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동학농민 운동의 진압과정이다.
이게 왜 최악이냐? 이게 우리가 나라를 빼앗기는 고속도로가 되는 사건이라 그렇다.
진짜 우리가 스위스, 태국처럼 당대 중립국이 되고 싶었다면 외세의 개입은 목숨 걸고 막았어야 했다.
일단 동학운동은 처음부터 반외세 운동이 아니였다. 탐관오리들 때려잡자는 무장운동이였다.
전봉준의 무창 선서문만 봐도 근왕주의에 가까웠지 왕조 타도는 아니였다.
애초에 그 당시 조선인들의 임금님 사랑은 절대적이라 임금님 보고 나라님이라고까지 불렀을 정도였다.
그냥 진짜 나라의 어버이였다. 한술 더 떠 3.1운동이 터진 결정적 계기도 고종이 일제한테 독살 당했다는 소문 때문이였다.
다만 모두 그런 건 아니고 상당수는 정감록의 내용에 따라 이제 조선이 망하고 새 나라가 들어선다는 예언을 믿었다.
심지어 김개남은 왕을 자칭하기도 했다. 즉 동학난은 살기 힘든 민초들의 여러 염원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만들어진 최후의 불꽃이였던 셈.
자세히 살펴보면 동학운동의 난은 처음 충남 보은에서 시작됐는데
이때 뒷처리를 임오군란처럼 그냥 주동자와 그 관련자만 처단하는 순에서 끝냈으면 번지지 않았을거다.
현실은 연좌제까지 적용해가며 철저히 탄압했고 그로 인해 동학운동이 불 번지든 번져버려
결국 전북을 중심으로 엄청나게 커져 당시 호남최대 도시였던 전주까지 함락 당한다.
전주는 왕가의 본관이라 그 의미가 남달랐는데 보통 쇼크가 아니였을거다. 더구나
전주는 정조대왕때 조사한 인구조사에선 4위였을만큼 전통적으로 남방 최대 도시 중 하나였다.
그러니 조정이 느끼는 불안감도 상당했다.
어느 정도냐면 우리의 고종 황제께선 관군을 불신하고 청군을 끌어들이자고 주장을 한거다.
당연히 당대 많은 신하들도 병신이 아닌지라
"아니 우리 땅에서 일어난 반란을 왜 외세 보고 진압하자 함? 청나라 식민지 되고 싶어 환장했어요?" 였다.
게다가 이에 김병시는
"청군 들어오면 일본군도 텐진조약을 빌미로 들어올 텐데 민란 막겠다고 외국 군대를 막 들이는건 절대 안됩니다"
라고 텐진조약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필사반대를 했다.
근데 당시 민씨 일가였던 민영준이
"청군이 먼저 들어오는데 일본군이 미쳤다고 그 짓하노?" 라고 주장을 했고 고종도 이에 사실상 동의를 했다. (이런 민영준을 보고 위안스카이는 머저리 라고 깠다.)
하지만 신하들도 "이건 진짜 아닌데" 하며 계속 고종한테 통촉해달라 했지만
당시 고종의 반응은 "청나라도 민란 진압할 때 영국군 끌여들였잖아?" 였다.
아마 고종은 태평난이 서양군의 개입으로 진압됐다는 잘못된 정보를 주워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신하들의 만류에도 고종 x 민영준 콤비는 청군을 불러들였고 일본도 바로 들어온다.
그렇게 6월 6일에 청나라가 먼저 동학군 근거지에 가까운 아산만으로 파병하고
텐진조약에 따라 일본도 들어오자 이에 설마하던 고종은 당황해서 동학군과 6월 11일에
전주화약을 맺어 진압됐으니 둘 다 떠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이 이 기회를 놓칠리가? ㅋㅋ
이때부터 동학운동도 반외세의 성격을 띄게 된다.
동학군도 외국군이 몰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빌미를 줄까 두려워 순순히 조정과 전주 화약을 맺고 알아서 해산했었다.
일본은 6월 8일에 4500명의 군을 인천에 상륙시켰는데 동학운동의 근거지랑 별 상관 없는
서울의 입구인 인천에 정박했다는 것은 애초에 진압이고 조약이고 나발이고 그냥 조선을 먹을 생각으로 온 거였다.
이후 청의 내정간섭을 막는다는 구실로 갑오개혁을 요구했다가 뜻대로 되지않자
7월 26일에 드디어 조선군 vs 일본군 간에 서울전투가 펼쳐졌다.
조선군은 완강히 저항했으나 끝내 경복궁을 점령당해 히데요시도 못한 조선 국왕 고종이 잡혀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조선군의 저항이 계속되자 일본 장군은 칼까지 빼들어 고종을 협박해 해산시키려 했고
고종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끝내 거부해 결국 일본은 가짜 왕명을 만들어 해산시켰고
이후 무기, 탄약을 모두 빼앗아 사실상 수도를 점령해 버린다.
