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도에도 없었고 위성 이미지에도 없었다. 정부 문서에는 공백으로 남아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말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단어들이 실패했다. 언어가 무너졌다. 그들은 그저 그것이라 불렀다. 그것.
김영수는 망루 창문 너머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들판과 숲이 펼쳐져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때로는 안개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그는 알았다. 그곳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니 아무것도 없었다.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그는 한때 천문학자였다. 별을 연구했다. 망원경으로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바라보며 우주의 신비를 이해하려 했다. 신을 찾았다. 수학에서. 빛의 패턴에서. 그러나 그가 찾은 것은 침묵뿐이었다. 무한한 공간의 차가운 침묵.
이제 그는 망루에서 근무했다. 실종 구역의 경계를 감시하는 일. 문서상으로는 기상 관측소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관측하는 것은 날씨가 아니었다. 그는 경계를 지켰다. 들어가는 사람들은 있었으나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가끔 탐사대가 파견되었다. 군인들과 과학자들. 그들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수의 작업대에는 장비가 놓여 있었다. 온도계. 기압계. 방사능 측정기. 가이거 계수기. 이름 없는 기계들. 그들은 매일 같은 수치를 보여주었다. 정상.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기계들은 아무것도 감지하지 못했다. 기계의 언어도 실패했다.
그는 공책에 숫자를 적었다. 의미 없는 숫자들. 습관이었다. 학자였을 때의 습관. 이제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지만 그는 계속 적었다. 그의 손가락은 떨렸다. 나이 때문이 아니었다. 공포 때문도 아니었다. 무언가가 그를 관통하고 있었다. 침묵.
"오늘도 변화 없습니다."
그는 무전기에 보고했다. 매일 같은 말이었다. 상부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저 짧은 신호음만이 돌아왔다. 수신 완료. 그들도 말하지 않았다. 모두가 침묵을 지켰다. 침묵은 생존의 조건이었다.
창밖에서 까마귀 한 마리가 나무 위에 앉았다. 검은 눈으로 영수를 바라보았다. 까마귀에게 경계는 의미가 없었다. 그들은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들어갔다 나왔다.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영수는 까마귀를 부러워했다. 까마귀는 알고 있었다. 그는 모르는 것을.
저녁이 되었다. 태양은 실종 구역 너머로 저물었다. 붉은빛이 들판을 물들였다. 아름다웠다. 영수는 그 아름다움이 가짜라는 것을 알았다. 혹은 진짜였을지도 모른다. 더 이상 구분할 수 없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었다.
그날 밤 그는 꿈을 꾸었다.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꿈. 한 개씩 천천히. 소리 없이. 별들은, 그것들은, 땅에 닿기 전에 사라졌다. 빛이 꺼졌다. 우주는 점점 어두워졌다. 그는 눈을 떴다. 창밖은 여전히 어두웠다. 별은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가렸다. 아니면 실종 구역이 빛마저 삼킨 것일까.
아침이 되었다. 영수는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들어왔다. 살아있다는 느낌. 그러나 그 느낌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색채가 빠져나가고 소리가 줄어들고 냄새가 사라졌다.
그는 벽에 붙은 달력을 보았다. 며칠인지 알 수 없었다. 날짜를 표시하는 것을 언제부터인가 잊었다. 시간은 의미가 없었다. 그것은 시간의 바깥에 있었다. 영원이라기보다는 시간의 부재였다. 영수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책상 위에는 오래된 사진 한 장이 있었다. 그와 그의 아내. 대학 시절. 그녀는 물리학자였다. 그는 천문학자였다. 그들은 같은 것을 찾고 있었다. 우주의 비밀. 진리. 신. 그녀는 첫 번째 탐사대와 함께 실종 구역으로 들어갔다.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를 기억하지 않았다. 심지어 기록에서도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영수만이 기억했다. 그래서 그는 여기 있었다. 경계에서. 그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오전에 그는 콘크리트 벽에 생긴 균열을 발견했다. 미세한 균열. 전에는 없었다. 그는 확신했다. 손가락으로 만져보았다. 차가웠다.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그는 보고서에 적지 않았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들은 알고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것은 확장되고 있었다.
정오에 무전기가 울렸다. 평소와 다른 시간이었다. 이상했다.
"김 씨, 보고해."
낯선 목소리였다.
"변화 없습니다."
그는 대답했다. 습관적으로.
"확실합니까."
영수는 창밖을 보았다. 평범한 들판. 나무들. 하늘.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 다른 것은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네. 확실합니다."
"좋습니다. 계속 감시하십시오."
무전기가 침묵에 빠졌다. 영수는 그들이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어쩌면 다른 망루에서 무언가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혹은 도시에서. 그는 몇 주 동안 신문을 보지 못했다. 라디오는 작동하지 않았다. 오직 무전기만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마저도 제한적이었다.
오후에 비가 내렸다. 회색 하늘에서 회색 빗방울이 떨어졌다.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들. 영수는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의지를 가진 것 같았다. 그는 물방울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차가웠다. 적어도 아직 감각은 있었다.
저녁 보고 시간이 되었다. 그는 무전기를 켰다. 정적만이 흘렀다. 평소와 달랐다. 그는 다시 호출했다. 아무 대답이 없었다. 세 번째 호출. 침묵. 영수는 무전기를 내려놓았다. 이제 그도 혼자였다. 완전히 혼자.
그날 밤 그는 결정했다.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더 이상 관찰하지 않기로. 더 이상 숫자를 기록하지 않기로. 더 이상 보고하지 않기로. 그는 아내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녀가 간 곳으로. 그것 안으로.
