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제일 잘 쓰는 편지 & 유서

231 0 0 2024-05-09 11:04: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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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일 잘쓰거든요





시크릿가든
미리 밝혀두지만, 그쪽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써보는
사회지도층 김주원의 편지를 받는 유일한 소외된 이웃이야.
그러니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바람이 나뭇가지를 못살게 흔드는 오후다.
그쪽이 이 편지를 볼때도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이런 오후 였으면 좋겠어. 그래서 내가 봤던 걸,
그쪽도 봤으면 좋겠어. 내가 서 있던 창가에 니가
서 있고, 내가 누웠던 침대에 니가 듭고, 내가 보던
책들을 니가 본다면..그렇게라도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정도면 우리.. 함께 있는..걸로 치자
그 정도면 우리 ... 다른 연인들처럼 행복한 거라고 치자.






도깨비

어느날에 김가 성에 믿을 신을 쓰시는 분이 찾아와 내 것을 찾으러왔다 하시거든 드려라.
(내가 남긴 모든 것이 그분의 것이다.)
그분은 빗속을 걸어와 푸른 불꽃으로 갈 것이다.
그럼 김신인줄 알아라.



[기억해. 기억해야되 그사람 이름은 김신이야 키크고 웃을때 슬퍼, 비로올거야, 첫눈으로 올거야,

약속을 지킬거야 기억해. 기억해야되 난 그 사람의 신부야... ]















미스터 선샤인
네 머리칼을 다듬어 주고 나는 겨우 약을 발라 주면서
신께 기도를 했단다. 

이 이방의 아이에게 갓 구운 빵과 맑은 물을 허락하시라고
이 이방의 아이에게 추위를 거두시고
뜨거운 햇살을 허락하시라고..
겨우라는 말은 지워야겠다. 
그난한 선교사에게 약은 꽤나 값비쌌거든. 
보고 싶구나 유진
근래에 탁주 담그는 법을 배웠단다. 
너를 만나러 가는 길에 들고 갈 계획인데
한성에 도착하기 전에 다 비우는 일은 없도록 애써 보마
고귀하고 위대한 자여. 나의 아들아.
네가 어디에 있든 널 위해 기도하마. 기도하지 않는 밤에도 
늘 신이 너와 함께하길 바라며... 
- 요셉





평안하지않습니다.
어쩌자고 전,답을 하고 싶어지는걸까요?
하마터면 잡을뻔 했습니다
가지말라고,더 걷자고 저기 멀리까지만
나란히.
조선에서 전 저기가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저기로...저기 어디 멀리로 자꾸만 가고있습니다.
한성에서는 언제오십니까?
보고싶습니다.쓰고보니 이 편지는
고해성사같아서 부치지는 못할것같습니다







태양의 후예


작전 나가기 전에 우리는 유서를 씁니다.

결코 이 편지가 강선생에게 전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여 만에 하나, 지금 강선생이 이 유서를 읽고 있다면 난 약속을 못 지켰습니다.

걱정하지 말라는 약속, 다치지 않겠다는 약속,

죽지 않겠다는 약속,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

난 하나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강선생이 있는 곳은 언제나 환했습니다.

그런 당신을 만났고, 그런 당신을 사랑했고,

그런 당신과 이렇게 헤어져서 정말 미안합니다.

염치없지만...너무 오래 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딴 놈이랑 살거면 잘 살지 말라고 했던 말, 취소합니다.

누구보다 환하게 잘 살아야해요.

그리고 나를 너무 오래 기억하진 말아요.

부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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