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러시아인을 이해할 수 있는 유머 13선
대다수 러시아인들은 라이프스타일로 따지면 서구 유럽인들과 비교해서 그다지 다를바가 없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여타 다른 나라 국민들에 비해 상당히 다른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 일견 냉정해 보이지만 그 내부는 열정적이고, 개방에 인색하지 않지만 자신의 문화에 대해서는 매우 폐쇄적이다. 상당수가 종교인이지만 미신에 집착하며,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없지만 외국인에 대한 대우도 없다.
여타 국가에서 보기 힘든 러시아 국민의 민족성과 관습은 러시아만의 특이한 역사도 한 몫한다. 러시아는 20세기에 세계를 두 번 바꾼 국가이다. 전반기에 소비에트 혁명을 통해 세계를 이념으로 양분했고, 후반기에는 그간 쌓아온 공산주의 체제를 허물어버리고 다시 세계를 묶는 계기가 되었다. 한때 식료품을 사기 위해 길가에 줄을 길게 서는 것이 일상이었던 러시아는 더 이상 없다. 현시점의 러시아는 세계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이렇듯 자국의 이슈가 세계적 이슈가 된 국가는 근세들어 러시아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또 러시아이기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설명하기 부족한 것이 러시아인이다. 이러한 러시아인을 표도르 추체프(Фёдор Тютчев)는 이렇게 표현했다.
Умом Россию не понять,Аршином общим не измерить:У ней особенная стать -В Россию можно только верить.
'러시아인은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고, 평범한 자로 잴 수 없다. 러시아는 평범하지 않은 나라, 이 나라는 오직 믿을 수 있을 뿐이다.'
또한편 러시아인들 중 일부는 상당히 근심어린 이미지를 상대방에게 준다. 이러한 이미지는 당장 러시아로 들어가는 공식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쉐르메쩨보 국제공항의 직원들에게서 느낄 수 있다. 딱딱하고 불친절해 보인다. 이러한 이미지는 러시아인들의 무표정함에서 기인된다. 의도된 것이라기 보다는 그네들의 낮가림 습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은 근심과 걱정을 달고 사는 민족이 아니다. 외부에서 바라봤을때는 내전과 태러가 여타 국가에 비해 다소 빈번한 상황이기에 이런 표정을 짓고 다닌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러시아인들은 이러한 질문에 유머로 답변을 한다. '러시아인이 거리에서 인상을 쓰고 다니는 것은 대부분 전날에 과음을 했기 때문.'
러시아인은 일견 불친절하고 딱딱해 보이지만, 인간관계가 시작되면 가장 열정적인 민족이다. 더불어 문학의 나라답게 러시아인 누구나 시 한편 정도는 외우고 있는 민족이자 매우 독특하고 재미있는 유머감각을 지닌 민족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낮설지 모르겠지만, 여러 행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유머 프로그램이다. 우리네 개념에서는 만담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1인 혹은 2인 코미디는 TV 프로그램에서도 인기 프로그램이다. 내용 또한 신랄하게 직설적인 편이다. 각설하고.
러시아인과 관련된 유머를 몇 편 소개해 본다. 러시아인의 해학을 이해하는데 참고가 되길 바란다.
1.
러시아인, 독일인, 미국인이 난파를 당한 뒤 작은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헤매고 있었다. 배가 고팠던 이들은 낚시를 하게 되고, 우연찮게도 황금 물고기(혹은 신이라고도 표현된다)를 낚게 된다. 세 사람의 뱃속으로 들어갈 위기에 처한 물고기가 애원을 한다.
"나를 살려주면 당신들의 소원을 들어주겠습니다."
미국인이 소원을 빌었다.
"돈과 함께 나를 고향으로 보내주게"
미국인의 소원은 이루어졌고 그는 위스키 한 병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후 프랑스인이 자신의 소원을 말했다.
"절세미녀와 함께 나도 고향으로 보내주게"
독일인의 소원도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인이 황금 물고기에게 소원을 말했다.
"보드카 한 상자와 아까 고향으로 돌아간 두 친구를 다시 이 배로 보내주시오."
러시아인의 소원도 이루어졌다.
러시아인의 보드카 사랑과 친구를 좋아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머. 러시아 보드카는 세 명이 먹어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오래된 격언으로는 '백 명의 친구가 백 루블보다 낫다.' /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보다 술잔에 빠져죽은 사람이 더 많다.'
2.
재임시절 클린턴과 옐친이 신과 면담을 하고 있었다. 클린턴이 신에게 물었다.
"우리 국민이 보다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려면 몇 년이나 걸릴까요?"
"한 이십년 쯤 지난 뒤에."
이어서 옐친이 신에게 물었다.
