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 욘 람(29·스페인)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자존심을 지켰다.
람은 10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제87회 마스터스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세 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PGA투어 선수들과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후원하는 LIV 선수들 간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LIV의 브룩스 켑카(33·미국)가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면서 LIV 소속 선수의 메이저대회 첫 우승이 현실이 되는 듯했다. 더구나 PGA투어를 대표하는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는 컷 탈락한 상황. 오른 발목 부상을 딛고 출전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8·미국)도 발바닥 통증이 악화돼 3라운드 7개 홀을 마친 뒤 기권했다.
최종 라운드 챔피언 조에서 자웅을 겨룬 건 람과 켑카였다. 치열한 경합이 예상됐지만 승부는 싱겁게 갈렸다. 3라운드까지 켑카에게 2타 뒤진 2위였던 람이 타수를 차근차근 줄인 반면 켑카는 초반부터 무너져 버린 것. 람이 3번홀(파4) 버디로 한 타 차로 추격했고 켑카가 4번홀(파3) 보기를 하면서 동타가 됐다. 켑카가 6번홀(파3)에서 보기를 한 사이 선두로 나선 람은 8번홀(파5) 버디로 한 발 더 앞섰다. 결과는 람의 4타 차 압승이었다. 람은 “선수로 꿈꿔 왔던 일을 이뤄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대회에서 우승해도 울 일은 없을 거라고 평소 생각했는데 오늘은 (마지막) 18번홀에서 울 뻔했다”고 말했다. 대회 첫날 람은 1라운드 첫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는데 마스터스에서 더블보기로 출발해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1952년 샘 스니드(1912∼2005·미국) 이후 람이 71년 만이다.
2021년 US오픈에 이어 메이저대회 두 번째이자 PGA투어 통산 11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람은 우승 상금 324만 달러(약 42억8000만 원)를 받았다. 직전 대회까지 세계 랭킹 3위이던 그는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 정상에 오르며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람은 스페인 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도 장식했다. 그는 US오픈과 마스터스에서 모두 우승한 최초의 유럽 출신 골퍼가 됐다. 람은 이번 대회 우승 후 스페인의 전설적인 골프 스타였던 세베 바예스테로스(1957∼2011)에게 공을 돌렸다. 람은 “바예스테로스가 캡틴을 맡았던 1997년 라이더컵(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에서 유럽팀이 승리하는 걸 보고 아버지가 내게 골프를 시켰다”며 “만약 1997년의 라이더컵이 아니었다면 나도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터스 두 번, 디 오픈 세 번 등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5차례 우승하며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랐던 바예스테로스는 람의 우상이었다. 공교롭게도 람이 그린재킷을 입은 이날은 바예스테로스가 태어난 날이었다. 람은 “이 우승을 세베에게 바친다. 그가 대회 내내 하늘 어딘가에서 날 돕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했다.
LIV의 대표 선수인 필 미컬슨(53)은 이날 데일리 베스트인 7언더파를 몰아치며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켑카와 공동 2위에 올랐다. 1970년생인 미컬슨은 마스터스에서 톱5에 든 역대 최고령 선수가 됐다.
김주형(21)과 임성재(25)는 나란히 2언더파 286타로 공동 16위, 이경훈(32)은 1언더파 287타로 공동 23위를 했다. 김시우(28)는 1오버파 289타 공동 29위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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