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의 이마나가 쇼타. /AFPBBNews=뉴스1누가 예상했을까. 이마나가 쇼타(31·시카고 컵스)가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손꼽히는 스타트를 보여주며 역대급 데뷔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마나가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시애틀 매리너스와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방문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해 5⅓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0자책점)을 기록하며 시즌 2승에 성공했다.
대체로 안정적인 피칭이었다. 높은 쪽 직구와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활용해 시애틀 타자들의 헛스윙을 연거푸 유도했다. 이날 유일한 실점은 2회에 나왔다. 1회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이마나가는 컵스가 1-0으로 앞선 2회 말 1루수 마이클 부시의 포구 실책으로 미치 해니거를 1루에 내보냈다. 이후 호르헤 폴랑코에게 안타를 맞았고 루이스 우리아스에게 좌익선상 적시 2루타를 맞아 1-1 동점을 허용했다. 이마나가의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실점이었으나, 실책 이후 나온 실점이었기에 자책점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그뿐이었다. 후속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3회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4회 말도 해니거와 미치 가버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후속 타자들을 모두 외야 뜬 공 처리하면서 실점 없이 마무리했다. 5회에는 세비 자발라를 6구 끝에 파울 팁 삼진으로 잡고 J.P.크로포드에게 내야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후속 두 타자를 단 공 두 개로 돌려세우면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유일하게 아쉬웠던 이닝이 컵스가 2-1로 앞선 6회였다. 해니거와 폴랑코에게 연거푸 볼넷을 내주며 흔들리더니 가버의 땅볼에 1사 2, 3루 위기에 놓였다. 컵스는 마크 라이터 주니어로 교체했고, 이 선택이 적중했다. 라이터 주니어는 후속 두 타자를 공 11개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면서 이마나가의 승리 투수 요건이 지켜졌다. 컵스는 이후 7회 마이클 부시, 8회 미구엘 아마야의 솔로포로 4-1 승리를 확정했다.
이마나가 쇼타(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시카고 컵스 동료들과 함께 웃고 있다. /AFPBBNews=뉴스1
그러면서 이마나가는 메이저리그 진귀한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MLB.com의 통계 분석 전문가 사라 랭스 기자는 자신의 SNS에 "이마나가는 자책점을 매기기 시작한 1913년 이후 커리어 첫 3경기를 모두 선발 등판해 각각 4이닝 이상 던지면서 자책점 0을 기록한 역대 3번째 투수"라고 소개했다.
2021년 루이스 길, 2023년 앤드류 애보트에 이은 3번째로 이는 오타니 쇼헤이(30), 야마모토 요시노부(26·이상 LA 다저스)도 못한 역사적인 기록이었다.
이마나가는 일본프로야구(NPB) 8시즌 동안 165경기 64승 50패, 평균자책점 3.18, 1021탈삼진, 이닝당 출루 허용(WHIP) 1.12를 기록한 일본의 대표 투수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에서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3이닝 동안 1피홈런 1실점 3탈삼진을 기록하며 일본의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컵스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LA 에인절스 등 여러 팀과 경쟁을 통해 4년 5300만 달러(약 734억 원) 계약을 체결하며 이마나가 영입전에서 승리했다.
이 계약은 현재로서는 대성공이다.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501억 원) 계약을 체결하며 기대를 모은 야마모토보다 훨씬 나은 스타트다. 야마모토는 티핑(투구 습관이나 동작에 따라 구종이 구별되는 것)이 들켰다는 지적을 받으며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시즌 스타트가 좋지 못하다. 특히 1선발의 중책을 맡았음에도 16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이마나가는 지난 2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메이저리그 데뷔전부터 6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최강팀이자 일본 국가대표 동료들이 포진한 LA 다저스를 상대로도 4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3번째 경기에서도 승리 투수가 되면서 734억 투자가 아깝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