"신이시여. 그러면 우리 국민은 몇 년 후에 잘 살게 될까요? "
신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서글프게 울며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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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트 연방 공화국이 70년 동안 그토록 강조했지만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었던 과업을 옐친은 단지 자신의 재임시절 몇 년 만에 다 이루었다. 그것은 무엇일까?'
'국민들에게 공산주의(사회주의)가 좋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것.'
옐친 재임시절 유행하던 유머들. 옐친을 비난하는 수많은 블랙유머가 존재했다. 하지만 옐친만큼 러시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정치인도 없다.
3.
모스크바에 방문한 어느 외국인이 신문 가판대에 갔다.
"프라브다(신문명칭, '진실, '진리'라는 의미) 한 부 주시오"
"러시아에는 프라브다(진실)이 없습니다"
"그러면 '소비에츠카야 라씨야(신문명칭, 러시아 연방)를 한 부 주시오"
"소비에츠카야 라씨야(러시아)는 망했어요."
"이즈베스치야(신문명칭, '뉴스', '소식'이라는 의미)는요?"
"이즈베스치야(뉴스)는 몇 일 전 거에요."
화가난 외국인이 따져 물었다.
"그럼 도대체 있는게 뭐요?"
그러자 가판대 점원이 심드렁하게 말을 했다.
"뜨루드(노동, 직업, 일거리라는 의미)는 하나 있네요. 2 코페이카입니다(일당 비용이 2코페이카라는 의미. 100코페이카가 모여야 1루블이다.)."
언론이 제구실을 못하고, 노동력이 헐값이라는 의미. 오래된 유머다.
4.
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장사군이 특이한 팻말을 세웠다. 내용은 이렇다.
'장모 선물용 과일', '일반 선물용 과일'
지나가던 한 남자가 물었다.
"장모 선물용 과일은 뭐요?"
"이 과일은 체르노빌 산(産)입니다."
그 남자는 냉큼 지갑을 꺼내 그 과일을 구매했다. 또한 이 소식을 들은 남성들이 몰려 '장모 선물용 과일'은 다 팔리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모에게 사위가 대접을 받는다고 하지만, 러시아에서 사위와 장모의 관계는 불편한 관계라는 인식이 있다. 우리나라의 고부관계를 생각하면 된다.
5.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 시절 모스크바 어느 쉬꼴라(초.중.고등학교를 일컫는 러시아어)의 정신교육 시간에 교사가 학생들에게 물었다.
교사 : 이반, 오늘은 시민을 돕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말해봐.
이반 : 어느 할머니가 길을 건너는 것을 도와드렸습니다.
교사 : 잘했구나. 니콜라이는 어떤 일을 했지?
니콜라이 : 이반을 도와 그 할머니가 길을 건너게 했습니다.
교사 : 좋아. 잘했구나. 그럼 보리스는 어떤 일을 했지?
보리스 : 이반을 돕고 있는 니콜라이를 도와 그 할머니가 길을 건너게 했습니다.
교사 : 너희 세 명이 모두 한 할머니가 길을 건너게끔 도왔다는 말이니?
학생 일동 : 그 할머니가 길을 건너려 하지 않았거던요.
공산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는 유머
6.
고르바초프 재임시절 개혁개방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식료품을 사기 위해 길고 긴 줄을 서고 있었다. 오랫동안 기다려도 줄이 줄어들 생각을 안하자 화가난 어느 모스크바 시민이 화를 벌컥 내며 옆에 있는 친구에게 말했다.
"도저희 못참겠어. 이렇게 된건 모두 고르비 탓이야. 내 그 놈을 죽이러 갈라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친구가 조용히 대답했다.
"내가 다녀왔네. 그쪽 줄이 두 배나 더 길다네."
공산주의 붕괴이후 사회적 혼란을 겪던 시절을 풍자한 유머
7.
세 명의 외국인 여행자가 모스크바 내 고급스런 식당을 찾았다. 웨이터가 다가와 주문을 받았다.
첫 번째 여행자가 주문을 했다.
"쇠고기 스테이크를 미디움으로 구워주시고, 후추소스를 곁들여 주세요. 그리고 구운 감자도 잘 잘라서 함께 주세요."
두 번째 여행자도 주문을 했다.
"송아지 고기 튀김을 주세요. 야채와 함께 버무려 주시고요"
세 번째 여행자가 뒤를 이어 말했다.
"훈제 쇠고기를 주세요. 많이 굽지마시고 육즙이 나오는 상태가 좋습니다. 야채도 함께 주시고요"
주문 받아 적은 웨이터가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여기 고기요리 세 접시"
또한 러시아는 아직까지 영어가 제대로 통용되는 나라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에 기인한다.
