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치기’ 큰절 사과했던 어시장... 집에 와보니 또 ‘다리 잘린 게’

263 0 0 2023-06-19 09:34: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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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 일 오후 2시 인천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햇볕이 뜨거운 낮이었지만 젓갈과 생선, 꽃게 같은 해산물을 사러 온 손님들이 점포를 둘러보고 있었다. 소래포구 상인들은 이틀 전,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호객 행위, 섞어 팔기, 물치기(물을 넣어 무게 늘리기), 바가지 등을 척결하겠다”고 약속하며 큰절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래포구에서 살아있는 꽃게를 샀는데, 집에 와서 해보니 다리가 떨어진 꽃게로 바뀌어 있었다’는 내용의 글이 확산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데 대한 사과였다. 상인들은 ‘고객 신뢰 회복’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장을 돌며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지속해서 교육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나 바뀌었을까?


◇사과까지 내놓고 여전한 호객 행위

큰절까지 하며 사과한 이틀 뒤 찾은 소래포구 어시장은 상인들이 다짐한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언니 이리와 봐” “싸게 줄게 여기서 사”라고 외치는 상인들 호객 행위가 이어졌다. 이들은 “다른 가게 가 봤자 가격은 다 똑같다”며 “저울 잘 달아줄 테니 여기서 사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에서 고객을 끌기 위한 호객은 어느 정도 용인될 수 있다. 하지만 처음 부르는 가격과 상인들이 최종적으로 제안하는 가격은 달랐다.  1kg 에 암게는 3만 5000 원, 숫게는 2만원이라면서, 다른 가게로 가려하면 각각 3만원, 1만 8000~1 만 9000 원에 주겠다고 했다. ‘에누리 인심’이 아니라, 소비자로선 어떤 가격이 진짜인지 알 수가 없어 혼란스러웠다.

크고, 튼실한 활(活)게를 들어 보이며 숫게  1kg 에 1만 8000 원을 부르는 가게에서 수게  2kg 을 직접 구매했다. 바구니 두 개를 겹쳐 들고 “좋은 것을 골라주겠다”며 수조를 휘휘 저어 몇 마리를 담더니  2.31kg 이라고 찍힌 저울 숫자를 보여줬다. 저울 숫자가 멈춘건지 확인할 틈도 없었다. 상인은 “아이스박스를 서비스로 주겠다”며 게를 상자에 털어 넣고 끈으로 묶어 건넸다. 어떤 게를 샀는지 확인해볼 틈이 없었다. 집에 돌아와 상자를 풀자 게 다섯 마리 중 네 마리가 다리 없는 게였다. 집게 다리가 하나씩밖에 없고, 몸통에 붙어 있어야 할 다리도 떨어져 없었다. 꽃게 바꿔치기를 당했다는 글쓴이가 올린 사진과 비슷했다.

인천 소래포구는  2012 년만 해도 에버랜드·롯데월드보다 많은  845 만명이 찾은 수도권 대표 관광지였다. 하지만 바가지 상술로 악명이 높아지면서 방문객이 줄었고, 상인들은 지난  2013 년과  2020 년, 작년과 올해에도 바가지요금과 바꿔치기 등을 근절하겠다는 자정대회를 열었다.  10 여년간 수차례 열린 자정대회에도 같은 모습이 반복되면서 소래포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역 축제 바가지요금 여전

이런 상황은 소래포구만이 아니다. 지역 축제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한 방송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방문한 지역 축제에서 상인이 전통 과자 한 봉지를 7만원에 판매하면서 논란이 된 경북 영양군이 대국민 사과문을 올렸다. 이후 지자체마다 축제 먹거리 단속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11 일 열린 경기도 수원 ‘환경사랑축제’에서도 부실한 돼지 바비큐를 4만원에, 생수병에 담아 내놓은 소주를  5000 원에 팔았다는 바가지요금 피해 사례가 올라왔다. 지난  18 일부터 열린 강릉 단오제는 감자전 2장 1만 2000 원, 단오주  6000 원으로 메뉴 가격을 통일했다고 홍보했지만 통돼지바비큐 4만원, 닭발 3만원 등 다른 축제에서 논란이 됐던 메뉴가 여전히 ‘바가지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전통 시장과 지역 축제장에서 바가지 요금·상품 불만족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고객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부족하거나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판매하는 상품의 종류와 중량, 가격이 명확히 표시돼 있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비용을 지불한 뒤 상품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자체들은 비슷한 일이 반복될 때마다 가격 표시제 단속 등에 나선다지만, 관광객을 한번 오고 마는 ‘뜨내기 손님’으로 생각하는 상인들의 욕심을 제어하진 못한다”며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요즘에는 ‘착한 가게’나 ‘상인’을 홍보해주는 방식으로 상인들의 윤리적 판매를 이끌어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펌 네이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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