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미스 해협 -전쟁단편소설

129 0 0 2025-05-06 19:54: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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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페르시아 제국의 해군 지휘관으로서 배 위에 서 있었다. 살라미스 해협의 검은 물이 배 아래에서 요동쳤다. 저 멀리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그리스인들의 불빛.

아티쿠스는 바라본 세상은 무한히 넓었다. 하지만 오늘 그 세상은 이 좁은 해협으로 압축되었다. 살라미스. 그는 이 이름을 속으로 되뇌었다. 이곳이 그의 영광이 될 것인가 아니면 무덤이 될 것인가. 어제까지만 해도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페르시아의 승리. 제국의 영광. 그러나 지금 차가운 새벽바람 속에서 그는 알 수 없는 불안을 느꼈다.

그는 사십 세였다. 스무 해를 제국의 함대에서 보냈다. 아테네를 불태우는 것을 보았다. 테르모필레에서 그리스인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그는 승리에 익숙했다. 그리고 이곳 살라미스에서도 승리할 것이다. 그렇게 믿었다. 믿어야만 했다.

아티쿠스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칼리드. 그의 부관이자 둘째 형의 아들이었다.

지휘관님. 왕의 명령이 도착했습니다.

아티쿠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없이 함교로 향했다. 크세르크세스 대왕의 명령은 명확했다. 해협으로 진격하라. 그리스 함대를 바다 밑으로 보내라. 단순하고 명쾌했다. 페르시아의 천 척 함대가 그리스의 삼백 척을 상대한다. 결과는 뻔했다.

그는 전령을 내려보냈다. 태양이 떠오를 때 함대는 출항할 것이다. 해협을 봉쇄하라. 도망치는 적을 쫓으라. 그리스의 저항을 끝내라.

칼리드는 그의 옆에 조용히 서 있었다. 젊은이의 눈에는 생기라곤 없었다.

지휘관님 이 해협이 좁습니다. 우리의 숫자가 오히려 불리할 수 있습니다.

아티쿠스는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도 같은 생각을 했지만 의심을 입 밖에 내는 것은 위험했다. 대왕의 명령을 의심하는 자에게는 죽음만이 있었다.

대왕의 지혜는 우리가 헤아릴 수 없다.

칼리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갔다. 아티쿠스는 홀로 남아 다가오는 전투를 생각했다.

그는 가족을 생각했다. 페르세폴리스에 있는 아내와 두 아들. 막내는 이제 겨우 다섯 살이었다. 그의 얼굴이 아티쿠스의 기억에서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전쟁이 그런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지워버린다.

바다 위로 태양이 떠올랐다. 붉은 빛이 수면을 물들였다. 피의 바다처럼 보였다. 불길한 징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미신을 믿지 않았다. 오직 힘만이 중요했다. 페르시아의 힘. 대왕의 힘.

트럼펫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출항 신호였다. 북소리가 일정한 리듬으로 울려 퍼졌다. 노예들이 노를 젓는 속도를 맞추는 소리였다. 그의 함선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뒤로 수백 척의 함선이 뒤따랐다. 페르시아의 위용이었다.

살라미스 해협은 생각보다 좁았다. 그의 전함은 천천히 해협으로 들어갔다. 뒤따르는 함선들로 바다가 가득 찼다. 함대의 진형이 서서히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좁은 해협에서 천 척의 함선은 오히려 서로를 방해하고 있었다.

칼리드의 우려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먼 곳에서 그리스 함대가 나타났다.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가슴에 불안이 더욱 커졌다. 그럼에도 그는 명령을 내렸다. 그리스 함대로 돌진하라. 곧 접전이 시작되었다.

전투는 혼돈 그 자체였다. 함선들이 충돌하는 소리. 부서지는 목재의 비명. 공중으로 날아가는 화살과 창. 그리고 비명. 바다로 떨어지는 군사들의 비명. 그는 갑판 위에 서서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그리스인들은 더 작고 가벼운 함선으로 페르시아의 대형 전함을 교묘히 피해 다니며 공격했다. 그들은 이 해협의 물길을 잘 알고 있었다. 페르시아 함선들은 서로 엉켜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의 수적 우위는 이 좁은 해협에서 무용지물이었다.

아티쿠스는 승리가 그들의 손을 빠져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의 함선 좌측에서 그리스 전함이 돌진해 왔다. 청동으로 강화된 함수가 그의 배 옆구리를 강타했다. 함선이 크게 기울었다. 갑판 위의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다로 떨어졌다. 갑옷의 무게가 그들을 바다 밑으로 끌어내렸다.

두 번째 충격이 왔다. 함선이 더 크게 기울었다. 물이 갑판으로 밀려들었다. 아티쿠스는 함교에 매달려 균형을 잡으려 했다. 그리스 함선에서 적병들이 뛰어올랐다. 검과 창이 부딪치는 소리. 죽어가는 자들의 신음.

그는 칼리드를 찾았다. 젊은 부관은 갑판 중앙에서 세 명의 그리스 병사와 싸우고 있었다. 한 명이 쓰러졌다. 그러나 다른 그리스인의 창이 칼리드의 옆구리를 꿰뚫었다. 젊은이는 무릎을 꿇었고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과거의 장엄한 조각상 같았다.

배가 더 기울었다. 그는 바다로 떨어졌다. 차가운 물이 그를 감쌌다. 그는 갑옷의 무게에 저항하며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는 가라앉지 않기 위해 몸부림쳤다.

주변에는 혼돈만이 가득했다. 불타는 배들. 부서진 함선의 잔해. 바다에 떠 있는 시체들. 그리고 비명. 죽어가는 자들의 비명.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자들의 비명.

멀리서 그는 페르시아 함대가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전함들이 하나둘 그리스인들에게 포위되어 침몰했다. 일부는 후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살라미스 해협은 페르시아 제국의 무덤이 되고 있었다.

그는 잔해 하나를 붙잡고 떠 있었다. 그의 힘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다. 멀리서 그는 해안가를 보았다. 크세르크세스 대왕이 금 의자에 앉아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한때는 그 시선에 위안을 느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대왕은 그들의 죽음을 지켜볼 뿐이었다.

아티쿠스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의 팔이 잔해에서 미끄러졌다. 그는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생이 그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차가운 어둠이 다가왔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었다. 바다의 어둠이 그를 감쌌다. 크세르크세스 대왕은 페르시아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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