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선수라면 국가대표가 되는 걸 꿈꾸고 있을 것이다. 저 역시 마찬가지다. 늘 노력하고,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태극마크 때문이었다. 겸손하게 준비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태극마크에 매달리면 실망감이 큰 법이다. 이제는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한다. 크게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주민규)
아시안컵을 앞둔 국내파 위주 명단이 발탁됐다. 붙박이 공격수였던 황의조가 불법 촬영 혐의로 국가대표팀에 차출되지 못하면서 주민규에게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공격수 한 명을 빼면서 주민규를 외면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 1월부터 카타르에서 열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비 국내훈련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윈터 브레이크 기간에 들어간 해외파가 포함됐지만 국내파 위주 최종 담금질이다.
12월 말에 최종 명단이 발표될 예정이지만, 18일 국내 최종 훈련 명단에 시선이 쏠렸다. 이유는 공격수 포지션이다. 클린스만 감독 붙박이 공격수로 조규성(미트윌란)과 황의조(노리치 시티)가 매번 뽑혔지만 11월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이후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겼다.
황의조가 당분간 명단에서 이탈됐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황의조와 연인으로 만났다고 주장한 A씨가 SNS상에서 "황의조가 다수의 여성과 관계를 맺었다. 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가스라이팅을 했다"라며 황의조와 여성들이 찍힌 동영상, 사진을 인터넷상 계정에 뿌려 공유했다.
해당 영상과 사진들은 축구 팬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퍼졌다. 이를 인지한 황의조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휴대전화를 도난 당했다고 알렸고, 휴대전화에 있던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유포자를 꼭 물색해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황의조는 유포 피해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경찰이 관련 영상과 유포자를 수사, 추적하는 과정에서 황의조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성폭력처벌법상 불법 촬영 혐의로 소환해 황의조를 조사했다.10월 튀니지, 베트남과 평가전 이후 이어졌던 11월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멤버로 차출됐던 황의조는 17일 직접 경찰해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황의조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대환이 "2022년 11월 그리스에서 분실된 황의조 개인 휴대전화에 담겼던 영상이다. 과거 황의조와 교제했던 여성의 모습이 담겼으나, 분명한 건 연인 사이에 합의된 영상이다. 황의조는 현재 영상을 소지하지도, 유출한 사실도 없다"이라고 알렸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영상 촬영에 동의한 적이 없었다. 싫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촬영 직후 삭제를 요구했다. 피해자의 거부 의사와 삭제 요구가 있었지만 황의조가 이를 무시했다. 불법 촬영이 반복됐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촬영 자체를 몰랐던 케이스도 있었다. 황의조는 6월 말 피해자에게 연락을 했고, 유포자를 빨리 잡으려면 '유포자를 고소해달라'고 알렸다. 피해자는 당혹스러웠지만 유포자를 잡지 못한다면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깊은 고심 끝에 경찰에 유포자의 불법 유포, 황의조 불법 촬영을 정식으로 고소했다"고 말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KFA)는 축구회관에서 윤리위원회, 공정위원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위원장단을 비롯한 협회 주요 임원이 참석해 최근 불법 촬영 혐의를 받고 있는 황의조 문제를 논의했다.
한 시간이 넘는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은 '철퇴'였다. 회의가 끝난 이후 협회는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황의조 선수를 국가대표팀에 선발하지 않기로 했다"라며 국가대표 자격을 잠정 박탈하기로 매듭 지었다.회의를 주재한 이윤남 윤리위원장은 "아직 범죄 사실 여부에 대한 다툼이 지속 되고 있고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협회가 예단하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라면서도 "국가대표는 큰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자기관리를 해야 하며, 국가대표팀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위치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황의조가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 이로 인해 정상적인 국가대표팀 활동이 어렵다는 점, 국가대표팀을 바라보는 축구 팬 기대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황의조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덧붙였다.
