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ize.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054
걸그룹 블랙핑크의 리사가 최근 발표한 솔로곡 ‘록스타(Rock Star)’는 K-팝일까? 뮤직비디오 버전으로 감상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가사에 한글은 단 한자도 찾아볼 수 없다. 당연히 죄다 영어다. 안무나 배경에서 한국적 색채도 전혀 느낄 수 없다. 태국어 간판이 즐비한 방콕의 거리가 배경으로 등장하고, 태국계로 보이는 아시안 댄서들이 화려한 군무를 펼친다.
오히려 영어 가사 중간에 "리사, 일본어 좀 가르쳐 줄 수 있니?" "난 대답해, 그래, 그래" 하는 내용이 살짝 귀에 거슬릴 뿐이다. 한국어도 아니고, 웬 일본어? 록스타 리사를 일본인으로 오해한다는 설정에서 나온 가사 같은데, 뭔가 좀 껄끄럽고 아쉽다. 일부 팬들은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블랙핑크는 여전히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고, 리사가 솔로 독립은 했다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아이돌 생활을 한 게 몇 년인데 하는 연대의식과 보상심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K-팝의 위상이 날로 커지면서 벌어진 일련의 현상들은 새삼 K-팝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곱씹게 한다. 겉으로 표현되는 언어(가사)를 잣대로 분류하는 것은 더는 의미 없어 보인다. 한글이 들어 있어야 K-팝이란 주장은 부질없다는 뜻이다. 이미 국내 가수들의 신곡에도 영어 가사가 태반이다. 오히려 한글을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멜론, 지니 등 국내 음악 차트에서 쟁쟁한 걸그룹을 제치고 인기순위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래퍼 이영지의 ‘스몰 걸(Small Girl)’을 보자. 이건 아예 100% 영어 가사다. 게다가 요즘 미국 빌보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빌리 아일리시나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연상시키는 그루브가 배어 있다. 이영지라는 이름을 빼고 들으면 그냥 새로운 팝가수인가 하고 오해할 지경이다. 아니, 그냥 ‘팝송’ 그 자체다.
그렇다면 누가 만들고(제작자) 누가 불렀나(실연자)로 K-팝의 기준을 삼을 수 있을까? 아직은 한국의 프로듀서와 작사·작곡가들이 참여하고, 국내 레이블이 만든 앨범이 더 많다. 그러나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하이브가 세계적인 레이블과의 협업으로 합동 레이블을 설립하고, 다국적 아이돌을 육성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분류마저도 이내 의미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한국어를 한국인 뺨치게 잘하는 리사는 태국인이고, 역시 영락없이 한국인처럼 보이는 하니는 베트남계 호주인이다. 더구나 요즘 아이돌 그룹 멤버 중에 외국인 하나쯤 없는 그룹은 없다. 또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인 히트곡 ‘다이너마이트’나 ‘버터’엔 외국인 작사·작곡가가 기여한 부분이 많다. SM엔터테인먼트도 오래전부터 글로벌 ‘송 캠프’(Song Camp)를 운영하며 다국적 작곡가를 육성해왔다. 제작이나 실연자의 경계도 희미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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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사람 아니고,
가사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어 한마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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