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그야말로 '행복 축구'다.
토트넘 홋스퍼를 떠난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새로 진출한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받게 될 연봉이 축구 팬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요리스는 올 시즌 개막하고 안지 포스테코글루 새 사령탑 선택을 받지 못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토트넘의 주전 수문장과 주장직을 맡았던 요리스는 주장 완장은 손흥민에게, 주전 골키퍼 장갑은 신입 문지기 굴리엘모 비카리오에게 넘겨준 후 '뒷방 늙은이'가 됐다. 경기를 뛰고 싶어 기회를 엿보던 요리스는 결국 지난해 말 구단과의 합의를 통해 잔여 계약을 해지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LA FC로 이적했다.
정말 출전 시간이 고팠던 것일까.
그는 뛸 수 있는 팀을 찾기 위해 자신의 급여도 대폭 삭감하는 결단력을 보였다. '디 애슬레틱' 소속 MLS 전문 기자 톰 보거트는 4일(한국시간) 축구 전문 매체 '커트오프사이드' 팟캐스트에 출연해 "MLS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과 관계자들, 팬들 모두가 요리스가 받는 연봉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35만 달러(약 4억 6000만원)밖에 되지 않는 연봉을 수령한다"고 전했다. 주급으로 환산하면 5000달러다. 한화로 7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K리그1 각 구단 주전급 골키퍼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보거트는 요리스 근황에 대해 알리며 MLS 관계자들로부터 들은 소식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보거트는 "요리스는 올해부터 연간 35만 달러밖에 벌지 못한다. 이는 MLS 골키퍼 연봉 순위에서도 28위에 위치하는 매우 낮은 수준의 급여"라고 밝혔다. 이어 "정말 미친 결정이다. (LA FC를 제외한) MLS 여러 구단들이 내게 연락해 '이게 뭐야, 우리가 체결하는 계약은 이런 저렴한 수준이 전혀 아닌데!'라며 불평하기도 했다"고 전한 보거트는 "요리스에게 돈은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던 셈"이라고 정리했다.
영국 축구 전문 매체 '90MIN'에 따르면 보거트의 주장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해당 매체는 MLS 전역에서 뛰고 있는 주전 골키퍼들의 연봉을 소개하며 "요리스보다 더 많은 연봉을 벌거나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받는 MLS 주전 수문장의 숫자는 25명"이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가장 많은 연봉을 수령하는 골키퍼는 세인트루이스 시티의 골키퍼 로만 뷔르키로 2023년 한 해에만 150만 달러(약 20억원)에 달하는 액수를 받았다.
요리스처럼 주급을 대폭 삭감하며 팀에서 뛰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보거트는 "마치 과거 LA FC와 계약을 맺었던 개러스 베일, 조르지오 키엘리니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베일은 지난 2022년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LA FC로 합류하며 원래 받던 연봉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영국의 언론 매체 '미러'에 따르면 베일은 1년간 130만 파운드(약 21억원) 수준의 저렴한 연봉을 받았다. 레알에서 2880만 파운드(약 480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았던 점을 상기하면 매우 적은 돈을 받은 셈이다.
키엘리니 또한 고작 100만 달러(약 13억원)에 불과한 연봉을 받으며 LA FC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지난 2022년 스포츠 전문 매체 '기브미스포츠'는 "키엘리니의 연봉은 MLS 상위 25명의 연봉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이탈리아에서 빼어난 활약으로 명성을 떨쳤던 선수임을 감안했을 때는 매우 저렴하다"고 평했다.
요리스는 2012년부터 2023년까지 토트넘에서 뛰며 매년 최소 416만 파운드(약 69억원), 2016년부터는 520만 파운드(약 86억원) 연봉을 받았다. 그러나 LA FC와의 계약으로 그에게 정말 절실했던 것은 출전 기회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2018년 조국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고 전 소속팀인 토트넘에서도 444경기를 뛰며 구단 역대 최다 출전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요리스가 돈을 접어두고 미국에서의 여러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나선 행보의 끝이 궁금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