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호주는 100년 전, 국민의 참정권을 의무화한 나라입니다.
타당한 이유 없이 투표하지 않은 사람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이른바 '의무 투표제'를 일찍이 도입한 건데요.
의무 투표제 덕분인지 선거마다 투표율이 90%에 육박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윤영철 리포터가 소개해드립니다.
[기자]
지난 3일 호주에서 열린 연방 총선 투표장.
길게 늘어선 줄이 큰 운동장을 빙 둘러섰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투표에 나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들립 나그라지 / 멜버른 유권자 : 이미 7시에 400여 명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모두에게 좋은 것이고….]
호주는 선거 때마다 90%를 웃도는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1924년 도입한 '의무 투표제'가 투표율을 높인 원인으로 꼽힙니다.
선거인명부에 등록된 사람이 타당한 이유 없이 투표하지 않았다면, 20 호주 달러, 한화 약 만8천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심한 경우 형사 처벌까지 가능한 제도입니다.
[나이 코피 / 호주 빅토리아주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 만일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타당하고 충분하게 증명된다면 그 절차는 끝납니다. 예를 들어 일하고 있었다거나 병원에 있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의무 투표제'를 둘러싸고 일부 반대 의견도 있지만, 국민 대다수는 참정권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 공감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헬레나 해밀튼 / 멜버른 유권자 : 의무 투표를 강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제도에 만족합니다.]
[트렌치 유민 / 멜버른 유권자 : 그러나 한 번 벌금을 내야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제도가 너무 불만스럽다고 생각했고….]
물론 개선할 부분에 대한 목소리도 있습니다.
일부 헌법학자들은 '투표를 거부할 권리'에 대해 위헌적 요소가 있을 수 있다고 봤고,
형식적 투표가 오히려 전체 국론을 오도할 위험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줄리앤 리 / 호주 한인 정치·경제 단체 부회장 : 의도적인 무효표 행사도 실제로 발생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본래 제도가 지향하는 의미 있는 시민 참여라는 취지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호주처럼 '의무 투표제'를 채택한 나라는 현재 30여 개국에 이릅니다.
투표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인 만큼 제도 도입을 고민하는 국가도 많지만, 자유선거 원칙을 침해한다는 논란도 뒤따르는 만큼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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