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동이 트기 전 일어났다. 바람은 없었다. 세계는 고요했고 그저 기다리는 듯했다. 해안에서 불어오는 염기가 섞인 공기를 들이마시며 그는 갑옷을 입었다. 무거운 청동조각들이 가죽끈으로 엮인 갑옷이었다. 살을 베어내는 칼날로부터 몸을 지켜줄 것이라 믿는 얇은 금속판에 불과했다. 산에 사는 신들은 그런 믿음을 비웃으며 죽음을 내려보낼 것이다. 그는 알고 있었지만 갑옷을 입었다.
코미타스. 그는 이십삼 번의 겨울을 보냈고 파르사의 소년이었다가 이제 페르시아 제국의 장교가 되었다. 그는 말이 없었다. 제국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말을 타고 와서도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 침묵 속에서 그는 세상을 바라봤다. 그의 눈은 검은 돌같았다. 흔들림 없이 세계를 직시하는 눈. 전쟁은 그런 눈을 만든다.
천막 밖으로 나온 그는 마라톤 평원을 바라봤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강물처럼 넓게 펼쳐진 평원. 그 죽음의 무대. 그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북서쪽 언덕을 응시했다. 그곳에서 그리스인들이 내려올 것이다.
그는 혼자 있고 싶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소망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리즈가 다가왔다.
이봐 형제. 준비했나.
코미타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없이.
이것이 마지막일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코미타스는 나리즈를 바라봤다.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였다. 같은 산 밑자락에서 자라 서로의 피를 섞어 형제가 된 아이들. 그들은 다리우스 대왕이 정복한 세상의 끝까지 함께 걸어왔다.
나리즈.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우린 오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야.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난 알아. 그리스의 신들이 내게 말했어.
나리즈는 웃었다. 웃음소리가 마른 공기를 가르며 메아리쳤다.
그리스의 신들? 자네는 미쳤구먼. 아흐라 마즈다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네. 왕중의 왕, 다리우스의 군인들을 그 누가 감히 막을 수 있겠는가.
코미타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다리우스도, 아흐라 마즈다도 그들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그것은 이미 써진 운명이다. 사람이 바꿀 수 없는 것.
데이티스 장군이 명령을 내렸다. 기병대는 중앙에 모이라는 명령이었다. 코미타스는 그의 칼을 확인했다. 그 칼은 그의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썼던 칼이었다. 아흐라 마즈다의 이름이 새겨진 강철. 그것은 삶과 죽음을 갈랐던 선이었다. 그는 칼집에서 칼을 뽑아 빛을 받았다. 청동빛이 아침 햇살에 번쩍였다.
이제 시간이야. 나리즈가 말했다.
그들은 함께 걸었다. 집결지로 향하는 동안 코미타스는 주변을 둘러봤다. 페르시아 군인들이 바다처럼 넓게 펼쳐져 있었다. 수천의 전사들. 제국의 위대함이 실현된 모습. 다리우스 대왕은 그들에게 세계를 약속했다. 그리고 그들은 복종했다. 지금까지 그들은 져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다를 것이다. 코미타스는 알고 있었다.
데이티스 장군은 말 위에서 명령을 내렸다. 그의 목소리는 천둥 같았다. 제국을 위해. 왕중의 왕을 위해. 페르시아의 영광을 위해. 전진하라.
코미타스와 나리즈는 기병대의 중앙에 있었다. 그들은 천천히 전진했다. 앞에는 보병들이 있었다. 긴 창과 방패를 든 자들. 왼쪽에는 궁수들이 있었다. 그들의 화살은 하늘을 가릴 것이다. 코미타스는 바닷가에서 멀어지며 그리스 진영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말은 조용했다. 죽음을 향해 걸어가면서도 말은 조용했다.
그때였다. 언덕 위에서 그리스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무겁게 무장한 호플리테스들. 장군 데이티스가 비웃듯 말했다. 저것들은 우리의 화살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코미타스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스인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강물처럼 페르시아 전선을 향해 흘러내려오기 시작했다. 달리는 호플리테스들. 그것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광경이었다.
저것들이 미쳤나. 나리즈가 말했다.
아니. 그들은 알고 있어. 코미타스가 대답했다. 우리가 배를 타고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더 긴 전투가 될수록 우리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나리즈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대답할 시간이 없었다. 화살비가 그리스인들을 향해 쏟아졌다. 방패로 몸을 가린 그리스인들은 계속 달려왔다. 그들은 더 빨리 달렸다. 마치 죽음을 먹고 사는 것처럼.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데이티스 장군이 명령을 내렸다. 모든 기병대는 앞으로 나가라. 저들을 막아라. 왕중의 왕의 이름으로.
