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에서 성경 읽고 주님 만나시길"
윤석열의 '성경책 정치'에 선동당하는 교인들
"윤석열에게 성경 보내 줬다" 김진홍 목사 주장 보도되자 무조건적 응원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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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으로 불법 친위 쿠데타를 시도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보수 개신교인들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성경을 읽는다는 주장이 나온 후, 교인들은 윤 대통령이 하나님을 체험하기를 바란다며 무조건적 응원을 보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옥중에서 성경을 읽는다는 주장은 뉴라이트 김진홍 목사(동두천두레교회)가 처음 제기했다. 김 목사는 1월 22일 두레수도원 홈페이지에 "옥중에서 성경 읽는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윤석열에게 성경을 보내 줬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비서관이 자신을 찾아와 "대통령이 옥중에서 성경 읽기를 원한다. 김 목사 사인이 있는 성경을 넣어 달라"라고 요청해, 비서관이 사 온 성경책에 사인을 한 뒤 윤석열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그는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의 길을 기뻐하시나니 그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그의 손으로 붙드심이로다"는 시편 37편 23-24절을 함께 적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과거 유신 정권 비상계엄에 항거하다 옥살이를 했다고 밝힌 후, 윤 대통령도 "하나님을 만난 후 새로워진 후 대통령직에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옥중에서 성경을 읽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친분이 있는 목사님께 성경책을 보내 달라고 해서 그 책을 보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밝힌 적은 있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 국가조찬기도회 회장을 맡은, 대표적 '기독 국회의원'이자 내란 옹호 세력의 핵심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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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윤석열이 성경을 읽고 있다는 주장에 보수 개신교인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설 연휴를 전후해 쏟아진 기사마다 보수 개신교인 수천 명이 "감동받았다", "응원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일례로 1월 22일 KBS가 보도한 "[지금뉴스] '하나님 만나세요'…뉴라이트 목사가 윤 대통령에게 전한 성경 구절은?" 유튜브 영상 기사에는 댓글 2700여 개가 달렸는데,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TV에 성경 말씀이 나와 감동받았다", "윤 대통령을 이승만 대통령처럼 사용해 주시기를 기도한다"와 같은 메시지 일색이었다.
그 외 보도들에도 유사한 댓글이 주를 이뤘다. "하나님께서 윤석열 대통령을 굳게 붙드실 것이다", "하나님 윤석열 대통령님이 성경 읽다가 주님을 만나게 하소서", "우리 주 하나님께서 윤 대통령님과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주시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할렐루야, 하나님 윤 대통령님과 그의 가족을 구원해 주소서", "할렐루야 아멘, 윤석열 대통령님 성경 읽다가 주님 만나는 영적 체험 있게 하소서"와 같은 댓글이 쏟아졌다. 특히 <크리스천투데이>나 고성국TV 등 극우 메시지를 전파하는 매체들은 이 콘텐츠를 반복 재생산해서 클릭을 유도하기도 했다.
점입가경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옥중 회심'했다는 가상의 편지도 진짜인 양 돌아다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성경이 전달됐다는 보도를 본 조 아무개 목사는, 자신의 카페에 "2025년 1월 31일 눈 오는 날의 망상 - 대통령의 변화와 신앙고백"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편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쓴 신앙고백 형태로 돼 있다. "저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기에 독방에서 시간이 은혜의 시간이 되어 감사할 뿐이다. 이곳에서 주님을 만나 구원을 받을 수 있었기에 이제 새로운 피조물로서 하나님의 자녀 윤석열이다. 기쁨으로 변화된 제 인생을 축복해 달라"고 적혀 있다.
조 목사는 "(윤석열이) 이승만 대통령처럼, 김진홍 목사처럼 감옥에서 성경을 읽고 변화되어 완전히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거듭 태어난 자로 온 국민 앞에 신앙고백을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복음 전도의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히며 편지 내용이 "망상"임을 밝혔지만, 온라인에는 마치 윤석열 대통령이 신앙고백을 발표한 것처럼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 교계 신문 <목장드림뉴스>는 조 목사의 상상이라는 설명이나 출처 표기 없이 "윤 대통령, 서울구치소서 성경책 읽으며 신앙고백"이라는 제목으로 조 목사 편지 전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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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채널 "베나섬예담"에는 "영국 지인 권사님 카톡으로 전달 받은 내용"이라는 설명과 함께 신앙고백 내용이 영상으로 업로드됐다. 해당 영상에는 180여 개 댓글이 달렸다. "이거 진짜 윤 대통령이 쓴 거 맞냐. 누가 쓴 거냐"라며 진위를 의심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주님을 만나고 더 큰 세상을 얻으셨다", "주님의 자녀가 되심에 감사드린다"라며 윤석열이 실제로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고 믿으며 기뻐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보수 개신교인이 윤석열의 '성경책 정치'에 열렬히 화답하는 현상에 대해, 배덕만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는 2월 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개신교인들이 선동과 가짜 뉴스에 넘어가, 윤석열을 의로운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며, 윤석열의 영악한 발상에 속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윤석열이 성경을 달라고 했다면 그것은 정치적 판단이지 않겠는가. 윤석열은 진심으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적이 없다. 하지만 사지에 몰린 상황에서 유일하게 목숨을 걸고 법원에까지 뛰어들며 응원하는 기독교인들에게 계속 자신을 지원하게 만드는 영악한 발상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전 연구실장)도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성경책을 보냈다는 것은 개신교를 결속시키기 위한 퍼포먼스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목사는 극우 개신교계 진영의 확장성이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정말 문제는 윤석열이 어떠한 행동을 하든지 간에 사람들이 환호를 보내는 그 현상 자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