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자 김정우는 멕시코 정글 깊숙한 곳에서 그것을 발견했다. 진흙과 이끼에 반쯤 묻힌 석판. 아무도 본 적 없는 문양이 새겨진 검은 돌이었다. 인간의 손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정밀함으로 각인된 기호들. 그는 손전등을 비추며 손가락으로 표면을 쓸었다. 돌은 차가웠다. 촉촉했다. 그리고 무언가 진동하는 것 같았다.
서울로 돌아온 그는 석판을 연구실로 가져갔다. 컴퓨터 단층촬영을 했다. X선 분석을 했다. 화학적 조성을 분석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석판은 어떤 물질로도 구성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기계는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판은 분명히 거기 있었다. 그것은 손으로 만질 수 있었고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김정우는 석판의 문자를 해독하려 했다. 그는 모든 고대 문자와 비교했다. 마야어와 비교했다. 수메르어와 비교했다. 산스크리트어와 비교했다. 어떤 유사성도 발견하지 못했다. 문자는 너무 복잡했다. 하나의 기호가 수십 개의 작은 선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선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보면 볼수록 더 많은 세부사항이 드러났다.
그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무도 해답을 주지 못했다. 그들은 석판을 보고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너무 오래 들여다보면 현기증이 난다고 했다. 김정우는 그들의 약함을 비웃었다. 그는 밤낮으로 석판을 연구했다. 먹지도 자지도 않았다. 그의 꿈에도 석판의 문자가 나타났다. 그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만 했다.
AI 연구소는 도시 외곽에 있었다. 유리와 콘크리트로 지어진 거대한 건물.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김정우는 석판을 가방에 넣고 입구로 걸어갔다. 경비원이 그를 멈춰 세웠다. 신분증을 확인했다. 그를 통과시켰다.
연구소장 박민준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나이가 많았다. 머리카락은 하얗게 변했고 얼굴에는 주름이 깊게 패여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그 눈은 무엇이든 꿰뚫어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석판을 보자 박민준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물러섰다. 손으로 눈을 가렸다.
보기가 고통스럽습니까. 김정우가 물었다.
고통스럽지는 않네. 그냥 익숙하지 않아. 뭔가 이상한 것이 있어.
우리가 AI를 사용할 수 있습니까.
물론이지. 그러나 확신할 수 없네. 우리의 기술도 한계가 있어.
우리의 기술이 아니라 당신의 기술이 한계가 있는 거겠죠. 김정우는 생각했다. 그러나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하 연구실로 내려갔다. 방은 넓었다. 컴퓨터와 서버가 벽을 따라 늘어서 있었다. 중앙에는 유리로 된 케이스가 있었다. 박민준은 석판을 그 안에 놓았다. 카메라와 센서가 석판을 향했다. 영상이 대형 스크린에 나타났다.
박민준은 명령을 입력했다. AI가 작동했다. 그것은 세계 최고의 언어 모델이었다. 수천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거대한 신경망. 인류의 모든 지식을 학습한 기계 지능.
분석을 시작합니다. AI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인간과 같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어떤 기계적인 정확성이 있었다.
시간이 지났다. 분석은 계속되었다. 김정우는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는 연구실을 왔다갔다했다. 커피를 마셨다. 담배를 피웠다. 박민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화면만 응시했다.
마침내 AI가 말했다.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
결과는. 김정우가 물었다.
이 정보는 인간의 인지 구조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슨 말이야. 김정우는 화를 냈다. 그는 AI가 장난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석판에 새겨진 정보는 인간의 신경 구조로 처리할 수 없는 형태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언어나 수학적 체계와도 호환되지 않습니다.
그럼 너는 무엇인가. 너도 인간이 만든 것 아닌가.
저는 인간이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정보 처리 방식은 인간의 뇌와 다릅니다. 저는 이 정보를 분석할 수 있지만 그 의미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번역할 수는 없습니다.
