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亂世)가 소환한 ‘여왕 송가인’
중·장년층 사이에 ‘송가인 열풍’아이돌 부럽잖은 팬덤 형성하며, 힘든 일상사에 지친 사람들에게, 노래로 위로·희망 전해주는 才人, 8년 간의 긴 무명생활 이겨내고, 마침내 트롯여왕으로 거듭나다.
난세가 영웅을 간절히 원하듯 이 시대가 歌人 송가인을 소환, 그녀가 써내려가는 성공신화의 마지막 장이 언제일지는 몰라도 대중들은 행복감에 젖을 것이다.
매서운 가을태풍은 모두 지나가고 없지만 아직 가시지 않고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바람이 있다. 다름 아닌 올해 봄부터 시작해 끝도 모르게 불고 있는 이른바 ‘송가인 열풍’이다. 중장년층의 아이돌로 불리며 두터운 팬덤(fandom)을 형성해 가더니 최근 들어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세대를 아우르며 팬층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제 단순한 돌풍을 넘어 한국사회의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송가인은 힘든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다. 하지만 그녀가 쓰고 있는 성공신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3일 데뷔 후 처음으로 가진 단독콘서트는 트롯여왕의 도래(到來)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남도의 한 작은 섬에서 태어나 오랜 수련을 통해 실력을 갈고 닦으며 내공을 쌓은 끝에 세상에 나아가 뜻을 펼치려 했지만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 다시 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수많은 고난과 시련을 겪은 후에야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미스트롯’은 그녀가 여왕이 되기 위해 세상에 첫걸음을 내딛도록 놓아준 징검다리였다. 이 경연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여왕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후 그가 가는 곳마다 구름관중이 모여들고 등장하는 방송 프로그램마다 시청률 톱을 찍으면서 대한민국 전역이 송가인 앓이에 빠져들었다.그러나 여왕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상승가도를 구가하던 도상(途上)에 갖가지 시비들이 끊임없이 생겨나 앞길을 방해했다. 자신의 히트곡도 없으면서 행사비를 너무 많이 받는다느니, 성형수술을 했다느니 하는 시중잡담 수준의 내용들로부터 최근에는 MC몽의 노래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것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MC몽은 한 때 우리 국민에게 교육과 함께 가장 민감한 부분인 병역(兵役) 면피 논란을 빚은 연예인으로서,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송가인이 이런 가수의 복귀에 도움을 주는 것이 옳으냐는 지적이었다. 논란이 일자 기다렸다는 듯이 온갖 매체와 안티 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뜯기 시작했다. 하지만 송가인은 여타의 연예인이 아니었다. 굳이 소속사를 핑계로 내세우지도 않았다. “나는 사람이 아닌 노래를 보고 피처링에 참여했으며, 국악을 알릴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는 말 한 마디에 모든 논란이 일시에 사그라들었다. 그녀의 대인배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때가 왔다. 평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발목을 잡던 ‘히트곡이 없는 가수’라는 오명을 벗게 된 것이다. 사실 2012년 트로트 가수로 첫발을 내디딘 송가인은 그해 데뷔곡 ‘산바람아 강바람아’ ‘사랑가’를 시작으로 이후 ‘항구 아가씨’ ‘성산 일출봉’ ‘거기까지만’과 같은 노래들을 꾸준히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세상에 이름을 알릴 시기가 무르익지 않은 탓에 대중에게 크게 어필하지는 못했다. 엊그제 MBC가 송가인의 데뷔 후 첫 단독콘서트를 특별 편성해 방영했다. 특정가수의 콘서트를 지상파 방송이 그것도 일요일 황금시간대에 내보낸다는 것은 이미자, 나훈아, 조용필과 같은 대형가수가 아니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니 현재 송가인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단독콘서트는 트롯여왕으로서의 본격 행보를 만천하에 선포한 무대였다. 4000여석의 티켓은 발매와 동시에 매진사례를 기록했으며, 몇 배를 호가하는 암표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그의 인기를 새삼 실감할 수 있다. 또 이번 콘서트를 통해 발표한 신곡들 모두 단시간에 각종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을 점령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이 시대가 갈망해 ‘歌人 송가인’을 소환했다. 사회구조와 질서가 안정되고 굳건하게 자리잡은 민주국가에서는 영웅이 탄생할 틈이 없으며 또 탄생할 이유도 없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영웅에 의한 급격한 변화보다 민주국가의 틀 속에서 안정된 체제가 유지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제도와 달리 심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리사회는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다. 정치인들은 자기 ‘밥그릇 싸움’에 바빠 민생은 거들떠보지 않고 서로 물고 뜯는데 혈안이다. 연일 신문과 방송에서 이쪽저쪽으로 갈려 연일 싸움질만 하는 정치판을 보면 도저히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경제는 또 어떤가. 발표되는 경제지표마다 최소 아니면 최저다. 내리막길 일변도다. 오르는 것은 세금과 ‘울화통’ 뿐이다. 비록 안정된 민주제도 하에서 살아간다 할지라도 심리적인 탈출구가 없이는 국민들은 도저히 버텨낼 재간이 없다. 그러니 자살자 비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꼭대기에 위치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家貧思良妻(가빈사양처) 國亂思良相(국란사양상)’. 집안이 어려우면 어진 아내를 생각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어진 재상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 연유로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대중은 자신들을 구원해줄 영웅과 같은 존재를 기다렸는지 모른다. 이 시기에 송가인이라는 불세출(不世出)의 스타가 소환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수많은 대중들이 그토록 그녀의 노래에 울고 웃으며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다고 애교 어린 푸념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 노래를 통해 치유(治癒) 효과까지 경험한 사람들이 줄을 서는 상황이고 보면 그녀는 이 시대 어떤 정치·종교 지도자보다도 더 영향력이 있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여왕 송가인이 써내려가고 있는 성공신화, 비록 그 마지막 페이지가 언제 끝날지 몰라도 한동안 대중들은 행복감에 젖어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출처 : 경북도민일보(http://www.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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