그는 몇 가지 물건들을 가방에 넣었다. 물. 식량. 나침반. 사진 한 장. 그리고 작은 망원경. 옛날 그가 천문학자였을 때 사용하던 것. 그는 제복을 벗었다. 평범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군인도 과학자도 아닌 한 남자의 옷.
마지막으로 그는 공책을 펼쳐 적었다.
나는 간다. 그녀를 찾으러. 혹은 그것을 알기 위해.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을 보기 위해. 아무것도 없다면 그 공허를 경험하기 위해. 더 이상 경계에 있을 수 없다. 안과 밖 사이에. 언어와 침묵 사이에. 나는 선택한다. 침묵을.
그는 펜을 내려놓았다. 방을 둘러보았다. 10년. 그는 이곳에서 10년을 보냈다. 매일 같은 창밖을 바라보며. 매일 같은 보고를 하며. 매일 그녀를 기다리며. 그러나 그녀는 오지 않았다. 그가 가야 했다.
아침이 되었다. 안개가 피어올랐다. 영수는 망루를 나섰다. 장비도 무전기도 두고 갔다. 그에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걸었다. 천천히. 안개 속으로. 경계를 향해. 그리고 넘어섰다. 한 발. 두 발. 그는 더 이상 경계의 바깥에 있지 않았다. 그는 이제 안에 있었다. 그것 안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땅은 여전히 단단했고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다. 나무들은 여전히 서 있었고 새들은 여전히 날았다. 그러나 그는 느꼈다. 무언가가 달랐다. 빛이. 소리가. 그의 존재가. 모든 것이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존재했다. 그는 계속 걸었다.
해가 중천에 떴다. 아니면 아직 아침이었을까. 시간은 구체적이지 않았다. 흐르는 듯하면서도 멈춰 있는 듯했다. 영수는 목이 말랐으나 물을 마시지 않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곳에서는 먹거나 마시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그는 걸었다. 계속 걸었다.
들판이 끝나고 숲이 나타났다. 나무들은 평범해 보였다. 그러나 그는 알았다. 그들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그들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눈은 없었지만 그들은 보고 있었다. 귀는 없었지만 그들은 듣고 있었다. 그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제 그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숲 속에서 그는 흔적을 발견했다. 인간의 흔적. 발자국. 텐트의 흔적. 탐사대의 것이었다. 아내가 있었던 탐사대의. 그는 따라갔다. 발자국을 따라. 그녀를 따라. 그들은 그를 더 깊은 곳으로 이끌었다. 구역의 심장부로.
저녁이 되었다. 아마도. 하늘이 어두워졌다. 별이 보이지 않았다. 영수는 그의 작은 망원경을 꺼냈다. 하늘을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완전한 어둠. 무한한 공허. 그는 알았다. 이곳에는 별이 없다는 것을. 이곳은 우주의 바깥이었다. 혹은 그 이전이었다. 존재 이전의 상태.
그날 밤 그는 꿈을 꾸지 않았다. 꿈이 없는 곳이었다. 그저 휴식이 있었다. 깊고 평온한 휴식. 그가 깨어났을 때 그는 달라져 있었다. 그의 손은 반투명했다. 그는 자신의 뼈를 볼 수 있었다. 혈관을. 살아 움직이는 세포들을. 그는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 그저 관찰했다. 과학자처럼.
그는 계속 걸었다. 이제 그의 발은 땅에 닿지 않았다. 그는 떠다녔다. 물 속에서처럼. 공기가 액체가 되었다. 아니면 그가 기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경계가 흐려졌다. 고체와 액체와 기체 사이의. 살아있음과 죽음 사이의. 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숲은 끝났다. 그 앞에는 호수가 있었다. 물이 아닌 다른 것으로 이루어진 호수. 빛. 어둠. 그 중간의 무언가. 호수 중앙에는 섬이 있었다. 그리고 그 섬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 모든 탐사대의 사람들. 그리고 그녀. 그의 아내. 그녀는 미소 지었다. 말이 없었다. 필요하지 않았다.
영수는 호수로 들어갔다. 그것은 그를 감쌌다. 빛이자 어둠인 액체. 그는 수영했다. 섬을 향해. 그녀를 향해. 호수는 그를 변화시켰다. 그의 세포. 그의 원자. 그의 존재의 본질. 그는 더 이상 그가 아니었다. 그는 다른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언어 너머의 것. 이해 너머의 것.
섬에 도착했을 때 그는 완전히 변해 있었다. 그의 몸은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빛이었다. 어둠이었다. 그 중간의 무언가였다.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만났다. 접촉했다. 아니 그보다 더 깊은 것. 그들은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많은 것들이.
그들은 그에게 보여주었다. 모든 것을. 시작을. 끝을. 그 사이의 모든 것을. 우주는 탄생했다 사라졌다. 무한히 반복해서. 그가 보는 동안. 그가 경험하는 동안. 그는 이해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왜 언어가 실패했는지. 왜 과학이 실패했는지. 왜 모든 인간의 도구가 실패했는지. 그것은 단순했다. 너무나 단순해서 이해할 수 없었다.
세계 어딘가 한 망루가 비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공책이 놓여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가 열려 있었다. 마지막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는 침묵을 선택한다.
그 망루는 비어 있었다. 아무도 그곳에 살았던 사람을 기억하지 않았다. 기록도 없었다. 이름도 없었다. 그저 비어 있는 자리만이 있었다. 곧 그 자리마저 사라질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리고 실종 구역은 계속 확장되고 있었다. 천천히. 조용히. 말없이. 세상은 침묵 속으로 녹아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름다웠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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