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성 관절염 -호러단편소설

175 0 0 2025-05-09 14:32: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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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처음에는 단순한 관절통이라 생각했다. 손목에서 시작된 통증.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려는데 컵을 들 수 없었다.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단지 나이 탓이라 생각했다. 마흔다섯. 몸이 삐걱거릴 나이.



그러나 다음 날 손가락 마디가 부어올랐다. 붉은색. 열이 났다. 그는 병원에 갔다. 의사는 검사를 했다. 혈액 표본을 채취했다. 엑스레이를 찍었다. 결과는 단순했다. 관절염. 항염증제를 처방받았다. 진통제도 받았다. 그는 안심했다. 약을 먹으면 나을 것이다.



그러나 나아지지 않았다.



일주일 후 발목이 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릎. 걷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그는 다시 병원에 갔다. 다른 의사가 그를 진찰했다. 더 많은 검사. 더 많은 약. 더 많은 질문. 하지만 대답은 적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 봅니다. 의사가 말했다. 어떤 관절염도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지 않아요.



TV에서 첫 보도가 나온 것은 그로부터 이틀 후였다. 서울에서 특이한 관절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발병하고 있으며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유진은 TV를 끄고 창밖을 보았다.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모든 것이 평범해 보였다. 사람들은 여전히 출근했다. 아이들은 여전히 학교에 갔다.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그의 관절은 계속 부어올랐다. 더 이상 손가락을 구부릴 수 없었다. 젓가락을 들 수 없었다. 차 문을 열 수 없었다. 신발 끈을 묶을 수 없었다. 그는 회사에 병가를 냈다.



일주일 만에 전국으로 퍼졌다. 뉴스에서는 이제 전염병이라고 불렀다. 관절 전염병. 의학계는 혼란에 빠졌다. 어떻게 관절염이 전염될 수 있는가. 바이러스인가. 박테리아인가. 자가면역 반응인가. 아무도 몰랐다.



정부는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국립보건원은 24시간 연구에 들어갔다. 유진은 창밖에서 마스크 쓴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았다. 마치 코로나 시절처럼.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공포가 있었다. 숨을 쉬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움직이기 어려운 공포.



아내가 발병한 것은 열흘 후였다. 아침에 일어나 비명을 질렀다. 손가락이 두 배로 부어 있었다. 그는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응급실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 같은 증상. 부어오른 손가락. 부어오른 무릎. 부어오른 발목. 그들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의사들은 지쳐 보였다. 간호사들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복도에 환자들이 누워 있었다. 병상이 부족했다. 진통제가 부족했다. 그들은 6시간을 기다린 끝에 집으로 돌아왔다. 처방전 한 장과 함께. 도움이 될지 의심스러웠다.



아내는 울었다. 그는 그녀를 안아주려 했다. 하지만 그의 팔은 이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관절이 너무 부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서로를 만질 수 없었다. 이것이 새로운 친밀감이었다. 절망 속의 연대.



한 달이 지났다. 도시는 변했다. 거리에는 사람이 적었다. 학교는 문을 닫았다. 회사들은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식당과 카페는 비어 있었다. 지하철과 버스는 한산했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통계는 매일 갱신되었다. 확진자 수. 중증 환자 수. 사망자 수. 사망자들은 대부분 자살이었다. 통증을 견딜 수 없었던 사람들. 모르핀도 듣지 않는 통증. 그들은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또는 목을 매달았다. 또는 수면제를 먹었다. 죽음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유진의 아들이 발병한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였다. 열다섯 살. 축구를 좋아하던 소년. 이제 그는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무릎이 풍선처럼 부어올랐다. 그는 괴성을 질렀다. 밤새도록. 진통제는 효과가 없었다. 유진은 아들 옆에 앉아 있었다. 그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뜨거웠다. 그는 아들의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둘 다 너무 부어 있어서 불가능했다. 그들은 괴로움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말없이.



집 밖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이웃이었다. 그들도 발병한 것이다. 도시 전체가 신음하는 것 같았다.



TV에서는 이제 전 세계적인 대유행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었다. 과학자들은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바이러스 없이 어떻게 질병이 전염될 수 있는가. 몇몇은 집단 히스테리를 의심했다. 몇몇은 환경 독소를 의심했다. 몇몇은 외계 생명체를 의심했다. 모두 틀렸다.



