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병자의 매너 -호러단편소설

173 0 0 2025-05-06 06:26: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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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우르마 마을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석양은 언덕 위 저택의 첨탑을 핏빛으로 물들였고, 그 붉은 빛은 내 안의 무언가를 일깨웠다. 수 세기 동안 마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저택. 금기시되었던 그곳이 마침내 내게도 열리려 하고 있었다.

고서의 존재. 그것이 나를 이 불길한 문턱까지 이끌었다. 학문에 대한 열정이 공포를 압도했고, 덩굴에 잠식된 대문 앞에서 나는 숨을 고르고 있었다. 내 심장은 새벽녘 목 매달린 새처럼 치열하게 뛰었다.

II.

문이 열렸다. 나타난 것은 인간의 형상이었으나, 그를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회색빛 피부는 갑옷처럼 건조했고, 혈관이 터진 듯 붉은 눈은 빛을 거부하듯 고통에 휩싸여 있었다. 지하동굴의 거주자처럼, 그는 빛을 견디지 못했다.

"들어오시오." 목소리는 무덤 속 속삭임 같았다. "당신도... 호기심에 이끌려 왔군요."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섬뜩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벽에 걸린 초상화들의 시선이 따라왔고, 천장의 거미줄은 세월의 증거물처럼 나를 위협했다.

III.

"무엇을 찾으시려 하는지..." 그의 숨소리는 목이 꺾인 새의 마지막 울음 같았다. "압니다. 오래된 책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댓가가 있지요."

방 안에는 정말로 서적들이 있었다. 썩어가는, 붕괴되어가는, 죽음으로 치닫는 책들이. 먼지와 부패의 냄새가 코를 쳤다.

"몸이 아프십니까?" 연민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수 세기 동안... 죽지 못한 채 썩어가고 있습니다." 입가에 피가 흘렀다. "젊은 피가 필요하나... 이젠 사냥할 힘도..."

공포가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전설이 진실이었던 것일까?

IV.

"가십시오." 피 묻은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 "학자를 해할 수는 없습니다." 그의 눈에는 기이한 자부심이 서려 있었다.

나는 도망치듯 문을 나섰다. 바람이 불었고, 뒤돌아보니 그가 문턱에 서서 햇빛에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빛이 그를 고문하듯 했다.

마을로 돌아오며 나는 침묵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의 비참한 존재를 폭로할 것인가? 아니면 외로움을 존중해줄 것인가?

며칠 후, 언덕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저택이 불탔다고 들었다. 그날 밤, 나는 어떤 영혼의 해방을 느꼈다. 진짜였을까, 상상이었을까.

죽음이 축복이 될 수 있음을. 영생이 저주일 수 있음을. 그리고 우리가 두려워하는 존재들이 우리보다 더 큰 고통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그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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