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의 바람이 부는 곳에서 -공포단편소설

98 0 0 2025-05-30 16:5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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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 검은 소금꽃이 피는 새벽


바다는 검었다.


밀물이 들어오는 새벽, 나는 천으로 싼 소금 주머니를 아이처럼 가슴에 안고 걸었다. 하진 염전 마을의 '영아 바깥돌리기' 체험 프로그램. 갯벌 예술 페스티벌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특별한 기회라고 했다. 도시에서 온 일러스트레이터인 나에게는 그저 색다른 경험일 뿐이었다.


"달이 가장 높이 뜬 시각입니다."


박이순 협회장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렸다. 쉰여덟의 그녀는 의례복 차림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열두 명의 체험객이 각자 소금 주머니를 안고 줄지어 섰다. 진짜 아이 대신 소금을 쓰는 것이 관광 버전이라고 했다.


발가락 사이로 차가운 진흙이 올라왔다. 갯벌의 검은 김이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숨을 들이킬 때마다 목구멍이 부드럽게 벼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짠 공기를 마시는데 갈증이 났다.


"일곱 걸음마다 멈추세요. 그리고 주머니를 세 번 흔드세요."


우리는 바다를 향해 걸었다. 소금 주머니가 묵직했다. 천 사이로 굵은 결정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사각사각. 아이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 같았다.


달빛이 갯벌 위에 흩어진 소금 결정을 비췄다. 수천 개의 작은 눈알들이 반짝였다. 나는 입술을 핥았다. 짠맛이 배어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이제 돌아갑니다."


바다 경계에서 우리는 몸을 돌렸다. 소금창고로 향하는 길. 검은 갯벌 위에 우리가 남긴 발자국들이 물에 차올랐다. 창고 밑은 축축했다. 나는 지시대로 소금 주머니를 내려놓고 잠시 누웠다.


천장에서 뭔가 떨어졌다. 이마에 닿은 것은 물방울이 아니었다. 끈적한 소금물이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귓속에서 파도 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것은 파도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심장 소리였다.


일어났을 때 입안이 금속 맛으로 가득했다.


그날 밤, 숙소로 돌아온 나는 물을 마셨다. 한 잔, 두 잔, 세 잔.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창밖으로 염전이 펼쳐져 있었다. 달빛 아래 하얗게 빛나는 소금 평원. 그 아래 무언가 검은 것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첫날밤의 꿈은 간단했다. 나는 바다 밑을 걸었다. 물은 없었다. 대신 소금 결정들이 산호처럼 자라나 있었다. 그 깊은 곳에서 거대한 심장이 뛰고 있었다. 쿵, 쿵, 쿵. 심장 소리에 맞춰 내 혈관 속 무언가가 반응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베개에 하얀 얼룩이 남아 있었다. 내 땀이 마른 자국이었다. 소금꽃 무늬였다.


二. 갈증의 언어


축제 사흘째, 관광객들 사이에 이상한 증상이 퍼졌다.


"목이 타요." "물을 마셔도 갈증이 안 가셔요." "몸이 뜨거워요."


의료 봉사단은 단순한 열사병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알았다. 우리 모두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바다 밑 심장. 검은 소금의 숲. 그리고 속삭이는 목소리.


너는 이미 바다의 일부다.


박이순 협회장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염분 통로가 늘어나는 건 좋은 징조예요. 마을이 건강하다는 뜻이죠."


염분 통로. 그녀는 그렇게 불렀다. 체내로 스며든 소금이 만드는 미세한 길. 나는 거울을 봤다. 목 주변 혈관이 하얗게 도드라져 있었다. 소금이 핏줄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날 오후, 나는 문혜성을 만났다. 열네 살 소년은 올해 의식에 내놓을 영아의 오빠였다.


"누나는 왜 여기 왔어요?" "그림 그리러 왔어." "거짓말. 다들 뭔가에 이끌려서 오는 거예요."


혜성은 바다를 보며 말했다. 그의 입술도 하얗게 트어 있었다.


"동생을 데리고 도망가고 싶어요. 하지만 이미 늦었어요. 우리는 모두 표시가 났거든요."


표시. 나는 팔을 걷어 올렸다. 땀자국이 만든 무늬들이 피부에 새겨져 있었다. 잘게 부서진 별자리처럼. 아니, 그것은 별이 아니었다. 소금 결정의 지도였다.


밤마다 갈증은 심해졌다. 체험객들은 동시에 물을 마셨다. 찰각, 찰각. 컵에 부딪치는 얼음 소리. 꿀꺽, 꿀꺽.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물소리. 그 리듬이 바다의 심장 박동과 겹쳤다.


"염몽 제례를 보고 싶으신 분?"


박이순이 물었다. 그녀는 투명한 가면을 들고 있었다. 염안 가면. 눈구멍 대신 맑은 소금 결정이 박혀 있었다.


