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천, 이후광 기자]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 / backlight@osen.co.kr[OSEN=부천, 이후광 기자] "김연경과 같은 슈퍼스타에 의존하는 팀이 아닌 원팀을 만들겠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은 11일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비즈니스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올해 국가대표팀 지휘 방향을 밝혔다.
세자르 감독의 신년 기자회견은 당초 14일 개최 예정이었지만 튀르키예 강진으로 세자르 감독의 소속팀인 바키프방크 배구단의 일정이 변경되면서 앞당겨졌다. 세자르 감독은 지난 10일 오후 한국에 입국했다.
세자르 감독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리는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맞대결을 관람한다. 이후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개최 예정인 GS칼텍스-KGC인삼공사전을 참관한 뒤 튀르키예로 복귀한다.
세자르호는 올해 2024 파리올림픽 예선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다.
다음은 세자르 감독과의 신년 기자회견 일문일답이다.
-인사말
안녕하세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감독 세자르 에르난데스입니다(한국어). 한국어로 인터뷰 진행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지금 배우고 있는데 아직 조금 모자라서 영어로 진행하겠다. 짧은 3일이지만 한국에 올 수 있게 해주신 협회에 감사드린다. 한국에 와서 협회와 올 시즌을 논의하고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또한 배구인들과 직접 만날 수 있어 뜻 깊은 방한이 될 것 같다.
-지휘봉을 잡은 뒤 1승 16패로 성적이 좋지 못했다.
결과로만 봤을 때는 당연히 쉽지 않은 작년 한해였다. 그 속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자면 주축 선수들 은퇴 이후 새로운 선수들을 선발했다. 그런 선수들에게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서 좋았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선수들이 대회를 이어나가면서 성장했다. 어려웠던 점은 우리 선수들의 퍼포먼스, 레벨이 국제 무대에서 부족한 면이 많았다. 다가오는 올 시즌에는 선수들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튀르키예에서는 한국배구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었나.
튀르키예에서 소속팀 일정과 더불어 대표팀 업무도 같이 진행하고 있다. 소속팀은 터키리그, 슈퍼컵, 세계클럽선수권대회, 유럽 챔피언스리그도 출전한다. 바쁘지만 대표팀을 이끌어가기 위해 필요한 영상을 보고 있다. 특히 V리그는 시차 상 아침에 하는 경우가 많아 웬만하면 경기를 다 본다. 또 구단에서 전력 분석 영상을 올려주신다. 모든 데이터를 출력해서 선수 선발을 준비하고 있다. 구단에서 V리그 영상을 올려주신 것처럼 대표팀 경기도 공유하면서 서로 협조적인 관계가 됐으면 한다.
-작년 대표팀에 유독 부상자가 많았다.
부상은 스포츠 세계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몸으로 하는 운동이다 보니 늘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여러 선수들도 그렇고 튀르키예 소속팀도 부상 선수들이 많다. 부상과는 어쩔 수 없이 같이 가야 한다. 부상이 발생하면 선수가 최대한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선수들이 다시 코트에 복귀할 수 있도록 부상자가 발생하면 최대한 협조해서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
-부상과 관련해 V리그 감독들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V리그 감독들과 어떻게 소통할 계획인가.
인간관계에서 소통은 중요하다. 선수들과도 그렇고 SNS를 통한 팬들과의 소통도 그렇다. 그 중에서도 구단은 협력적으로 긴밀하게 소통해야 하는 관계다. 앞으로 오픈 마인드로 임하겠지만 경기력 향상위원회 이사님의 도움 속에 조금 더 원활한 소통을 기대한다. 경험이 부족하지만 이사님과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어떤 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국제 배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춰서 가야 한다. 전체적으로 빠르고 파워 있는 배구가 세계적인 흐름이다. 한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체격, 기술, 전술 등 이런 부분을 국제 흐름에 맞춰서 가야 한다. 전술에서는 세터가 조금 더 빠른 배구를 하고, 공격도 강력하게 하지만 상황에 따른 맞춤형 공격을 하기 위해 많은 전술 훈련이 필요하다.
-올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회는.
올림픽은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대회다. 올림픽 예선전에서 대회에 직행할 수 있도록 잘 치르는 게 목표다. 아시안게임은 올림픽처럼 4년에 한 번씩 열리는데 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대회라는 걸 알고 있다. 아시안게임도 올림픽 예선전과 더불어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뿐만 아니라 아시아선수권대회는 올림픽 예선전 직전에 열려서 경기력을 점검하기 좋다. 아시아 팀 가운데 결승에 올라가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VNL도 랭킹 포인트가 주어지는 대회라서 중요하다. 랭킹 포인트는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이다.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 등 주축 선수들의 은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 김연경의 부재도 그렇고, 김수지, 양효진처럼 오랫동안 함께했던 선수들이 없어서 작년은 한국 배구의 현실을 직면한 한해였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웠다. 앞으로는 한국을 김연경 같은 슈퍼스타 한 명에 기대는 배구가 아닌 팀으로 하나가 돼서 상대팀들에게 중압감 줄 수 있는 팀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번 방한의 주된 목적은.
