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장의사 -공포단편소설

72 0 0 2025-05-28 18:22: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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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의 손끝에는 언제나 생명이 흘렀다. 죽은 자의 얼굴에 다시금 숨결을 불어넣는 마술사, 장의사 이한수는 그렇게 불렸다. 그의 손이 닿을 때마다, 싸늘했던 얼굴에 옅은 온기가 번지고, 딱딱하게 굳었던 피부에 미세한 탄력이 돌아왔다. 그 과정은 마치 죽음과 삶의 틈새를 가만히 쓰다듬는 일처럼 섬세했다.

"마치 잠들어 있는 것 같아요."

유족들의 감탄이 작업실을 가득 채울 때마다, 한수는 조용한 만족감에 젖었다. 차가운 시신 위로 그의 손이 지나가면, 창백했던 뺨에 장미빛이 돌고, 굳어버린 입술이 다시 부드러워졌다. 죽음의 냄새 대신 은은한 꽃향기가 피어올랐다. 어느새 그의 작업실에는 꽃향기가 배어들었고, 그것은 장례식장의 차가운 공기까지 조금씩 덮었다.

처음엔 단순한 직업정신이었다. 완벽한 복원으로 유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던 것.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마음은 미묘하게 변질되어갔다. 더 완벽하게, 더 생생하게, 더 아름답게. 손끝에서 태어나는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신적인 고양감이 점점 강렬해졌다.

"선생님 솜씨는 정말 신의 경지예요."

칭찬이 쌓일수록 한수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 밤이 깊어도 그는 작업실을 떠나지 않았다. 형광등 불빛 아래서 그의 손은 쉼 없이 움직였고, 죽은 자들은 그의 손길 아래 하나둘 되살아났다. 그의 작업실에는 시간의 흐름조차 멈추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두려움에 조심스레 물었다. "이런 일에 지치지 않으세요?"

한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죽음의 끝에서라도 위안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2.

첫 번째 꿈을 꾼 것은 어느 가을 밤이었다. 창밖에는 낙엽이 바람에 떠밀려 구르던 날이었다. 한수가 복원했던 노인이 관 속에서 몸을 일으키며 미소 지었다. "고맙네, 선생." 목소리는 바람결처럼 부드러웠다. 꿈속에서 한수는 기쁨에 떨었다. 자신의 손길이 죽은 자에게 진정한 평안을 선사했다는 증거였으니까.

그 후로 꿈은 더욱 선명해졌다. 복원된 시신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한수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들은 살아생전의 모습으로 되살아나,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한수에게 무언가를 속삭이기도 했다.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그는 알 수 없는 벅차오름과 동시에 기묘한 허기를 느꼈다. 자신이 단순히 죽은 자를 꾸미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한수 씨, 요즘 너무 몰입하시는 것 아니에요?"

동료 장의사 김 선생이 우려의 목소리로 말했다. "가끔 혼자 시신과 대화하시는 것 같던데... 작업실 불도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고요."

한수는 피식 웃었다. "대화가 아니라 교감이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더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어요. 죽음도 사람마다 다르게 오거든요."

김 선생의 얼굴이 굳었지만, 한수는 개의치 않았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었다. 점점 그는 꿈속에서 마주친 시신들과 현실에서의 자신이 구분되지 않는 기분을 느꼈다. 어둠 속, 자신의 손끝에 죽은 자들의 온기가 남아 있는 듯했다.

3.

그날 실려온 시신은 교통사고로 인해 왼쪽 팔 일부가 심하게 손상되어 있었다. 한수는 평소와 같이 밀랍을 준비했지만, 뭔가 아쉬웠다. 밀랍으로는 진짜 살의 질감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었다. 손끝에 남아 있는 미세한 결까지 되살리고 싶은 욕망이 점점 커졌다.

작업실의 고요함 속에서 한수는 자신의 왼쪽 팔을 내려다봤다. 똑같은 부위였다. 만약...

날카로운 메스가 자신의 살을 가를 때, 한수는 고통 대신 황홀함을 느꼈다. 자신의 살점이 죽은 자의 팔에 이식되는 순간, 세상이 완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것은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진정한 부활이었다. 살점의 온기가 식은 살에 스며들면서, 한수는 오히려 자신이 살아있음을 더 절실하게 느꼈다.

