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보니 나 사내 왕따였나봐

207 0 0 2024-06-01 09:14: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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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 회사생활

이제보니 나 사내 왕따였나봐

새회사 · v*****
작성일 05.23 조회수 43K 댓글 508

나이가 많아서 친목은 포기하고 회사생활 시작했어.
기대하는게 없어서 그냥 무덤덤하게 생활했거든.

근데 퇴사 앞두고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같이 점심 먹는거 은근히 피하고,
자기들끼리 톡방에서 웃고 사진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점심 시간이 하루만 30분 당겨진 날이 있었는데 나만 몰랐고,
팀 전체 커피 돌리는데 내 커피만 없었고
뭐 적어보니 많네ㅎㅎ

팀에 나 혼자만 계약직이고,
그래서 회의 안 들어가고
회의 길어지다보면 점심시간보다 좀 늦게 나오기도 했고
보안(?) 때문에 정규직들만 톡방이 따로있고
그런 사정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큰 의미는 안뒀거든?

그리고 회사에서 하는 일이 너무 재밌어서
일에서 도파민 느껴서인지
그런게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았어.

그런데 어느 날
같은팀 상사(여자)가 그러더라.
정규직 혹시 안 알아보고 있냐고.

그래서 내가 3개월 단위 계약직이라
좀 불안해서 공고는 보고 있다고 했거든
그러니까 회사 배려하지 말고
좋은데 생기면 얼른 가라고 조언해주더라

그리고 그 후로 정규직이 한명 들어왔어.
그 직원이 내 업무 중 일부분을 가져갔어.

근데 그 후부터는 더 티나게 투명인간 된 것 같더라고

일단 내가 일 처리 과정에서 메신저로 뭐 이야기하면
다들 대답을 안해줘.
거의 퇴근 직전(?) 아니면 두세시간 기다려야 대답을 하고.

내가 일을 못해서 그러냐 싶으면 그건 또 아닌거같아.
우편물 보내는 잡일부터, 정기적인 콘텐츠 디자인, 브랜드 관련 디자인, 그리고 몰 전체 배너QA, 가격조사, 엑셀로 데이터 추출하기(2만건 넘는 데이터, vlookup등 함수 이용) 팀 내 모든 직원들 서포트를 다 내가 했어.

필요한 일이라면 닥치는대로 그냥 했지.

아마 내가 시켰는데 못했으면 안시켰을텐데 이런저런 짬밥과 회사를 경험하다보니 시키면 그냥 다 해결이 되더라고.

성격이 근데 좀 내성적이고, 반응이 많지 않고 조용한 편이야. 남들 장난칠 때 옆에서 조용히 웃고 있는 스타일. 그리고 우리 팀 실세들이 사실상 여직원들인데 여초회사에서 꼭 힘들더라고. 같은 여자면서 여자랑 잘 못 어울리는 케이스;;

여튼 나름 힘들었지만 일하는 재미로 다녔는데. 신입 정직원 들어오고 내 일이 많이 줄어드는게 보여서(최근엔 1달단위로 계약연장으로 바뀜) 좀 불안정해서 다른 회사에 이력서를 다시 냈어.

좋은 기회 만나서 지금 회사보다 직원수는 더 적은데 매출은 10배 높고, 사옥 있고, 자체 생산공장, 직영 판매장 있는 작은 중소기업에 이직하게 됐어. 원하는 직무고, 연봉도 지금 수준보다 10%이상 높게 받아서 가. 수습 후에는 더 높여서 계약 다시 하재. 내가 이번에 면접을 잘 봐서 바로 채용됐고 협상까지 그렇게 일사천리로 됐어.

딱 한 명 빼고 다들 축하한다고 해주시더라. 내가 그만둔다고 하면 앓던 이 빠진 듯이 박수치며 떠나라고 할 줄 알았는데 만능 노예 하나 잃어버리는거마냥 아쉬워해서 좀 의외였어. 그리고 그동안 좋은 대우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이직 앞두고 업무 마무리하고 인수인계 중인데 되돌아보니 단순히 내가 계약직이라 좀 거리감 있는게 아니라 사내 왕따였나 싶어ㅎㅎ

——————————————— (추가) ———————————————
오늘 갑자기 알림이 많이 떠서 들어와보니
이렇게나 댓글이 많이 달려서 깜짝 놀랐어.

따뜻한 말들 정말 정말 고마워

계약직으로 지내며 겪는 소외감이 반복되고 심해지면
왕따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것 같아

각자 살아남기 바쁘고, 여유없고, 무신경해질 수밖에 없는 회사 문화가 문제라면 문제지 뭐.

그러니 나라도 그러지 않도록 해보면 되겠지.

나를 어떻게 대하든 상관없이 내 일에 자부심이 있었고,
자부심 느끼는 일을 해서 진심 재밌었고
재밌는 일을 할 기회를 주는 팀원들에게도
늘 고맙고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어.
소외감 좀 들더라도 그건 늘 그렇더라.

그런데 3개월, 또 3개월이더니
다음엔 1개월씩 연장이라고 해서
그땐 좀 많이 의아해져서 이직한거야;;

그런 조건은 감정과는 별개의 문제라ㅎㅎ

아무래도 온라인 상이라서
나에 대해 잘 모르고 이야기하는 댓글도 몇 보이지만,
일일이 그 상황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기 보다는
회사를 대했던 마음을 남겨놓는 걸로 대신할게!

서운한 일은 서운한 일이고,
감사한 일은 감사할 일이니까ㅎㅎ

넋두리처럼 올린 글에 많은 응원을 받고 힘이 나네
다들 정말 고마워. 힘들 때마다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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