8.
어느 폴란드인 여행자가 러시아를 여행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귀향하면서 두 개의 큰 짐가방을 들고 왔다. 한 개는 여행을 떠날때 가져간 것이었고 나머지 한 개는 여행을 하면서 새로 생긴것이었다.
가족 앞에서 이 폴란드인은 번쩍이는 시계를 꺼내놓고 입을 열었다.
"이번에 여행을 하면서 러시아 최첨단 과학기술로 개발된 시계를 사왔어. 정말 놀라운 기능이 많은 제품이야. 이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본연의 기능 외에 위성을 연결해 각 도시의 날씨도 알려줘. 또한 사용자의 심장박동을 체크하는 의료 기능도 있지. 심지어 달의 움직임조차 알 수 있어.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고."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그를 향해 가족들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정말 멋진 시계네요. 그나저나 가방이 하나 더 늘었던데 그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있나요?""(가방 전부가) 이 시계의 배터리지."
러시아 제품들 상당수는 그 기능에 비해 조악한 디자인과 비효율성으로 유명하다. 이는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9.
러시아 정부의 초청을 받은 외국 사절단이 모스크바 내 어느 공립 유치원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사절단이 방문하기 전 정부는 유치원생들을 사전교육을 시켰다. 사절단이 무엇을 물어보던지 모든 답변을 '러시아의 모든 것이 세계 최고입니다'라는 답변을 외우게 한 것이다.
사절단이 방문해 유치원생들에게 질문을 했다.
"얘들아, 너희들은 이 유치원이 좋니?""러시아에 있는 모든것이 세계 최고입니다!"
"그렇구나. 너희들은 이곳의 음식이 마음에 드니?""러시아에 있는 모든것이 세계 최고입니다!"
"유치원에 있는 장난감은 마음에 들고?""러시아에 있는 모든것이 세계 최고입니다!"
이때 갑지가 유치원에서 가장 어린 꼬마가 서글피 울기 시작했다. 사절단중에 한 사람이 물었다.
"꼬마야. 왜 우니?""(그렇게 좋은 나라인) 러시아로 가고 싶어요."
10.
어느 마스크비치가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차를 몰고와 주차시켰다. 이를 본 경찰이 부리나케 달려와 소리를 질렀다.
"당신, 미쳤소? 이 곳은 정부 소유지란 말이오."
마스크비치는 태연히 대답했다.
"문제없소. 내 차는 (정부가 못 훔쳐가게) 잘 잠궈뒀소."
11.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위치한 레닌묘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무덤 입구에는 무표정한 경비병들이 참관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를 보던 러시아 어린이가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빠, 왜 레닌묘에는 항상 경비병들이 있는거에요?"
"레닌이 다시 살아나 무덤 밖에 나오는 것을 막는거란다"
12.
에리히 호네커(동독 수상)가 모스크바에 방문했을때 고르바초프는 당시 소비에트 연방의 일치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호네커와 함께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한 뒤 고르바초프는 옆에 있던 어린 공산당원에게 물었다.
"너의 어머니가 누구지?"
"조국입니다."
"너의 아버지는 누구고?"
"바로 고르바초프 서기장님이시죠."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니?"
"훌룡한 공산당원이 되고 싶습니다!"
이러한 소련의 모습에 호네커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더불어 동독에서도 그러한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왔다. 고르바초프가 동독에 방문한 것이다. 호네커는 고르바초프와 함께하는 공식행사를 마친뒤 옆에 있던 어린 공산당원에게 질문을 했다.
"너의 어머니가 누구지?"
"조국입니다."
"너의 아버지는 누구고?"
"바로 호네커 수상님이시죠."
호네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질문을 이었다.
"그럼 너는 커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으니?"
"고아가 되고 싶습니다!"
13.
모스크바를 찾은 영국 여행자가 급히 화장실을 가야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거리에는 공중화장실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거리 매장의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열쇠가 필요 했다. 별수없이 다소 지저분한 모스크바 골목 옆에서 볼일을 보려 할때 모스크바 경찰이 다가와 물었다.
"무슨일 있소?"
"화장실을 찾고 있는데 보이질 않네요."
"여기서 볼일을 보면 안되요. 나를 따라오시오."
경찰은 여행자를 매우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꽃들이 곱게 피어 있었으며 잔디도 관리가 잘 된 곳이었다. 경찰은 그곳에서 볼일을 보라고 말했다. 영국인 여행자는 급한일을 본 뒤 경찰에게 감사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네요. 이것이 모스크바의 친절이군요? 그나저나 이 아름다운 곳은 어딘가요?"
경찰은 심드렁하게 답변했다.
"영국 대사관이라오."
이 글은 보보담 10월호 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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