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떠나보내는 날, 그가 생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며 했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인용됐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장례 미사를 주례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단장은 강론에서 "벽이 아닌 다리를 세우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전 발언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선 후보였던 2016년, 그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비판하며 했던 발언이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만 세우려 하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종교 지도자가 어떤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라고 받아쳤다.
이민정책과 기후변화 대응 등 다양한 이슈를 두고 부딪혔던 프란치스코 교황과 트럼프 대통령이 벌인 대표적인 설전 중 하나였다.
이날 각국 정상들과 함께 장례 미사에 참석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레 추기경이 소환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옛 발언을 조용히 들을 수밖에 없었다.
[AFP=연합뉴스]
레 추기경은 이 밖에도 이민자 보호와 전쟁 종식, 기후변화 대응 등 트럼프 대통령과는 결이 다른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치적 주제들을 강조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레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대의 징후와 성령의 일깨움에 주의를 기울였다"며 "오늘날의 도전 과제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이 시대의 불안과 고통, 희망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이 영면에 든 이후 며칠간 우리가 목격한 추모의 물결은 그가 사람들의 영혼을 얼마나 깊이 어루만졌는지 알려준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레 추기경의 강론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다음 추기경을 뽑는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 미사에서 강론했던 독일 출신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이어진 콘클라베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으로 선출된 전례가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레 추기경은 현재 91세로 피선거권은 없다.
다만 로이터는 "레 추기경의 강론은 콘클라베에 참석할 135명의 추기경에게 어디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로드맵이 될 수 있다"고 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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