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 농도 여전히 기준치 미달
”날짜 미뤄서라도 센강에서 경기할 것”
에펠탑 인근 센강변에서 2024 파리올림픽 카운트다운 시계가 방수천으로 덮인 채 보트로 이동하는 모습. /로이터
2024 파리 올림픽이 약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수영 경기가 열릴 센강 수질에 ‘빨간불’이 켜졌다. 프랑스 당국이 약 2조원을 투입하며 센강 수질 개선에 나섰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센강에서의 경기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자신하고 있다.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은 1924년 이후 정확히 100년 만이다. 에펠탑, 개선문 등 역사적인 곳에서 펼쳐질 경기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센강에서도 수영 경기가 예정돼 있지만, 올림픽이 약 100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도 센강 수질은 기준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센강의 알렉상드르 3세 다리와 알마 다리 구간에서는 철인 3종 수영 종목과 ‘수영 마라톤’으로 불리는 오픈 워터 스위밍이 열린다.
지난 8일 수질 모니터링 단체인 서프라이더 재단에 따르면 센강의 수질 상태는 수영 적합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재단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 동안 센강 구간에서 14개의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단 한 곳만 기준치를 통과했다. 수영에 적합한 물이 되려면 100mL당 대장균은 1000개, 장구균은 400개의 개체수를 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센강에서 채취한 샘플 중 기준치를 통과하지 못한 13개 샘플에서는 100mL당 평균 대장균 수치가 2000개, 장구균은 500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대장균 수치가 기준치의 2배가 넘는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월 7일 알마 다리 부근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검출된 대장균은 7250개에 달했고, 장구균도 1190개나 검출됐다.이미 수질 오염이 심각한 상태인데 비가 오면 더 문제다. 비가 오랜 시간 내리거나 한 번에 많이 내릴 경우 빗물과 폐수가 혼합돼 강으로 방류되기 때문이다. 오염된 물에 들어 있던 박테리아균이 그대로 센강으로 들어오게 된다. 서프라이더 재단은 철인3종과 오픈 워터 스위밍이 열리는 7월 말∼8월 초엔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어 수질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에도 8월 5∼6일 센강에서 오픈 워터 스위밍 월드컵을 개최하려 했지만 폭우로 수질이 악화하는 바람에 취소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어떤 경우라도 센강에서 경기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서프라이더가 센강 수질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주최 측은 “서프라이더의 조사 기간에는 수질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겨울 동안 내린 비로 인해 유독 더 오염된 상태였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센강의 수질은 하계 올림픽에 맞춰 ‘가능한 상태’로 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폭풍우가 몰아칠 것이라는 두려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면서 “조직위는 올림픽 기간에 센강에서 수영할 수 있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어 한다”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당국이 가장 공을 들이는 곳 중 하나가 센강이기 때문에 당초 계획대로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센강은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간 올림픽 개막식은 경기장에서 진행됐었는데, 사상 처음으로 외부에서 열리는 것이다. 수질 오염 때문에 100년 동안 입수가 금지됐던 센강의 수질 개선을 위해 프랑스 정부는 13억 유로(약 1조9098억원)를 투입하기도 했다.
토니 에스탕게 파리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센강에서 대회를 하기로 했을 때 우리는 이것이 큰 도전이 될 것을 알았지만, 당국과 수질 개선을 위해 노력한 프로젝트는 환상적”이라며 “비가 오거나 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우리에겐 그에 대한 대비책이 있기 때문에 센강에서 수영 경기가 차질 없이 개최될 것을 확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센느강에서 열릴 올림픽 및 패럴림픽 수영 경기를 위한 대체 경기장은 없지만, 폭우가 내릴 경우 경기 날짜가 1~3일 연기될 수 있다”라고 했다.
김효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