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마의 평원에 서 있었다. 붉은 아프리카의 흙먼지가 그의 샌들과 정강이를 덮었고 땀에 젖은 튜닉은 몸에 달라붙었다. 루키우스 발레리우스 크리스푸스. 그 이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레기오 다섯째 중대의 한 병사. 그것만이 남은 의미였다.
아침 햇살이 스쿠툼의 금속 표면에 부딪혀 눈을 찌를 듯한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고 입 안의 건조함이 목구멍까지 타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이 고요했다.
서 있는 땅 너머로 그는 적의 전열을 보았다. 한니발의 군대. 상아 손잡이 검을 든 아프리카의 야만인들과 누미디아 기병과 그리고 저 멀리 회색빛으로 솟아오른 산과 같은 전쟁 코끼리들. 죽음을 짊어진 짐승들. 코끼리의 등 위에는 창을 든 병사들이 작은 인형처럼 앉아있었다. 오래 전 이탈리아의 골짜기에서 그의 형제들을 짓밟았던 바로 그 짐승들. 그렇게 오래 기다렸던 복수의 날이 왔다.
루키우스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삶과 죽음 사이에는 이제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그는 숨을 쉴 뿐이었다. 그는 오직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태양 아래 피의 강을 건너가는 시간만이 있을 뿐이었다.
센투리온의 외침이 공기를 갈랐다. 그리고 트럼펫 소리가 평원을 가로질렀다. 시간이 왔다. 루키우스는 방패를 들어올렸다. 그의 손가락은 글라디우스의 손잡이를 감싸쥐었다. 목재와 가죽과 쇠의 감촉. 남자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발걸음이 땅을 울렸다. 먼지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걸었다.
전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갔다. 방패와 검. 창과 화살. 살과 피. 그것들이 유일한 세계였다. 루키우스는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첫 번째 코끼리가 그들의 대열을 향해 돌진해 왔을 때 그는 잠시 두려움을 느꼈다. 그 육중한 몸체가 태양을 가리며 다가왔다. 땅이 진동했다. 쉰 목소리의 외침과 투창의 휘파람 소리가 섞였다. 그리고 루키우스는 스키피오가 명령한 대로 옆으로 비켜섰고 코끼리는 그들이 만든 통로로 지나갔다. 그것은 마치 신의 뜻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는 피를 처음 맛보았을 때를 기억했다. 대열 앞으로 달려든 누미디아 병사의 목을 그의 글라디우스가 관통했을 때. 검은 피가 그의 얼굴에 튀었고 입술에 닿았다. 쇠맛. 루키우스는 침을 뱉었지만 그 맛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것이 인간의 맛인가. 이것이 우리의 본질인가.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푸른 하늘 아래 붉은 땅에서 남자들은 죽어갔다. 루키우스의 옆에 있던 젊은 병사가 쓰러졌다. 그의 얼굴은 평화로웠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려왔던 것처럼. 루키우스는 그를 딱 한번 쳐다보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죽은 자는 죽은 자였고 살아있는 자는 아직 살아있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끝없는 지금만이 있었다. 루키우스는 방패를 들고 검을 휘둘렀다. 그는 목이 말랐다. 땀이 눈을 따갑게 했다. 그의 다리는 무거웠지만 그는 계속 나아갔다. 가끔 그는 너무 지쳐 마치 꿈속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럴 때면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죽은 자들의 얼굴이 그의 눈앞에서 일렁였다. 피로 물든 땅을 딛고 그는 전진했다.
갑자기 병사들 사이로 소문이 퍼졌다. 한니발의 군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 루키우스는 그것을 믿지 않았다. 십 수년간 로마를 공포에 떨게 했던 그 장군이 패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점점 더 많은 카르타고 병사들이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패배의 그림자가 깃들어 있었다.
그때 그는 그를 보았다. 한니발. 전장의 먼지 속에서 그의 모습은 신화 속 존재처럼 보였다. 한 손에는 검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루키우스는 그 순간 역사의 무게를 느꼈다. 로마의 적. 로마의 악몽. 그러나 그저 한 남자일 뿐인 존재.
루키우스는 그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 또 한 걸음. 그러나 그때 그의 앞에 커다란 카르타고 병사가 나타났다. 그 남자의 얼굴에는 증오가 가득했다. 그는 도끼를 들어올렸고 루키우스의 방패를 향해 내리쳤다. 루키우스는 그 충격에 비틀거렸지만 넘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글라디우스를 앞으로 밀어 넣었다. 칼날은 살을 가르고 뼈를 스쳤다. 남자의 눈에서 생명이 사라졌다.
루키우스는 다시 한니발을 찾았지만 그는 이미 모습을 감추고 없었다. 먼지 구름 속으로 사라진 신화.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지금만이 중요했다. 오직 살아남는 것만이 중요했다.
전투의 마지막 순간들은 마치 느린 꿈과 같았다. 카르타고 병사들은 도망쳤고 로마 군단은 그들을 뒤쫓았다. 루키우스는 그들과 함께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서 있었다. 그의 다리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검은 피로 검게 변했고 그의 방패는 찌그러져 있었다. 그의 얼굴은 먼지와 피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승리의 함성을 들었지만 그것은 마치 먼 곳에서 들려오는 메아리 같았다.
루키우스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는 땅을 바라보았다. 붉은 흙과 붉은 피. 둘 사이에 차이는 없었다. 그는 맨손으로 흙을 움켜쥐었다. 그것은 그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마치 시간처럼. 마치 생명처럼.
어디선가 까마귀가 울었다. 루키우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녁이 오고 있었다. 붉은 태양이 지평선에 걸려있었다. 죽은 자들의 위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루키우스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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