이튿날, 유족들은 기적이라고 했다. "정말 살아있는 것 같아요!" 그들의 눈에는 경외감이 가득했다. 죽음의 슬픔이 경이와 위안으로 바뀌는 순간, 한수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들은 몰랐다. 그것이 진짜로 살아있다는 것을.

4.

그 후로 한수의 헌신은 더욱 깊어졌다. 손가락 하나, 피부 한 조각, 때로는 갈비뼈 일부까지. 시신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는 주저없이 자신의 것을 내주었다. 밀랍과 약품, 인공 보형물로는 결코 완성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질감을 그는 희생을 통해 복원했다.

거울 앞의 자신은 점점 야위어갔지만, 그의 작품들은 더욱 완벽해졌다. 장례식장을 찾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그의 건강을 걱정했지만, 한수는 오히려 더욱 힘차게 작업에 몰두했다.

"한수 선생, 몸 상태가... 최근 들어 얼굴도 많이 상하신 것 같아요."

"괜찮습니다." 한수는 붕대로 감싼 손목을 감추며 말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죽은 자들에게 평안을 주는 게 제 일이니까요."

밤마다 꿈속에서 만나는 그들이 더욱 생생해졌다. 이제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졌다. 작업 중에도 복원된 시신들이 그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거울 속에서, 한수는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착각에 시달렸다.

"더... 더 완벽하게..."

5.

그날은 유난히 추웠다. 한수는 마지막 시신의 복원을 마치고 나서, 갑자기 온몸의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은 이미 시신과 다를 바 없었다. 여기저기 붕대로 감싼 몸, 창백한 얼굴, 함몰된 눈. 무릎 위에는 붉은 얼룩이 번져 있었다. 어딘가에서 피가 새고 있다는 사실조차 그는 실감하지 못했다.

"완벽해졌다..."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조용히 의자에 앉아, 손끝에 남은 감각을 더듬으며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이미 그것은 자신의 손이 아니라, 수많은 죽은 자들의 것이 섞여 있는 듯했다.

6.

한수의 시신이 발견되었을 때, 사람들은 경악했다. 그의 몸 곳곳이 도려내어져 있었고, 지난 몇 년간 그가 복원했던 시신들과 일치하는 부위들이었다. 경찰과 장례식장 직원들은 충격과 혼란 속에서 서로를 바라봤다.

"미친 짓이었어..." 김 선생이 중얼거렸다. "그래도 이제 끝이야. 누가 그를 복원할 수 있겠어..."

장례식장 측에서는 한수의 시신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아무도 그를 복원하려 하지 않았다. 단 한 명의 방문자도 없던 그의 장례식장에는 쓸쓸한 정적만이 맴돌았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기적이 일어났다. 직원이 의식을 차리기도 전에, 장례식장에 들어온 햇빛이 유리창을 타고 조용히 그의 얼굴을 비췄다.

7.

한수의 시신은 완벽했다. 도려내어졌던 부위들이 모두 메워져 있었고, 그것들은 분명히 다른 시신들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마치 원래부터 하나의 몸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피 한 방울, 살결 하나까지도 빈틈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눈을 떴다.

"죽었다는 건 착각이었어요."

한수는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한수의 움직임은 이전보다 유연했고, 목소리는 묘하게 이질적이었다.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차분함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제가 제 몸을 훼손했다는 것도 루머일 뿐입니다. 보세요, 이렇게 멀쩡하지 않나요?"

실제로 그의 몸은 완벽했다. 아니, 완벽 그 이상이었다. 전보다 더 조화롭고, 더 아름다웠다. 손끝에 힘을 줄 때마다, 어디선가 익숙한 감촉이 전해졌다. 그는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에게 새겨진 수많은 얼굴, 수많은 삶의 흔적을 읽었다.

8.

부활한 한수는 전과는 다른 존재였다. 그의 눈빛에는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든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가 있었다. 그의 미소는 더욱 완벽해졌고, 목소리는 천상의 것처럼 달콤했다. 이전보다 언행이 더 조용하고 침착해졌지만, 그 침묵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위압감이 감돌았다.

