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아라비아 감독이 한국의 네번째 승부차기 키커의 킥을 보지도 않고 경기장을 떠난 행위가 현지에서도 논란이다.
이탈리아 매체 '풋볼이탈리아'는 아랍 방송 'beIN스포츠'의 영상과 보도를 토대로, 이탈리아 출신 만치니 감독이 31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카타르아시안컵 16강전에서 '조기 퇴장'한 사연을 소개했다.
만치니 감독은 1-1 무승부로 맞이한 승부차기에서 한국의 1~3번째 키커 손흥민(토트넘) 김영권(울산) 조규성(미트윌란)이 모두 득점하고, 사우디 3~4번째 키커가 한국 골키퍼 조현우(울산)의 선방에 막혀 2-3으로 끌려가자, 돌연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한국의 4번째 키커인 황희찬이 골을 넣지 못했다면, 사우디에도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릴 기회가 찾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만치니 감독은 안 봐도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다는 듯, 등을 돌렸다.
만치니 감독은 경기 후 '급사과'했다. 스탠딩 인터뷰에서 "경기장을 먼저 떠난 것에 대해 사과하겠다. 경기가 끝난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흔히 볼 수 없는 지도자의 기행에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beIN스포츠' 스튜디오에서 한국-사우디전을 생중계한 디디에 도미는 만치니 감독이 자기 선수들을 포기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아랍 매체 '쿠라'는 만치니 감독의 행동이 "도발적이로 무례하다"고 지적했다.
사우디는 지난해 8월 만치니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연봉 약 3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이번대회에 참가한 지도자 중 가장 몸값이 높은 만치니 감독은 '무례한 행동'으로 사우디 선수들과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고, 승부차기가 끝나기 전에 도망간 감독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만치니 감독은 "세계 최고의 팀 중 한 팀을 상대로 우리 선수들이 잘 싸웠다"라고 총평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을 추켜세우면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시전'했다. 기사회생하며 16강을 통과한 한국은 내달 3일 호주와 8강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