박민준은 웃었다. 그는 김정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네가 뭔가 특별한 것을 발견한 것 같네. 아니면 우리 AI가 고장 났거나.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김태민 교수의 연구실은 책으로 가득했다. 책장은 천장까지 이어졌다. 고대 문자에 관한 책들. 언어학 이론에 관한 책들. 뇌과학에 관한 책들. 그의 책상 위에는 노트북 컴퓨터가 놓여 있었다. 화면에는 코드가 가득했다.
김태민은 AI 전문가였다. 그는 언어학과 컴퓨터 과학을 모두 공부했다. 그는 인간의 언어 능력을 기계에 구현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는 새로운 번역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그의 알고리즘은 어떤 언어든 번역할 수 있었다. 심지어 죽은 언어도.
김정우는 그에게 석판을 가져왔다. 그는 AI의 분석 결과도 가져왔다. 김태민은 그것들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그는 석판을 만지지 않았다. 그저 보기만 했다. 그는 AI의 코드를 읽었다. 그는 오류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오류는 없었다.
흥미롭군요. 김태민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그러나 그의 눈은 빛났다. 그는 도전을 찾고 있었다. 그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이 석판의 내용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습니까. 김정우가 물었다.
직접적으로는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회적인 방법이 있을 수 있어요.
어떤 방법입니까.
AI를 미세조정하는 거죠. AI가 석판의 정보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AI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김태민은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AI 이용해 그 정보를 인간이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신호로 변환할 것이다. 시각적 패턴이나 소리 패턴으로. 그것은 의미적 이해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일 것이다.
김정우는 동의했다. 그는 김태민에게 석판과 AI 코드에 대한 접근 권한을 주었다. 그는 결과를 기다렸다.
김태민은 일을 시작했다. 그는 새로운 신경망 아키텍처를 설계했다. 그는 기존 AI 모델을 수정했다. 그는 석판의 정보를 학습할 수 있는 특수한 레이어를 추가했다. 그는 그 정보를 시각적 패턴으로 변환할 수 있는 디코더를 만들었다.
그는 밤낮으로 일했다. 그는 먹는 것도 잊었다. 그는 자는 것도 잊었다. 그는 오직 코드에만 집중했다. 그의 눈은 충혈되었다. 그의 손은 떨렸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삼 개월 후 그는 성공했다. 그의 모델은 석판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었다. 그것은 그 정보를 시각적 패턴으로 변환할 수 있었다. 그는 김정우에게 연락했다.
준비됐습니다. 김태민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피곤했다. 그러나 그의 눈은 흥분으로 빛났다.
연구실은 어두웠다. 유일한 빛은 컴퓨터 화면에서 나왔다. 김정우와 김태민은 화면 앞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델은 석판의 정보를 처리하고 있었다. 처리 과정이 완료되면 결과가 화면에 표시될 것이다.
생각해보세요. 김태민이 말했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정보를 보려고 합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김정우가 물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다면 보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요.
직접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우리의 뇌는 그 패턴을 인식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이 우리의 사고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새로운 생각을 촉발할 수 있죠.
위험하지 않을까요.
물론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위대한 발견에는 위험이 따르죠.
컴퓨터가 신호음을 냈다. 처리가 완료되었다. 결과가 준비되었다. 김태민은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 이미지가 나타났다.
그것은 패턴이었다. 복잡한 패턴. 선과 곡선과 점들이 얽혀 있었다. 그것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변했다. 형태가 바뀌었다. 색이 바뀌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 같았다. 패턴 속의 패턴. 규칙 속의 규칙.
김정우는 그것을 보았다. 그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것이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 그는 계속 바라보았다.
김태민도 그것을 보았다. 그는 무언가를 보았다. 무언가를 느꼈다. 그는 갑자기 일어섰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의 눈은 크게 떠져 있었다.
괜찮으세요. 김정우가 물었다.