복원 기술은 신의 경지에 달했다. 그의 손을 거친 시신들은 살아있을 때보다 더 아름다워졌다. 사람들은 그를 보기 위해 먼 곳에서도 찾아왔고, 그의 장례식장에서 가족을 떠나보내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여겼다. 지역 신문에도 그의 이름이 실렸고,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우리 아버지도 선생님께서 보살펴주시면..."

"남편이 그토록 아름답게 잠들다니..."

칭송이 쌓일수록 한수는 더욱 완벽해져 갔다. 밤마다 그는 안치된 시신들로부터 무언가를 가져왔다. 더 아름다운 눈, 더 곧은 코, 더 우아한 손가락. 그는 자신을 조각품처럼 다듬어 나갔다. 점점 그의 외모는, 그가 복원한 이들의 아름다움이 한데 섞인 듯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9.

그의 명성이 퍼져나갈수록,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밤마다 문 앞에 꽃다발과 편지가 놓여 있었다.

"저도 선생님께서 돌봐주시면..."

아직 건강한 사람들이 찾아와 예약을 하려 했다. 한수의 미소와 목소리에 매혹된 사람들이었다. 그를 본 후 갑자기 말수가 줄거나,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이들도 있었다.

"아직 이른 것 아니에요?"

"그렇긴 하지만... 언젠가는 모두 가야 할 길이잖아요. 그때 선생님께서 저를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어주신다면..."

첫 번째는 우연이었다. 예약을 했던 젊은 여성이 며칠 후 자살했다. 유서에는 "한수 선생님께 부탁드린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녀의 장례를 맡은 한수는 그 어느 때보다 정성을 들여 복원했다.

한수는 그녀를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하게 복원했다. 장례식장을 찾은 사람들은 모두 숨을 멈췄다. 그녀는 살아있을 때보다 더 아름다웠다.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한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10.

두 번째, 세 번째가 이어졌다. 한수를 본 사람들 중 일부가 자신의 죽음을 그에게 맡기고 싶어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평안한 미소를 지으며 세상을 떠났다. 예약 명단에는 죽지 않은 이들의 이름이 늘어갔다. 한수의 장례식장 앞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상해요." 김 선생이 우려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일찍..."

"그들이 원한 겁니다." 한수는 조용히 답했다. "진정한 완벽함을. 저는 단지 그들의 소망을 들어줄 뿐이에요."

그의 얼굴은 더욱 빛났다. 죽은 자들로부터 가져온 아름다움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이제는 인간의 것을 넘어선 美를 자랑했다. 그와 대화한 사람들마저, 그의 미소와 눈빛에 취해 돌아가는 일이 잦았다.

11.

한수의 장례식장 앞에는 이제 줄이 서기 시작했다.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의 줄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장례식 일정을 예약하며, 자신이 원하는 외모와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요청했다. "저를 더 완벽하게 만들어주세요. 저만의 아름다움을 찾아주세요." 그런 말이 오갔다.

"죽음이 두렵지 않아요. 선생님께서 계시니까."

한수는 그들 모두에게 같은 대답을 했다.

"물론입니다. 여러분 모두를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인도해드리겠습니다."

그의 미소는 달빛처럼 차갑고 아름다웠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그를 찾았다. 때로는 유명 연예인도, 부유한 노인도 그의 손길을 원했다.

12.

밤이 깊어갈수록 한수의 작업실에서는 더 많은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그가 복원한 시신들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모두 감사를 표했고, 더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오라고 속삭였다. 한수는 점점 꿈과 현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머물렀다.

한수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조각했다. 어느 젊은 남성의 완벽한 턱선을, 어느 소녀의 맑은 눈동자를. 스스로의 육신을 손질하며, 그는 더는 인간의 몸을 가진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수많은 죽음과 아름다움이 한데 섞여 영원히 살아 있는 무언가로 변해갔다.

거울 속의 그는 이제 신과 같았다. 죽음의 신이자 미의 신이었다. 그리고 그를 따르는 신도들이 날마다 늘어나고 있었다. 장례식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이별의 장소가 아니었다. 새로운 신화가 시작되는 제단이 되었다.

창문 너머로 새벽이 밝아오지만, 한수에게는 더 이상 밤과 낮의 구분이 없었다. 그에게는 오직 완벽함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완벽함을 갈망하는 수많은 영혼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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