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저승사자

128 0 0 2025-05-03 18:22: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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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강을 건넜다. 물은 검고, 잔잔했다. 발밑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각은 언제나 같았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는 물속에서조차 미동 없이 눕고 있었다. 배는 없었고, 노를 젓는 손도 없었다. 나는 그저 걸었다. 물 위를 걷는 것도, 물 밑을 걷는 것도 아닌, 무언가 그 사이를 지나가는 감각. 등 뒤로 바람이 불지 않았다. 바람이 불지 않는 세상에서 나는 오직 하나의 이름으로만 존재했다. 부름을 받는 자. 그러나 나도 이름이 있다. 오래전, 내가 잊은.


오늘 데려갈 사람은 스물일곱 살이었다. 손에 움켜쥔 종이엔 이름과 시간, 장소가 적혀 있었다. 아주 얇은 흑백 사진처럼 흐릿한 글씨였다. 나는 천천히 걸었다. 도시의 한복판, 새벽 다섯 시의 아파트 앞, 나는 그를 기다렸다. 그는 창문을 열고 나를 보았다. 사람들은 내가 보이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간혹, 어떤 이들은 본다. 그는 떨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잠깐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열었을 땐, 신발을 신고 있었다.


함께 걷는 길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물었다. “당신은 후회가 있나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후회는 지나간 것에나 남는 건데, 난 아직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그 말에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저마다의 죽음은 저마다의 말로 남는다. 나는 그것을 수없이 들어왔고, 이제는 대답도 위로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강가에 도착했고, 그는 발을 멈췄다. 나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눌렀다. 몸이 잠시 떨렸다. 그리고 멈췄다.


그는 마지막으로 강을 바라보았다. 물은 여전히 검고, 잔잔했다. 떠나가는 것들과 남겨진 것들의 무게는 언제나 물속에 있다. 나는 그를 데리고 강을 건넜다. 저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아주 희미한, 흰 것. 그것이 안개인지, 기억인지, 아니면 망각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다시 되돌아오는 길에, 나는 물속에서 발을 멈췄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내 이름을 떠올리려 애썼다. 하지만 이름은 물처럼 흘렀고, 나는 그 흐름 속에 잠시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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