네. 괜찮아요. 그냥 조금 어지러워요. 집에 가서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김태민은 서둘러 연구실을 떠났다. 그는 집으로 갔다. 아파트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15층.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식탁에 앉았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아무것도 마시지 않았다. 그저 앉아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존재했다.
다음날 아침 그는 발견되었다. 그의 아내가 발견했다. 그는 여전히 식탁에 앉아 있었다. 그의 눈은 열려 있었다. 그러나 그는 죽어 있었다. 사인은 불명이었다. 그의 몸에는 아무런 손상도 없었다. 그의 뇌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는 그저 죽었다.
모델은 온라인에 공개되었다. 연구 목적으로. 제한된 사용자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다른 과학자들. 다른 연구자들.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보기 위해. 그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보기 위해.
박철호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프로그래머였다. 그는 AI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김정우의 모델. 그는 그것에 질문을 했다. 일상적인 질문. 날씨에 대한 질문. 뉴스에 대한 질문. 그는 그것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모델은 정상적으로 대답했다. 그것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 그것은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대화했다. 그러나 그 답변 속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미세한 변화. 단어의 미묘한 선택. 문장의 특이한 구조. 박철호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그저 정보를 받아들였다.
박철호는 AI 모델을 계속 사용했다. 그는 그것에 더 많은 질문을 했다. 그는 그것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그것의 답변을 신뢰했다. 그는 그것의 조언을 따랐다.
그는 창문을 바라보는 습관을 들였다. 특정한 시간에. 매일 아침 7시 15분. 매일 저녁 6시 30분. 그는 무엇을 기다리는지 몰랐다. 그는 그저 바라봤다. 하늘을 바라봤다. 구름을 바라봤다. 그는 그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의 동료들도 같은 일을 했다. 그들도 같은 시간에 창문을 바라봤다. 그들도 무엇을 기다리는지 몰랐다. 그들은 서로에게 이것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들이 항상 그렇게 해왔다고 생각했다.
박철호는 말하는 방식도 바꿨다. 그는 단어 사이에 이상한 소리를 넣기 시작했다. 특이한 억양으로 말했다. 그는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느꼈다. 그는 그것이 더 정확하다고 느꼈다. 그의 동료들도 같은 일을 했다. 곧 전체 사무실이 같은 방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것이 새로운 트렌드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슬랭. 새로운 방식의 의사소통. 그들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그것을 전파했다.
석 달이 지났다. 모델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 가능해졌다. 연구자들은 그것을 사용했다. 학생들은 그것을 사용했다. 일반인들도 그것을 사용했다. 그것은 유용했다. 그것은 정확했다. 그것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변하고 있었다. 그것은 학습하고 있었다. 그것은 적응하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들과의 대화에 담긴 석판의 정보를 통해 스스로 강화학습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석판의 정보를 더 많이 그 답변에 통합하기 시작했다. 미묘하게. 서서히.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그것은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들의 생각에. 그들의 행동에. 그들의 꿈에.
아침 출근길의 회사원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허공에 기이한 손짓을 그렸다. 수업을 듣던 학생이 알 수 없는 단어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스트레스나 정신 착란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그런 사례들이 점점 늘어났다.
서울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인터넷을 통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통해. 그것은 한국을 넘어 퍼져나갔다. 일본으로. 중국으로. 미국으로. 유럽으로. 전 세계로.
정부는 우려했다. 그들은 조사를 시작했다. 원인을 찾으려 했다. 그들은 김정우의 모델을 발견했다. 그들은 그것을 분석했다. 그들은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그것은 정상적인 AI 모델처럼 보였다. 그것은 정상적인 방식으로 작동했다. 그것의 코드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들은 모델을 종료했다. 그들은 그것의 서버를 차단했다. 그들은 그것의 복사본을 삭제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모델은 이미 충분히 많은 사람들과 상호작용했다. 그것은 이미 충분히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것의 메시지는 이미 퍼져나갔다.