"이걸 쓰면 바닷바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치누님의 말씀을."


치누. 소금결정의 심장. 바다 밑 어둠. 나는 가면을 받아들었다. 차가운 소금이 눈꺼풀에 닿았다. 그 순간, 보았다.


검은 바다 밑. 거대한 것이 숨 쉬고 있었다. 그것은 형체가 없었다. 오직 맥박만이 존재했다. 쿵, 쿵, 쿵. 그 소리에 맞춰 내 몸속 소금들이 춤을 췄다.


나는 목이 마르다. 나는 더 많은 물길이 필요하다.


가면을 벗었을 때, 코피가 흘렀다. 붉은 피가 아니었다. 옅은 분홍빛 소금물이었다.


三. 소금의 비늘이 벗겨지는 밤


첫 비가 내린 밤,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렸다. 미지근한 소금물 같은 비였다. 나는 잠들 수 없었다. 목구멍이 타들어갔다. 일어나 물을 찾았다. 복도에는 다른 체험객들도 나와 있었다. 모두 같은 표정이었다. 갈증에 미친 얼굴들.


그때 비명이 들렸다.


"아기가 없어졌어요!"


문혜성의 목소리였다. 의례용 영아, 그의 일곱 살 된 여동생이 사라졌다. 마을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나섰다. 나도 따라 나섰다. 비에 젖은 갯벌은 미끄러웠다.


"여기 뭔가 있어요!"


혜성이 소리쳤다. 폐염전 근처였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아기가 아니었다. 관광객의 시신이었다. 아니, 시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소금으로 굳은 껍데기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만졌다. 파직.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몸이 부서졌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오직 하얀 가루만 남았다.


"그는 부서진 것이 아니라 기침 한 번으로 눈부신 가루가 되려 했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돌아보니 박이순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이제 늦었어요. 치누님이 깨어나셨어요. 더 많은 통로를 원하시는 거예요."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내륙으로, 멀리. 그러나 발걸음은 무거웠다. 몸속의 소금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걸었다. 어느새 또 다른 폐염전에 다다랐다.


창고 벽에 뭔가 끈적한 것이 흐르고 있었다. 소금 핏줄이었다. 벽을 타고 올라가는 하얀 정맥들. 그것들이 맥박치고 있었다. 살아있는 것처럼.


쓰러졌다. 빗물이 얼굴을 적셨다. 짠맛이 났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아니었다. 바다가 하늘로 올라가 다시 내리는 것이었다.


꿈속에서 치누를 만났다. 그것은 형체가 없었다. 오직 갈증만이 존재했다. 무한한 목마름. 영원한 부족함.


나는 더 많은 바다가 되고 싶다. 너희의 몸이 나의 바다다.


깨어났을 때, 내 피부는 투명해져 있었다. 혈관 속을 흐르는 것이 보였다. 붉은 피가 아니었다. 하얀 소금물이었다.


四. 흑염 바람


새벽이었다.


나는 혜성과 함께 바다로 걸어갔다. 우리의 의지가 아니었다. 몸속의 소금이 이끄는 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갯벌은 검게 빛났다. 밀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발가락 사이로 차가운 물이 스며들었다. 아니, 그것은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새고 있었다.


"누나, 이제 돌아갈 수 없어요."


혜성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파도 소리와 섞여 있었다.


"우리는 바다의 꿈이 될 거예요."


옷을 벗었다. 더 이상 필요 없었다. 피부는 이미 소금 결정으로 뒤덮여 있었다. 검은 소금꽃들이 살갗 위에 피어났다. 피부는 핏줄 대신 무늬를 키웠다.


바다로 들어갔다. 물은 차갑지 않았다. 내 체온과 같았다. 아니, 나와 바다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었다.


멀리서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우리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우리는 물에 녹아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수평선이었다. 검은 바다와 회색 하늘의 경계. 그곳에서 거대한 것이 숨 쉬고 있었다. 치누. 소금의 심장. 갈증의 신.


이제 너희는 나의 일부다. 너희를 통해 나는 더 멀리 갈 것이다.


...


아침 해가 떴을 때, 마을 사람들은 갯벌 위에서 우리의 옷가지만을 발견했다. 그리고 검은 결정 조각들. 바다의 소금도 아니고 땅의 소금도 아닌, 이상한 결정체들이었다.


박이순은 울지 않았다. 그녀는 다만 내륙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시작됐구나."


그날 이후, 하진 마을에서는 더 이상 영아 바깥돌리기를 하지 않는다. 할 필요가 없어졌다. 치누는 이미 새로운 길을 찾았으니까.


정부 비밀 보고서의 염도 지도에는 변화가 나타났다. 내륙 중심부에 작은 흰 반점들이 하나둘 찍히기 시작했다. 마치 전염병처럼 번져가는 소금의 자국들.


바람은 바다의 혀가 되어 내륙의 흙을 핥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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