다」


「너의 강함을」


 


 


 


 


위대한 명마의 피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저주를 함께 갖고 태어난 마루젠스키




그 강함 때문에 웬만한 레이스에서는 전력을 내보지도 못하고




그 태생 때문에 전력을 내고 싶은 레이스에는 출마해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슈퍼카」처럼 누구보다도 빠르게 경마장을 질주하던 그 모습을




지금까지 팬들은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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