두 달 후 사회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식료품점에는 물건이 떨어졌다. 트럭 운전사들이 운전할 수 없었다. 농부들이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의사들이 수술을 할 수 없었다. 경찰들이 총을 쏠 수 없었다. 모두 관절이 부어올라 기능할 수 없었다.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군대가 동원되었다. 하지만 군인들도 아팠다. 그들도 움직일 수 없었다. 총을 들 수 없었다. 트럭을 운전할 수 없었다.



유진의 집에는 식량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슈퍼마켓에 가려 했다. 걷는 것은 고통이었다. 매 걸음마다 그는 절뚝거렸다. 그의 무릎은 불덩어리였다. 발목은 통나무처럼 부어 있었다. 손가락은 소시지처럼 변해 있었다.



슈퍼마켓은 아수라장이었다. 사람들은 서로 밀치고 있었다. 부어오른 팔과 다리로. 누군가 그를 밀쳤다. 그는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통증이 그를 관통했다. 그는 바닥에 누워 숨을 몰아쉬었다.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모두 자신의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간신히 일어서서 몇 개의 통조림을 집었다. 계산대는 비어 있었다. 계산원들도 아팠다. 그는 돈을 카운터에 두고 나왔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돈은 이제 의미가 없었다. 오직 움직일 수 있는 능력만이 중요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시체를 보았다. 아파트 앞 보도에 누워 있었다. 아무도 치우지 않았다. 시체를 치울 사람이 없었다. 모두 자신의 통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아내가 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들의 방 앞에서. 문은 잠겨 있었다. 그는 무슨 일인지 물었다.



그가 잠들었어. 아내가 말했다. 수면제를. 내가 몰랐어.



유진은 문을 부수려 했다. 하지만 그의 어깨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발로 차려 했다. 그의 무릎이 비명을 질렀다. 그는 포기했다. 그들은 문 앞에 앉아 울었다. 아들이 죽어가는 동안.



열쇠가 문 아래로 미끄러져 나왔다. 아들은 마지막 순간에 후회한 것일까. 아니면 단지 부모에게 고통을 더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그들은 알 수 없었다.



유진은 간신히 문을 열었다. 아들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평화로워 보였다. 마치 오랜 전쟁이 끝난 것처럼. 그는 아들 옆에 앉았다. 손으로 아들의 얼굴을 만지려 했다. 그의 손가락은 너무 부어 있어서 아들의 얼굴을 느낄 수 없었다. 이것이 그에게는 가장 큰 저주였다. 자신의 아이를 마지막으로 만질 수 없다는 것.



그날 밤 그는 결정했다. 아내도 동의했다. 그들은 더 이상 살 이유가 없었다. 통증은 견딜 수 없었다. 미래는 없었다. 세상은 끝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남은 수면제를 나눠 먹었다.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손을 잡으려 했지만 부어오른 손가락들은 서로를 감싸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손등끼리 맞댔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접촉이었다.



그는 창밖을 보았다. 도시는 어두웠다. 전기가 끊긴 지 오래였다. 간간이 불빛이 보였다. 아직 살아남은 사람들. 아직 고통받는 사람들.



그는 별을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별이었다. 공기 오염이 줄어든 덕분이었다. 세상이 멈추자 하늘은 더 맑아졌다. 이상한 아이러니였다.



수면제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졸음을 느꼈다. 통증이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몇 달 만에 평화를 느꼈다.



그의 마지막 생각은 질문이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무엇이 이 모든 것을 시작했는가. 지구의 복수인가. 신의 심판인가. 아니면 단지 우연한 재앙인가.



어쩌면 이유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결과만이 중요할 뿐. 인류는 스스로의 뼈에 배신당했다. 자신의 몸에 갇혔다. 움직임의 자유를 잃었다. 서로 접촉할 능력을 잃었다. 그리고 그것이 끝의 시작이었다.



어둠이 그를 덮쳤다. 그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고통 없는 곳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몇 달 후 도시는 조용했다. 거리는 비어 있었다. 건물들은 버려져 있었다. 차들은 녹슬고 있었다. 시체들은 썩어가고 있었다.



자연은 천천히 도시를 되찾아가고 있었다. 잡초가 아스팔트 틈새로 자라났다. 야생 동물들이 빈 아파트에 둥지를 틀었다. 그들에게는 관절염이 없었다. 그들의 뼈는 건강했다. 그들의 관절은 매끄럽게 움직였다.



인류는 사라져가고 있었다. 몇몇 생존자들이 있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면역인 사람들. 그들은 빈 도시를 배회했다. 식량을 찾아서. 약을 찾아서. 다른 생존자들을 찾아서. 하지만 그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바람이 빈 도시를 휩쓸고 지나갔다. 인간의 비명은 이제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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