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토트넘 홋스퍼와 손흥민이 사실상 종신 계약을 앞두게 됐다. 둘 모두 흔들림 없는 신뢰로 10년 이상의 동행을 예정한 가운데 손흥민은 애스턴 빌라전서 최근 기세를 이어갈 태세다.
토트넘은 오는 10일(한국시간) 오후 10시 영국 버밍엄에 위치한 빌라 파크에서 애스턴 빌라와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승점 6점짜리 맞대결이다. 15승5무6패, 승점 50으로 5위에 위치한 토트넘은 4위권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번 경기를 무조건 잡을 필요가 있다. 4위 빌라가 한 경기 더 치르고 6점 앞서 있기 때문에 원정에서 승점 3점을 따내 격차를 좁혀야 한다. 패할 경우 승점 차는 9점까지 벌어진다. 향후 일정에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캡틴 손흥민의 발끝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라운드에서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로 리그 13호골을 넣은 손흥민은 빌라전서 2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당시 손흥민은 2-1로 앞서던 후반 43분 쐐기골을 넣었다. 토트넘이 수비에 성공한 후 역습을 시도했고, 공이 침투하던 손흥민에게 곧바로 연결됐다. 공을 잡은 손흥민은 팰리스 수비보다 빠른 스피드로 골문 앞까지 질주했다. 일대일 상황에서 오른발로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골키퍼의 다이빙 방향을 완벽히 속인 슈팅이었다. 이 골로 손흥민은 리그 13번째 득점을 신고했다.
동시에 리그 득점 순위 6위에 올랐다. 선두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이 18골, 2위 올리 왓킨스(빌라)가 16골, 3위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15골, 공동 4위 재러드 보언(웨스트햄)과 도미닉 솔란케(본머스)가 14골을 기록 중인 가운데 손흥민은 득점왕 경쟁에도 다시 불을 지필 예정이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도 "손흥민은 최근 페이스를 이어가면 득점왕에 올랐던 2021-22시즌 리그 23골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라고 분석하면서 평소 몰아치기에 능한 손흥민이 다시 득점왕 경쟁에 합류할 거라고 봤다.
득점 감각뿐만 아니라 경기력 자체가 좋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공식 SNS를 통해 손흥민의 오프 더 볼 능력을 강조했다. 브레넌 존슨이 오른쪽 측면에서 수비를 제치고 중앙으로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손흥민은 박스 중앙에서 중앙 수비 두 명, 중앙 미드필더 한 명의 시야에 있었다.
손흥민은 존슨이 박스 안으로 계속 들어오자 처음에 골문 쪽으로 들어가는 척 하면서 뒤로 빠져서 컷백 패스를 받으려고 했다. 크리스 리차즈가 존슨에게 딸려 나갔고 윌 휴즈가 리차즈의 자리를 메우러 수비라인과 발을 맞췄다.
조엘 워드가 손흥민의 움직임에 뒤로 딸려 나갔고 워드와 골키퍼 사이로 공간이 났다. 존슨은 그 공간으로 낮은 크로스를 시도했고 반대편에서 침투하던 베르너가 이 크로스를 놓치지 안혹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손흥민의 움직임이 어떻게 수비진을 끌어 내는지 보자"라며 득점 장면을 올렸고, 해당 게시물은 조회수 559만2000회, 좋아요 18만3000여개를 기록하며 엄청난 화제가 됐다.
또한 손흥민이 빌라를 상대로 강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빌라전 통산 8경기에서 6골을 넣었다. 득점왕 시즌이었던 2021-22시즌에는 해트트릭을 기록한 좋은 기억도 가지고 있다.
빌라 레전드 공격수 가브리엘 아그본라허도 손흥민의 능력을 경계했다. 영국 토크스포츠에 따르면 아그본라허는 "빌라의 승리를 원하지만 손흥민이 두렵다. 토트넘의 속도에 고전할 것 같다"라며 3-3 무승부를 예상했다.
이어 "이 경기는 이번 라운드 최고의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두 팀 모두 수비 라인을 높게 가져가기 때문에 뒷공간이 많이 열릴 거다. 득점이 많이 나올 것 같다'라고 예상했다.
영국 더부트룸 또한 "토트넘 공격진은 상대 수비 배후 공간을 빠른 속도로 공략하는 걸 즐긴다"라며 "손흥민, 티모 베르너, 브레넌 존슨이 있으며 이들에게 침투 패스를 넣어줄 제임스 매디슨도 있다"라며 "토트넘은 빌라의 강한 압박을 이용할 수 있다. 토트넘은 상대가 높은 지역까지 올라오는 걸 좋아할 것"이라며 발 빠른 손흥민이 빌라 수비진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팀 분위기도 좋다. 8일 토트넘 수비수 벤 데이비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토트넘 선수들이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손흥민과 제임스 매디슨, 미키 판더펜, 브레넌 존슨, 올리버 스킵 등이 한 식당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팬들은 "이런 사진들 너무 좋다", "팀 분위기 최상이네", "선수들 분위기 너무 좋아보인다"라며 빌라전 활약을 기대했다.
빌라전을 앞두고 손흥민에게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올 여름 사실상 종신 계약 수준의 재계약을 체결할 거라는 영국 현지 보도가 나왔다.
풋볼인사이더는 8일 "토트넘은 손흥민과 새로운 계약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여름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독점보도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지던 손흥민 재계약 소식이 드디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매체는 "토트넘은 손흥민이 1년 더 머물게 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지고 있지만 기적으로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은 2025년 여름 만료된다. 현재 양측이 초기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즌이 끝나면 새로운 게약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흥민과 토트넘 모두 이번 시즌 마지막 레이스에 집중하고 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라고 일단 남아있는 일정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토트넘 레전드로 활약한 손흥민이 드디어 보상을 받았다. 손흥민은 지난 몇 시즌 동안 토트넘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성장해 바이엘 레버쿠젠을 거쳐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첫 시즌을 제외하고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며 주축 공격수로 활약했다.
2021-22시즌에는 생애 첫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리그에서만 35경기에 출전해 페널티킥 없이 23골을 집어넣어 모하메드 살라와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 시즌에는 다소 부진한 활약 속에서도 10골을 넣은 손흥민은 이번 시즌 완전한 주포로 자리매김했다. 팀 동료 해리 케인이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후 팀 득점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리그 23경기에서 13골 6도움으로 팀 내 최다골을 기록함과 동시에 이타적인 플레이도 선보였다.
사우디는 이런 손흥민을 영입해 리그 가치를 올리겠다는 게획이다. 손흥민을 포함해 프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살라와 더브라위너까지 영입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다소 나이가 많지만 변함없는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는 모드리치를 오일머니로 유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손흥민이 사우디로 이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손흥민은 자신의 입으로 직접 사우디 리그는 가지 않을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해 여름 사우디 알이티하드 이적설이 불거졌을 때 손흥민은 "난 아직 거기에 갈 준비가 안 돼 있다. 프리미어리그가 더 좋고, 여기서 더 해야 할 일이 더 남아 있다. (기)성용이 형이 그때 이야기한 적이 있다"라며 희대의 명언이었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은 중국에 가지 않는다'를 언급했다.
나라만 다를 뿐 돈을 바라보고 유럽을 떠나는 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의미였다. 사우디의 막대한 연봉 제안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외쳤던 손흥민이다. 토트넘도 손흥민을 판매할 경우 적지 않은 이적료를 챙길 수 있으나 레전드 대우를 해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토트넘과 재계약을 앞둔 손흥민이 빌라전에서도 축포를 쏘아올리며 최근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