황의조 이탈로 K리그 토종 골잡이 주민규(울산HD)에게 시선이 쏠렸다. K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했기에 황의조 공백을 메울 선수로 평가됐다. 울산이 전북현대를 꺾은 K리그 최종전에서 대표팀 차출 가능성 질문에 주민규는 "모든 선수라면 국가대표가 되는 걸 꿈꾸고 있을 것이다. 저 역시 마찬가지다. 늘 노력하고,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태극마크 때문이었다. 겸손하게 준비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태극마크에 매달리면 실망감이 큰 법이다. 이제는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한다. 크게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결정은 외면이었다. 주민규는 올 시즌 K리그1 36경기를 뛰고 17골을 기록, 득점왕을 차지했다. 소속팀 울산의 구단 역사상 첫 리그 2연패를 이끌었지만 12월 명단에 들지 못하면서 아시안컵에 합류할 가능성이 떨어졌다.클린스만 감독은 공격수 포지션에 한 명을 데려갈 참이다. 조규성은 지난 여름 덴마크 무대로 진출해 올 시즌 리그 8골을 터뜨려 득점 부문 리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맹활약했고 K리그 득점왕에 이어 유럽 무대에서도 골 감각을 유지하고 있어 홀로 대표팀 공격을 책임질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은 황의조 빈자리를 다른 공격수로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튼) 등이 프리미어리그에서 9번 자리에서도 꽤 좋은 역할을 보였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득점 상위권으로 경쟁하고 있고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황희찬도 올시즌 울버햄튼 팀 내 최다 득점자로 최근 2028년까지 재계약에 성공했다.
12월 국내파 위주로 합류한 대표팀은 26일부터 31일까지 훈련에 들어간다. 빡빡한 일정을 치르고 왔기에 실외 훈련없이 호텔에서 실내 훈련과 체력 회복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내 훈련이 끝나면 내년 1월 2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카타르와 환경이 흡사한 지역에서 뛰며 본격적인 아시안컵 대비에 나선다. 아랍에미리트에서 한 차례 공식적인 평가전이 진행될 예정이다. 프리미어리그 등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아랍에미리트 훈련 기간에 합류할 예정이며 1월 10일 완전체가 카타르에 입성하게 된다.12월 명단에 포함된 K리그에서 뛴 선수들은 총 11명이다. 올시즌 K리그 2연패를 해낸 울산HD 선수들이 5명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김주성(FC서울), 이기제(수원삼성), 이순민(광주FC) 등이 이름 올려 아시안컵 최종 명단 합류에 구슬땀을 흘린다.
12월에 합류하는 해외파는 조규성,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 정우영(VfB 슈투트가르트), 이재성(마인츠) 등이다. 특히 황인범은 올여름 즈베즈다에 이적해 팀 주전급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1골 1도움으로 맨오브더매치(MOM)급 활약을 보였다. 양 팀 통틀어 최고 평점으로 존재감을 보였다.
훈련은 대표팀 피지컬 코치인 베르너 로이타드 코치와 이재홍 코치가 진행한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컨디셔닝 등을 통해 최근 시즌을 마친 선수들의 체력상태와 피로도 등을 점검하고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집중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이 시즌을 끝내고 많이 지쳐있는 상태다. 아시안컵 준비를 시작해야 할 상황이라 적절한 휴식과 훈련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려고 한다. 이후 카타르로 떠나도록 하는 것이 이번 훈련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는 23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났다. 26명의 최종명단은 오는 28일 발표될 예정이다. AFC에 제출된 26명의 선수 중 경기마다 23명을 등록한다. 나머지 3명은 경기를 테크니컬 시트에 앉아 경기를 지켜본다.한국은 2024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에 포함됐다. 바레인, 요르단, 말레이시아와 녹아웃 스테이지 진출권을 놓고 경쟁한다. 한국은 1960년 대회 이후 64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 오는 1월 15일 바레인과 첫 경기를 시작으로 아시안컵 우승 레이스에 첫 발을 내딛는다.
이번 대회는 24개국 출전, 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각 조 1위와 2위 12개 팀이 16강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남은 4자리는 각 조 3위 중에 성적이 좋은 상위 4개 팀이 16강에 합류하게 된다.
12월 아시안컵 대비 대표팀 소집 명단
골키퍼: 조현우(울산HD), 송범근(쇼난벨마레)
수비수: 김영권, 정승현, 김태환, 설영우(이상 울산HD), 김진수(전북현대), 이기제(수원삼성), 김주성(FC서울)
미드필더: 이재성(마인츠),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이순민(광주FC), 문선민, 박진섭(이상 전북현대)
공격수: 조규성(미트윌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