서울 점령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을 몰아내야 한다고 2차 동학난이 터졌지만
우금치에서 관군의 기관총에 싸그리 쓸렸고 이후 전봉준도 체포돼 난은 실질적으로 진압된다.
말했지만 무기나 탄약은 실질적으로 일본 수중에 떨어져 이때 보급도 일본군이 했었다.
즉 수도가 따인것도 모자라 조선군이 일본군에게 통제까지 당한꼴이였다 이 얼마나 굴욕적인가.
이것이 가져온 나비효과는 엄청났다.
한번 열린 문은 다시는 닫히지 않은 것이다.
사실 당시 청나라는 난이 진압되자 텐진조약에 따라 그냥 떠날 준비를 했었다.
본인들 코가 석자인데다 수백년 간 불평없이 착실히 따까리로 살아온 조선을 굳이 병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사건으로 조선은 청의 위협이 될 만한 힘이 없다고 확신만 심어준 꼴이였다.
문제는 일본은 떠날 생각이 없었다는 거.
이렇게 결국 나약한 집 주인은 자기 집안에서 일어나는 강도들끼리의 싸움을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바로 청일전쟁이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내정간섭을 할려다 더 강한 다른동네 열강들이 압박을 넣어줬고
그 사이 숨을 쉴 수 있었는데 문제는 또 외세를 끌여 들여버렸다.
이번엔 고종 마누라 민비짓이였고 그 외세는 러시아였다.
아마 여흥민씨네는
"러시아는 유럽의 열강이니까 일본도 우리 못 건들고 그럼 우리는 중립국으로 남겠지??"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일본은 바로 을미사변을 일으켜 여흥민씨들을 몰아내고 러일전쟁까지 일으켜 한반도를 장악한다.
세계사적으로 볼 때 동학운동은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무너뜨린 계기가 된 사건으로
청일전쟁의 결과 청은 조선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함으로써 전통적 중화주의 외교 질서는 완전히 붕괴됐고
이후 동아시아는 일본+영국과 러시아의 대립 구도로 개편되었고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류큐, 대만, 조선을 편입하고 일본제국을 형성하게 된다.
자기가 문 열어 강도들 다 들여 보내놓고 을사조약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열강들 바짓가랑이 붙잡아봐야 대체 누가 귀담아 들어줄까?
일본이 갑자기 이유없이 침략했었다면 열강들이
"아 그래 너 조선 가져" 이랬을까? "저새끼 뭐하는거임? 뭘 근거로 이웃나라를 점령함?" 였을까.
이미 깊숙히 조선 내부에 들어와 경쟁자를 쓰러뜨리고 열강들한테 동의를 얻었기에 조선이 식민지가 된거다.
게다가 결국에는 고종 본인까지 옥좌에서 쫓겨나게 된다.
이는 갑신정변 이후 손가락이나 빨며 발 붙이지 못했던 일본에게도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오죽하면 이 때 이토 히로부미가 "이것은 천재일후의 기회다" 라고까지 했을까?
고종이 관군을 믿고 기다렸더라면 그리고 이후로도 엉뚱한 짓 안 하고
외세의 개입 빌미를 철저히 막았다면 무슨 수로 일본이 나라를 뺏어갈 수 있었을까?
결론적으로 동학난 터지고 나니 잠잠했던 한반도 정세가 빠르게 급변해서 거의 매해 대사건들이 터졌다.
1894년에는 청일전쟁
1895년에는 을미사변
1896년에는 아관파천
1897년에는 대한제국 선포
1902년에는 영일동맹
1904년엔 러일전쟁 1905년에 을사조약
보면 알겠지만 동학운동이 일어나고 불과 11년만에 나라가 망해버렸다.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baseball_new10&no=3634376
그리고 일본은 그것에 대한 보답으로 조선을 일본의 영토에 병합시킨뒤 조선왕족들을 일본화족들보다 높고 일본 황족들보다는 낮은 일본 황족에 거의 준하는 왕공족에 편입시켜서 매년 막대한 생활비를 주면서 호의호식하면서 살수있게 해주었고 왕공족의 수장인 이왕, 이태왕은 일본의 친왕급 위치로 왠만한 일본 황족들보다 높은 대우를 받았다.(친왕이면 일본 천황, 황후, 황태자 바로 다음가는 위치였다.) 이것은 류큐 왕국의 왕인 쇼타이가 류큐가 병합된 이후 고작 후작 위치에 봉해진것에 비하면 매우 파격적인 특혜라고 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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