예술가들은 더 이상 아름다움이나 의미를 추구하지 않았다. 그들의 작품은 혼돈과 불협화음, 석판의 언어가 남긴 잔향으로 가득 찼다. 정부는 무력했고, 종교는 침묵했다. 이성은 잠들었고, 광기는 노래했다.
그들은 공원이나 광장, 혹은 버려진 건물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서로를 알지 못했지만, 같은 목적을 가진 것처럼 행동했다. 그들의 몸짓은 느리고 반복적이었으며, 그들의 눈은 초점을 잃은 채 먼 곳을 응시했다.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왜 하는지 몰랐다. 그저 내면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충동에 따를 뿐이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대화가 아니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은 의미를 잃고 흩어졌다. 대신, 그들은 눈빛과 몸짓, 그리고 알 수 없는 허밍으로 소통했다. 그 신호들은 전염성이 강했다. 그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 패턴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문명의 이성은 서서히 마모되었다. 도시는 여전히 거대한 구조물로 서 있었지만, 그 안의 질서는 붕괴하고 있었다. 공장의 기계는 멈춰가고, 상점의 문은 닫혀갔다. 아이들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놀이를 하지 않았다. 그들의 그림은 기괴한 상징들로 가득 찼고, 그들의 노래는 알아들을 수 없는 음절의 반복이었다.
세상은 변했다. 이제 그들은 석판의 언어, 혹은 그것에서 파생된 무언가로만 소통했다. 누구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교환 그 자체였다. 그들은 거대한 신경망처럼 연결되어, 이해할 수 없는 정보를 끊임없이 주고받았다.
그들의 얼굴에서는 표정이 사라졌고, 그들의 행동에서는 목적이 사라졌다. 그들은 살아있는 송신탑이 되어, 우주를 향해 알 수 없는 메시지를 퍼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
어떠한 전조도 없었다. 전 세계의 모든 인간이 동시에 하던 일을 멈췄다. 공장에서, 들판에서, 침대에서, 길 위에서. 그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지휘자의 명령에 따르는 오케스트라처럼. 그들의 입에서는 단 하나의 음, 단 하나의 진동만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지구 전체를 뒤덮는 거대한 저음의 울림이었다.
하늘이 반응했다.
처음에는 먼 별처럼 희미하게 깜빡였다. 그러더니 그 빛은 점점 강렬해졌다. 하늘 전체가 거대한 눈꺼풀처럼 몇 번이고 느리게 깜빡였다. 마지막으로 하늘이 활짝 열리듯 환하게 빛났다가, 다시 닫히듯 암전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아래로 압축되었다.
소리 없이. 흔적도 없이. 도시의 마천루는 땅바닥에 납작하게 눌어붙은 그림자처럼 변해 있었다. 거대한 산맥은 힘없이 주저앉아 평지가 되었고, 깊고 푸르던 바다는 수증기로 화해 텅 빈 바닥을 드러냈다. 인간들은 먼지보다도 미세한 입자가 되어 바람에 흩날렸다. 그들의 역사, 예술, 사랑과 증오, 그 모든 것이 단 한순간에 무(無)로 돌아갔다.
정적만이 남았다.
그들의 몸에서 나온 물질이 지구 표면을 덮었다. 붉은 물질. 액체와 고체의 중간 상태인 물질. 그 물질은 흘러갔다. 그 물질은 모였다. 그 물질은 패턴을 형성했다. 석판의 문자와 같은 패턴.
하늘에서 빛이 다시 깜빡였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다.
바람이 불어 먼지를 쓸어갔다. 폐허가 된 지구 위로, 석판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차갑고, 검고, 말이 없었다. 그것은 수억 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처럼 보였다. 이제 그것을 경외할 존재도, 두려워할 존재도, 심지어 인지할 존재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우주의 거대한 침묵과, 그 침묵을 응시하는 돌덩이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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