코미타스와 나리즈는 말을 몰았다. 말발굽 소리가 땅을 울렸다. 수백의 기병들이 함께 달렸다.
호플리테스들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이제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코미타스는 그들의 눈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알았다. 공포도 두려움도 없는 눈동자들. 그들은 자신의 땅에서 싸우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신들이 지켜보는 곳에서 싸우고 있었다.
코미타스는 칼을 뽑았다. 세상은 느려졌다. 최초의 충돌이 시작됐다. 그는 한 그리스 병사를 내리쳤다. 칼이 살을 가르는 느낌이 손에 전해졌다. 피가 쏟아졌다. 그러나 다른 그리스인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들은 끝없이 흘러들어왔다.
데이티스 장군의 전략은 실패했다. 중앙의 페르시아군은 그리스 정면공격을 견디지 못했다. 그리스인들은 꿰뚫었다. 그들의 장창은 페르시아의 방패를 부수고 갑옷을 꿰뚫었다. 그들은 피가 흐르는 바다 위로 걸어왔다.
코미타스는 혼란 속에서 나리즈를 찾았다. 그는 동쪽으로 가라고 소리쳤다. 해변으로 후퇴하라고.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전장의 소음에 묻혔다. 나리즈는 듣지 못했다.
그것은 학살이었다. 페르시아군은 무너졌다. 코미타스는 그의 말이 쓰러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땅에 떨어졌다. 흙먼지와 피가 뒤섞인 땅 위에서 그는 일어섰다. 그의 주변은 죽음으로 가득 찼다. 친구들과 형제들의 시체가 널부러져 있었다. 그는 나리즈를 보았다. 그는 말 없이 땅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죽은 눈으로 하늘을 보고 있었다.
형제여. 코미타스는 그에게 다가갔다. 귀가 들리지 않는다. 눈은 보이지만 보지 못한다. 모든 것이 침묵 속에 가라앉았다. 그는 나리즈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를 바라봤다. 나리즈의 가슴에서는 피가 흘렀다. 그리스의 창이 꽂혀 있었다. 코미타스는 그 창을 뽑아냈다. 피가 더 많이 흘렀다. 그것은 무의미했다. 나리즈는 이미 죽어있었다.
코미타스는 일어섰다. 그의 손에는 아직 칼이 들려있었다. 그는 바다를 보았다. 거기에 배들이 있었다. 페르시아의 배들. 생존자들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도망치는 병사들. 코미타스는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 그는 서쪽을 보았다. 그리스인들이 승리의 함성을 지르며 페르시아 병사들을 추격하고 있었다.
코미타스는 걸었다. 북쪽으로. 산을 향해서. 신들이 사는 곳을 향해서. 그는 걸었다. 칼을 든 채. 피에 젖은 채. 뒤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뒤에서는 전쟁의 소리가 계속됐다. 제국은 패했다. 왕중의 왕의 군대는 패했다. 그러나 코미타스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계속 걸었다.
그가 북쪽 산으로 사라지는 동안 그리스의 신들은 축제를 벌였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인간의 피로 만들어진 바다를 보며 그들은 웃었다. 코미타스는 그 웃음소리를 들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신들을 바라봤다. 말없이. 그는 저주하지 않았다. 질문하지 않았다. 그저 바라봤다. 검은 돌 같은 눈으로.
그는 자신이 세상의 마지막 페르시아인이 된 것처럼 느꼈다. 그의 집은 이제 없었다. 고향은 없었다. 그는 이름 없는 유령과 같았다. 인간과 신들 사이에 서있는 존재. 그는 그 중간에서 걸었다. 바다는 뒤로 멀어지고 산은 가까워졌다. 그는 그림자처럼 걸었다.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었다. 코미타스는 여전히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걸었다. 그의 발자국은 흙먼지에 새겨졌다가 지워졌다. 마치 그가 존재한 적 없었던 것처럼. 마치 그의 삶이 꿈이었던 것처럼. 마치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이 그저 신들의 장난이었던 것처럼.
그날 밤 코미타스는 꿈을 꾸지 않았다. 그는 단 한 번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 역사는 그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뼈는 그리스의 땅에 묻혔다. 패배한 페르시아의 마지막 증인으로. 그리고 그의 영혼은 이방인으로 그 땅을 떠돌았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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