V리그 시즌을 직접 와서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올해 대표팀 계획에 대해서 협회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회의하는 것도 목표다. 또한 한국 배구인들과 직접 만나고, 경기를 보고, 선수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지도자분들을 직접 만나면서 V리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직접 와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짧은 기간이지만 올 수 있게 도움을 주신 협회에 감사하다. 미디어, 팬들과도 직접 소통하고 대면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 배구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는 지름길은.
짧은 대표팀 소집 기간만으로 수준을 끌어올리는 건 쉽지 않다. 그래도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어쩔 수 없이 그런 쪽으로 따라가야 한다. 세르비아, 이탈리아 등 유럽 선수들처럼 키가 크고 파워가 세지 않아도 경쟁력을 갖춘 팀이 있다. 일본, 태국처럼. 그런 스타일을 따라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강점이 있다. 일본, 태국 스타일을 따라가면서 한국의 장점을 잘 녹여서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튀르키예 대지진으로 조기 귀국했고, SNS에 피해를 애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지 상황은 어떤가.
먼저 튀르키예 상황에 대해 물어봐주셔서 감사드린다. 지금 지진으로 현지는 어려운 상황이고, 내가 있던 이스탄불은 지진과 먼 곳이었지만 주변 관계된 사람이 많아서 매우 어렵다. 사망자가 많았고, 전부를 잃은 사람들이 많아서 지금 다 같이 힘들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전 세계가 다 돕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국인 스페인도 원조를 하고 있고, 김연경도 국내에서 모금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도움이 절실하다. 여러분들이 튀르키예를 위해 많은 기도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V리그를 관전하며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체크할 계획인가.
오늘 경기는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을 제치고 처음 1위가 될 수 있는 경기다. 흥국생명에게 중요한 경기다. 정규리그 1위를 해야 챔프전에 직행할 수 있다. 그들이 어떻게 경기를 풀어갈지 기대된다. IBK기업은행은 예전부터 대표팀에서 함께했던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어떻게 경기할지 기대된다. 경기 끝나면 주요 선수들과 만나서 인사 나누고 안부를 물을 것이다. 김연경도 당연히 만날 생각이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객관적 현주소는 어디인가.
대표팀을 국제적인 흐름에서 평가하자면 공격 성공률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다만 서브의 경우 강한 팀들 중 하나다. 블로킹은 약하지만 수비에서 그 부분을 커버한다. 서브, 블로킹, 수비는 잘하고 있다. 그래도 더 높은 수준으로 가려면 공격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시아에서는 다른 팀보다 선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역시 아시아에서도 공격력을 키워야 한다.
-대표팀 선수 선발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가장 강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V리그 경기를 보고 테이터를 통해 선수를 선발하고 있다. 우선 선수가 플레이할 때 주는 느낌을 중요하게 본다. 움직임뿐만 아니라 선수들 사이에서 어떻게 파이팅을 외치고 소통하는지 본다. 작전타임 때 어떻게 반응하고 팀을 어떻게 이끌어가고자 하는지도 중요하다. 그래서 현장에서 직접 보는 걸 선호한다. 또 데이터로 선수를 평가하는데 10월에 잠깐 잘하고 나중에 가서 못하는 걸 데이터로 확인 가능하다. 꾸준히 잘하는 선수를 선발하려고 한다. 그 외 국가대표팀은 태극기를 달고 해외에 나가서 한국 배구를 대표하게 된다. 한국 배구와 관련된 모든 부분을 대표해서 나가는 것이다. 경기 전 애국가를 들을 때 그런 부분을 떠올리면서 경기에 임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
-V리그 선수들에게 건넬 조언이 있다면.
모든 선수들을 다 만날 수 없지만 이번 방한에서 4팀을 만난다. 다른 선수들도 언제든지 메신저, SNS가 열려 있으니 소통했으면 좋겠다. 시즌을 치르는 데 방해 안 되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 협회, 경기력 향상위원회, 선수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싶다. 이번 대표팀은 올림픽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코치로 도쿄올림픽에 가봤지만 감독으로서도 가보고 싶다. 이건 내 오랜 꿈이었다. 경기가 어렵든 쉽든 최선을 다해서준비하고 마지막까지 싸우겠다. 대표팀 선수들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꼭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