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캡처=더선사진캡처=메인스탠드[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나는 인터 마이애미로 가기로 결정했다."
'본인피셜'이었다. 'GOAT' 리오넬 메시가 본인의 행선지를 직접 밝혔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의 인터 마이애미였다. 메시는 8일(한국시각) 디아리오 스포르트, 문도 데포르티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유럽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며 "인터 마이애미로 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메시 사가는 바르셀로나 복귀도 아닌, 사우디 아라비아행도 아닌, 제 3의 선택인 미국행으로 마무리됐다.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행은 전날 영국 BBC 통해 수면 위로 올랐다. BBC는 '메시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의 인터 마이애미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메시는 유럽 잔류를 원했지만, 만족할만한 제안이 없었다. 인터 마이애미와 알 힐랄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 미국행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도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한다. 바르셀로나 복귀는 없다'고 했다. 오피셜을 뜻하는 'HERE WE GO'까지 덧붙였다.
사진캡처=PSG SNS메시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메시는 지난 4일 파리생제르맹과 결별했다. 파리생제르맹은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파리생제르맹에서 두 시즌을 보낸 메시가 올 시즌을 끝으로 여정을 마쳤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발롱도르를 7번이나 수상한 메시에게 감사의 표시를 전한다. 남은 선수 생활 동안 더 많은 성공을 거두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했다. 메시도 아스를 통해 "파리생제르맹에서 좋은 선수들과 뛰는 것이 즐거웠다. 파리에서 멋진 경험을 하게 해준 구단에 감사하다"고 했다. 기대 이하의 성적, 사우디 무단 여행 등 파리생제르맹에서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활약을 펼쳤던 메시는 팬들의 집중 야유를 받으며 최종전을 치렀다.
자유의 몸이 된 메시의 거취에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행선지는 두 곳으로 보였다. 알 힐랄과 바르셀로나였다. 당초만 해도 알 힐랄이 유력했다. 지난달 9일 AFP통신이 '메시가 사우디 클럽과 블록버스터급 계약을 맺었다'고 긴급 보도하며 메시의 알 힐랄행 가능성은 수면위로 올랐다. 하지만 곧바로 메시의 아버지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내년 어떤 클럽과도 계약한 것이 전혀 없다. 항상 루머들이 있어왔고 많은 사람들이 리오넬의 이름을 이용해 악명을 떨치지만 진실은 하나뿐"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루머는 사그러 드는 듯 했다.
하지만 스페인 스포르트가 '알 힐랄이 6일 메시 영입을 발표하고 싶어한다'고 전하며 다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어 '알 힐랄은 선수 측의 최종 승인을 받는다면 6일 영입 발표를 할 예정'이라며 '알 힐랄은 이를 통해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사우디를 세계에 알리길 원한다'고 했다. 조건은 말그대로 억소리가 나는 수준이었다. 연봉은 4억유로, 약 5600억원에 달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2배다. 스포르트는 '알 힐랄은 메시에게 한 시즌 당 4억유로를 제안했다. 그들은 모든 수단을 제시했고, 메시의 OK 사인만을 남겨두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호날두를 품으며 이슈의 중심에 선 사우디는 월드컵 개최를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는 사우디 국부펀드를 앞세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했고, 호날두까지 품었다. 최근에는 카림 벤제마까지 알 이티하드로 이적했다. 은골로 캉테, 세르히오 라모스 등도 사우디행을 앞두고 있다. 메시는 사우디가 추구하는 '비전2030'의 정점이었다. '미스터 에브리싱'으로 불리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스포츠를 중심으로 국제적 지위를 높이고 싶어한다. 스포츠 워싱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멈출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알 힐랄이 공식 발표를 원했던 6일, 대반전이 펼쳐졌다. 바르셀로나 관련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토니 후안마르티 기자가 SNS에 메시의 아버지이자 에이전트인 호르헤 메시가 후안 라포르타 바르셀로나 회장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전격 공개했다. 라포르타 회장과 40여분간 대화를 나눈 호르헤는 직접 입까지 열었다. 그는 "메시는 바르셀로나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나도 메시의 복귀를 원한다. 한번 지켜보자"고 했다. 바르셀로나 복귀각이 열리는 모습이었다.
