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다' 박고 키운 유격수 부상…백업 민낯 더 뼈아팠다

129 0 0 2024-05-02 10:41: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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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주전 유격수 박준영이 1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 도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돼 걱정을 사고 있다.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유격수 박준영은 홈으로 전력질주를 하다 햄스트링 통증을 느껴 교체됐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가 주전 유격수 박준영의 부상을 뼈아파할 새도 없이 무거운 현실과 마주했다. 경기 도중 유격수 딱 한 명이 빠졌을 뿐인데 실책이 쏟아지는 등 공백이 너무도 컸다.

두산은 1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2-9로 역전패했다. 2-1로 앞서다 박준영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경기장의 공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박준영은 5회말 선두타자로 유격수 내야안타를 쳐 출루한 뒤 조수행의 희생번트와 상대 포수 강민호의 패스트볼에 힘입어 3루를 밟았다. 1사 3루에서 정수빈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쳤는데, 타구가 아주 깊진 않아서 태그업한 뒤 홈까지 전력질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박준영의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겼다. 박준영은 홈플레이트까지 1/3정도 남은 시점부터 다리에 이상을 느낀 듯 달리는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득점한 뒤로는 고통스러워하며 멈춰 섰다.

두산 관계자는 "주루 플레이 도중 우측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껴 교체됐다. 2일 정밀 검진을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햄스트링 부상은 아무리 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해도 최소 2주 정도는 자리를 비워야 한다. 두산과 박준영 모두 2일 검진 결과가 희망적이길 바라고 있겠으나 최소 2주는 박준영을 대체할 유격수를 찾아 나서야 한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6회초 수비를 앞두고 박계범을 박준영의 대수비로 투입했다. 그런데 박계범이 들어가자마자 일을 냈다. 공교롭게도 선두타자 구자욱의 타구가 유격수 박계범에게 향했는데, 평범한 땅볼을 포구 실책을 저지르면서 무사 1루가 됐다. 브랜든은 다음 타자 맥키넌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고, 무사 1, 2루에서 다시 한번 강민호에게 3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강민호의 발을 고려하면 병살타까지 도전해 볼 만했는데, 믿었던 3루수 허경민마저 포구 실책을 저질렀다. 실책 행진 속에 무사 만루 위기로 이어졌고, 브랜든은 김영웅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해 2-2가 되자 최지강으로 교체됐다.

삼성은 흔들리는 두산을 더 두들겼다. 계속된 무사 만루 기회에서 이성규가 중견수 왼쪽 적시타를 때려 2-3으로 뒤집혔다. 삼성이 또다시 무사 만루 기회에서 대타 류지혁 카드를 꺼내자 두산은 최지강이 공 하나밖에 던지지 않은 상황에서 좌완 이병헌을 내보냈다. 류지혁이 유격수 땅볼로 타점을 올려 2-4가 됐고, 1사 1, 3루에서는 대타 김성윤이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쳐 2-5까지 벌어졌다. 여기서 이미 경기가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책 2개의 파장은 꽤 컸다.

이 감독은 두산에 부임해 줄곧 주전 유격수 찾기에 열을 올렸다. 올해로 39살이 된 김재호의 다음 세대를 마련해 둬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김재호를 밀어낼 선수가 마땅히 나타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지난해는 이유찬을 가장 먼저 밀어줬으나 시즌을 치를수록 공수에서 문제가 나타났고, 결국 김재호가 시즌 중반부터 다시 주전 유격수를 맡았다. 포스트 김재호로 평가받던 안재석은 손목 부상 관리 차원에서 현역 입대를 선택한 상황. 이 감독은 올 시즌을 구상하면서 수비가 꽤 안정적이고 장타력도 갖춘 박준영을 주전 유격수로 밀어붙였다.

박준영은 시즌 초반 타율이 1할대에 머물 정도로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아 애를 먹긴 했으나 수비는 꽤 안정적이었다. 이 감독은 박준영에게 꾸준히 기회를 줬고, 믿음 속에 최근에는 타격감도 살아나면서 '드디어 주전 유격수를 찾았다'고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개막 34경기 만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할 위기에 놓였다.

▲ 두산 베어스 박계범 ⓒ 두산 베어스
▲ 이유찬 ⓒ 두산 베어스


첫 대체자였던 박계범은 급작스럽게 경기에 투입되면서 수비에서 크고 작은 실수가 나왔다. 기록된 실책 외에 수비 움직임에서 버벅거리는 동작이 종종 나왔다. 사실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긴 했다. 박계범은 개막부터 40일째 1군 엔트리를 지키고 있는데 24경기에 출전해 20타석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유격수 수비 이닝은 19이닝에 불과하다. 2루수로는 24이닝, 3루수로는 15⅔이닝을 뛰었다. 팀 내 주전 내야수들의 수비 이닝은 현재 전부 200이닝이 넘는다.

이 정도 1군 활용도면 경기 감각 유지 차원에서라도 퓨처스리그에 다녀와야 했는데 박계범은 1군 벤치만 지키고 있다. 이러면 아무리 선수가 뒤에서 훈련을 한다고 한들 그라운드에서 자기 기량을 보여주기 힘든 게 사실이다. 1일 경기처럼 주전 선수의 부상으로 1점차 긴박한 상황에 갑자기 투입됐을 때 떨어진 경기 감각은 바로 티가 난다.

두산 백업의 뼈아픈 민낯을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다. 박계범뿐만 아니라 현재 두산 백업 야수들 가운데 벤치만 지키고 있는 선수는 더 있다. 내야수 이유찬과 외야수 김태근 등이 그렇다. 이유찬은 1군에 등록된 23일 동안 12경기에서 2타석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12경기는 모두 교체 출전이었다. 김태근은 1군에 등록된 27일 동안 16경기에서 17타석에 들어갔다. 두 선수는 대주자로 쓰임이 겹치는 중복 자원이기도 하다. 수비 이닝은 김태근이 외야 모든 포지션을 통틀어 48⅔이닝을 기록했고, 이유찬은 2루수로 단 6이닝밖에 뛰지 않았다.

1군이 아무리 꿈의 무대라고 한들 이 정도로 벤치에만 앉아 있을 바에야 퓨처스리그에서 몇 경기라도 더 뛰면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어차피 1주일에 한두 타석 정도 기회가 돌아가는 백업이라면 현재 2군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기회를 기다리는 선수에게 한번쯤 1군의 맛을 보여 주는 게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박준영의 이탈로 두산은 당장 1군에 있는 백업 선수를 대체자로 생각한다고 해도 2군에서 야수를 수혈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했다. 현재 2군에서 유격수가 가능한 내야수로는 김재호, 권민석 등이 있다. 김재호는 퓨처스리그 8경기에서 타율 0.364(22타수 8안타), 6타점, 권민석은 22경기에서 타율 0.333(54타수 18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박지훈과 오명진 등은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고려할 수 있는 백업 내야수 후보들이다. 박지훈은 퓨처스리그 22경기에서 타율 0.306(85타수 26안타), 10타점, 오명진은 19경기에서 타율 0.277(65타수 18안타), 11타점을 기록했다. 김재호, 권민석, 박지훈, 오명진 등 언급한 4명은 올해 아직 1군의 부름을 받은 적이 없다.

▲ 두산 베어스 김재호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권민석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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