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사건에 휘말린 프랑스 미드필더 폴 포그바(유벤투스)가 자격 정지를 넘어 불명예스럽게 현역에서 은퇴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이탈리아 매체 '칼치오메르카토' 소속 지안카를로 파도반 기자는 12일(한국시간) "폴 포그바의 축구 경력은 끝났다"라며 포그바 미래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포그바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드필더 중 한 명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자유계약으로 유벤투스로 향한 그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 밑에서 성장하며 유럽 정상급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탈압박 능력과 날카로운 패스, 독보적인 축구 센스를 선보였던 포그바는 유벤투스에 뛴 4년 동안 178경기에 나와 34골 40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고, 세리에A 우승 4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1회, 국제축구연맹(FIFA) FIFPro 월드 베스트11 선정 1회 등 팀 성적과 개인 성적에서 모두 큰 성화를 거뒀다.이후 맨유에 복귀했던 포그바는 다시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력에서는 뛰어난 모습을 종종 보여줬지만, 잦은 기복과 부상 문제로 팀의 에이스로 꾸준히 활약하지 못했고, 이후 에릭 턴 하흐 감독의 계획에서 제외되며 팀을 떠나야 했다.
결국 포그바는 지난해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계약이 만료되자 친정팀 유벤투스로 6년 만에 돌아왔다. 유벤투스는 포그바가 월드 클래스 미드필더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팀으로, 포그바와 좋은 기억이 있는 유벤투스는 그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자 곧바로 계약을 추진했다.
하지만 유벤투스에서도 그의 복귀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포그바는 유벤투스에 합류한지 얼만 안 돼서 포그바는 지난해 7월 프리시즌 중 무릎 반월판에 부상을 입었다. 심각한 부상이었기에 수술이 필요했으나 포그바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수술이 아닌 재활을 택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부상 부위가 호전되지 않자 결국 포그바는 고집을 꺾고 지난해 9월 수술대에 오르기로 결정했다. 수술이 늦어지면서 자연스레 복귀 시점도 뒤로 미뤄져 포그바는 지난 2월이나 돼서야 유벤투스 복귀 후 첫 경기를 가졌다. 하지만 포그바는 곧바로 부상을 다시 당하며 제대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유벤투스는 연봉 1050만 유로(약 150억원)를 수령하는 포그바를 사우디에 매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 매체 'ESPN'은 "유벤투스는 포그바가 떠나길 원한다면 막지 않을 것이며 이적료로 1000만 유로(약 143억원)를 원한다"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언론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도 "유벤투스는 지난 시즌 모든 대회에서 10경기에 나와 161분만 소화한 포그바가 떠나고 싶다고 말하면 이적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봉이 150억이니 포그바는 지난 시즌 1분 뛸 때마다 약 9300만원을 받아 간 셈이다.
이어 "유벤투스는 지난해 여름 이적료 없이 FA로 영입한 포그바를 통해 1000만 유로(약 143억원)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하며 결국 올 시즌도 함께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포그바가 도핑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그가 유벤투스 역사에 남을 최악의 영입으로 꼽힐 가능성이 커졌다.
유벤투스는 12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은 오늘 미드필더 폴 라빌레 포그바가 2023년 8월 20일 실시된 도핑 테스트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옴에 따라 이탈리아 국가 반도핑 재판소로부터 잠정적인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음을 발표한다. 우리는 다음 절차 단계를 평가할 권리를 갖고 있다"라며 포그바의 도핑 양성 이후 징계 소식을 발표했다.구단의 공식 발표 이전에 이미 이탈리아 유력 매체들에서도 포그바의 도핑 관련 보도가 나왔기에 갑작스러운 반대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상 포그바의 도핑 징계는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반도핑 재판소도 AFP 통신에 "우리는 도핑 검사 권고에 따라 포그바의 자격 정지를 선고했다. 테스토스테론에 대한 조항 2.1, 2.2 위반에 대해 제재가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유럽 축구 전문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 또한 개인 SNS에 "유벤투스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반도핑 위반으로 잠정적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결정은 이탈리아 국가 반도핑 재판소 성명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며 포그바가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여 당분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포그바가 도핑 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한 것을 시작으로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 이탈리아 통신사 ANSA가 후속 보도를 이어가며 논란이 확산됐고, 결국 반도핑 재판소로부터 잠정적 출전 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선수 생활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프랑스 축구계도 발칵 뒤집혔다. 레키프는 "포그바는 벤치에 남아 있었다"며 "이미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첫 보도, 그리고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 ANSA가 포그바의 도핑 양성을 연쇄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소속팀 유벤투스의 공식 발표만 남았다"고 밝혔다.RMC 스포츠는 "포그바가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을 보인 뒤 이탈리아 반도핑 재판소에 의해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라며 "포그바는 3일 내 반론할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2차 테스트에서도 도핑 물질이 검출된다면 강력한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 30세의 미드필더는 최대 4년 동안 결장할 수 있다"며 포그바의 징계 수위가 최대 4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파도반 기자는 포그바의 축구 경력은 사실상 끝났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포그바 사건이 터진 이후 몇 시간 동안 확인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실은 유벤투스가 도핑 사건을 방어하지 않고, 다음 절차 단계를 평가할 준비가 됐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할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거의 모든 도핑 상황과 마찬가지로 테스토스테론이 포그바의 소변에서 확인됐다는 건 명확하다"라며 "역 분석을 통해 첫 번째 결과가 확인될 것이고, 포그바가 몰랐으면 2년, 알았으면 4년까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물론 복용한 약이 클럽 의사에 의해 처방됐는지 아니면 선수 개인이 주도해 처방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포그바 도핑 사건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파도반은 곧바로 "포그바의 미래는 더 이상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미 위태로운 그의 경력은 끝났다"라며 사실상 포그바의 커리어가 막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포그바의 에이전트 라파엘라 피멘타는 포그바가 그럴 선수는 아니라고 일단 변호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멘타는 포그바에 대해 "우리는 반대 분석(2차 분석)을 기다리고 있으며,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어떤 의견도 내비치지 않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포그바가 결코 규칙을 깨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으로 포그바가 무엇을 기다릴지 지켜봐야 한다"라며 자신이 관리하는 포그바에 대해 옹호 의견을 펼쳤다.
프랑스 매체 RMC 스포츠도 이번 도핑 양성 결과에 대해 "포그바는 외인성 테스토스테론(남성 신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테스토스테론에 추가된 것) 섭취가 자발적이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라며 포그바가 이번 도핑 테스트 검사 결과에 대해 적절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매체들이 보도한 대로 포그바가 규정에 따라 최대 4년까지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을 경우 유벤투스는 포그바의 남은 계약 기간을 온전히 날리게 된다. 유벤투스는 지난 2022/23 시즌을 앞두고 포그바와 3년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출전 정지 이후에도 포그바에게 주급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기에 1050만 유로(약 15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온전히 날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포그바는 유벤투스 역사상 최악의 영입이 될 전망이다. 포그바는 현재까지 유벤투스에서 리그 8경기, 코파 이탈리아 1경기, UEFA 유로파리그 3경기 출전에 그쳤는데, 유벤투스는 12경기에 출전한 선수에게 총 3150만 유로(약 448억원)를 투자한 꼴이기 때문이다.
맨유에서의 부진 이후 반등을 위해 이적한 친정팀에서 부상에 이은 도핑 징계까지 받게 된 포그바가 이번 문제에서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유벤투스 팬들과의 기억도 최악으로 끝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