알려진대로 메시는 파리생제르맹에서 뛰면서도 바르셀로나를 그리워했다. 메시는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의 원클럽맨으로, 뼛속까지 바르셀로나 DNA로 가득하다. 바르셀로나에서의 은퇴는 메시에게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 수 있었다. 제반 작업도 이어졌다.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 역시 공식적으로 메시 복귀를 요청했다. 라포르타 회장도 오래전부터 메시 복귀를 추진했다. 바르셀로나는 헤라르드 피케, 호르디 알바, 세르히오 부스케츠 등을 정리하는 등 비율형 샐러리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고,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는 듯 했다. 라리가 사무국의 'OK 사인'까지 떨어졌다.
로이터로이터하지만 여전히 메시가 만족할만한 오퍼는 하지 못했다. 정신적으로 피폐했던 메시가 친정인 바르셀로나로 돌아가기 위해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의 상황은 답보 상태를 거듭했다. 하루 빨리 거취를 결정하고 싶어 하는 메시의 니즈를 채워주지 못했다. 메시는 "또다른 유럽 팀에서도 오퍼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유럽에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오직 바르셀로나이기 때문"이라며 "나는 정말 바르셀로나행을 원했고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일을 겪고 팀을 나오게 된 후 기다리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봐야 하는, 똑같은 상황을 다시 겪고 싶진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바르셀로나가 나를 데려오려면 선수들을 팔고 다른 선수들의 연봉을 삭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진실은 내가 그런 일을 겪는 것도, 그 모든 것과 관련된 이익을 얻는 것도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며 "라리가에서 OK를 해줬지만, 공식적이고 서면으로 서명된 제안은 없었다. 아무것도 진행된 것이 없다. 그게 가능할지 여부도 알지 못한다. 공식적으로 돈 얘기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사이에 데이비드 베컴이 구단주로 있는 인터 마이애미가 뛰어들었다. 메이저리그사커 전체가 나섰다. 디어슬레틱에 따르면 애플이 출시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가 올 시즌부터 10년간 MLS 중계를 책임지는데, '시즌 패스'(한 시즌 중계 패키지 이용권) 수익의 일부를 메시에게 제공하는 안까지 검토했다. 또 다른 후원사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역시 MLS를 통해 창출된 수익을 메시와 공유하는 제안을 따져보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이는 메시의 마음을 흔들었다. BBC에 따르면 메시는 라이프스타일, 축구를 넘어 거대 브랜드들과 협업할 수 있는 여러 조건들에 마음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 차원의 지원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거대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수익적으로도 사우디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벌 수 있다. 여기에 무엇보다 미국 시장 개척이라는 새로운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메시는 이미 마이애미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만큼, 이적을 위한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 상황이다. 메시는 "돈 문제였다면 사우디 혹은 다른 곳으로 향했을 것이다. 나에게 큰 돈처럼 여겨졌지만, 나는 돈이 아닌 다른 요인을 보고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심적인 부분도 고려했다. 모든 면이 낯선 사우디 보다는 미국행이 적응, 가족 등 부분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고려를 한 듯 하다. 메시는 파리생제르맹에서 힘들어하며 심리적으로 피폐해졌다는 기사가 여러차례 나온 바 있다. 메시는 "카타르월드컵을 우승했고, 바르샤에 가지 못하게 됐을 때 나는 MLS로 가서 또다른 방식으로 축구인생을 살면서 내 인생을 더 즐길 시간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물론 같은 책임감과 승리하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모든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심적으로 더 안정적이 될 것"으로 했다. 카타르월드컵 우승으로 세계 최고를 넘어 역대 최고 반열에 오른 메시는 유럽을 떠나 미국에서 선수생활의 마지막 챕터를 장식하게 됐다.
메시가 메이저리그사커로 향하며, 축구 지형도는 다시 한번 바뀔 전망이다. LA갤럭시로 온 베컴 이후 리그의 구심점이 될 슈퍼스타를 찾던 MLS는 마지막 퍼즐을 찾았다. 그 슈퍼스타가 메시다. 마치 펠레가 미국 무대를 개척했던 것처럼, 메시 역시 같은 길을 걷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