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눌러앉은 -호러단편소설

109 0 0 2025-05-31 17:1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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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에 얼룩이 있다.

옅은 회흑색. 아직은 형체가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안다. 저것이 무엇인지. 저것이 누구인지.

내 왼쪽 어깨가 닿을 자리다. 그곳에서 시작될 것이다. 살이 무너지고, 체액이 스며들고, 뼈만 남을 때까지 바닥을 적실 나의 흔적.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보인다.

처음엔 햇빛이 만든 그림자인 줄 알았다. 창틀의 모서리가 바닥에 드리운 어둠. 하지만 해가 지고 밤이 와도 얼룩은 그 자리에 있었다. 더 선명하게. 더 또렷하게.

나는 얼룩 주위를 걸어본다. 한 걸음. 두 걸음. 발소리가 방 안에 울린다. 텅. 텅. 비어 있는 소리. 얼룩의 가장자리에서 멈춘다. 무릎을 꿇고 손을 뻗는다. 만지기 직전에 멈춘다. 차갑다. 아직 닿지 않았는데 차가움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창문 너머로 저녁이 번진다. 붉은빛이 얼룩 위에 겹쳐진다. 순간, 그것이 검붉게 일렁인다. 살아 있는 것처럼. 숨 쉬는 것처럼. 나를 기다리는 것처럼.

방 안의 시계가 멈춰 있다. 언제 멈췄는지 모른다. 초침이 12와 1 사이에서 떨고 있다. 가려는 듯, 가지 않으려는 듯. 나도 그 사이에 있다. 살아 있는 것과 죽어 있는 것 사이.

나는 얼룩에서 눈을 뗄 수 없다. 그것이 나를 부르고 있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서, 이미 끝난 시간에서.

.

통증이 왼쪽 어깨에서 시작됐다.

바늘이 살을 뚫는다. 천천히. 깊이. 숨을 들이쉴 때마다 더 깊이 박힌다. 나는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눕는다. 통증은 따라온다. 그림자처럼. 충실하게.

새벽 네 시. 천장의 얼룩을 본다. 아니, 바닥의 얼룩이 천장에 비친 것을 본다. 거울처럼. 물처럼. 위와 아래가 바뀐다. 내가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것 같다. 떨어질 것 같다. 얼룩 속으로.

일어나 앉는다. 어지럽다. 방이 기울어진다. 벽이 숨을 쉰다. 들이쉬고. 내쉬고. 나보다 규칙적으로.

얼룩이 조금 더 진해졌다. 어제보다. 한 시간 전보다. 1분 전보다.

휴대폰이 울린다. 엄마다. 받지 않는다. 벨소리가 멈춘다. 문자가 온다.

"밥은 먹고 있니?"

대답하지 않는다. 다시 온다.

"걱정된다."

또 온다.

"제발 연락 좀 해라."

화면을 끈다. 어제도 울렸다. 그제도.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엔 미안했다. 지금은 무겁다. 그 미안함조차.

부엌으로 간다. 냉장고를 연다. 우유가 상했다. 덩어리진 흰 것들이 떠 있다. 시큼한 냄새. 문을 닫는다. 배가 고프지 않다. 언제부터 안 고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창밖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린다. 공놀이를 하는 모양이다. 탁, 탁, 공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 내 심장 소리와 겹친다. 탁, 탁. 하지만 박자가 다르다. 아이들의 공은 빠르고 경쾌하다. 내 심장은 느리고 무겁다.

텔레비전을 켠다. 아침 뉴스다. 오늘도 누군가 혼자 죽었다고 한다. 2주 만에 발견됐다고. 이웃이 냄새를 맡고 신고했다고. 앵커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잠시 후 날씨를 전한다. 맑겠다고 한다.

끈다.

소파에 앉는다. 아니, 쓰러진다. 몸이 무겁다. 뼈가 쇠로 변한 것 같다. 살이 돌로 변한 것 같다. 움직일 수 없다. 움직이고 싶지 않다.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무 일 없을 것이다. 그래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 생각이 나를 더 무겁게 누른다. 바닥으로. 얼룩으로.

저녁이 된다. 하루가 지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아니, 하나 바뀌었다.

얼룩이 더 진해졌다. 내 형체를 닮아가기 시작했다.

.

빛이 너무 밝다.

커튼을 쳤는데도 햇빛이 스며든다. 틈으로. 구멍으로. 숨구멍으로. 바늘처럼 눈을 찌른다. 나는 이불을 머리 위까지 끌어올린다. 어둠 속에서도 빛은 스민다. 피부를 뚫고, 뼈를 뚫고, 영혼을 뚫고.

소리가 너무 크다.

냉장고 모터 소리. 형광등 깜빡이는 소리. 바람이 창틈으로 새는 소리. 모든 소리가 귓속에서 폭발한다. 고막이 찢어질 것 같다. 귀를 막아도 소용없다. 소리는 뼈를 타고 전해진다.

냄새가 난다. 곰팡이 냄새. 썩은 과일 냄새. 젖은 종이 냄새. 오래된 먼지 냄새. 그리고 내 몸에서 나는 냄새. 씻지 않은 피부. 닦지 않은 이빨. 비워지지 않은 내장. 구별이 안 된다. 방과 나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젖은 이불의 냄새가 살 사이 어둠처럼 스며든다.

일어나려고 한다. 몸이 바닥에 붙어 있다. 아니, 바닥이 나를 잡고 있다.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등을 붙잡는다. 얼룩이다. 얼룩이 나를 당긴다. 이리 와. 이리 와. 아직은 이르다. 아직은.

벽에 달력이 걸려 있다. 작년 것이다. 아니다. 재작년인가. 모르겠다. 숫자들이 흐릿하다. 날짜가 의미를 잃는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섞인다.

텔레비전을 켠다. 화면이 일그러진다. 사람들의 얼굴이 늘어난다. 녹는다. 흐른다. 목소리도 늘어진다. 느려진다. 끊긴다.

대학 동기가 나온다. 변호사가 됐다고 한다. 양복을 입고 있다. 반듯하다. 빛난다. 살아 있다. 너무나 살아 있다. 아나운서가 축하한다고 말한다. 그가 활짝 웃는다. 하얀 이빨이 번쩍인다. 칼날처럼.

채널을 돌린다. 또 다른 동기다. 결혼한다고 한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다. 하얗다. 눈부시다. 행복하다고 한다. 눈물을 흘린다. 기쁨의 눈물이라고 한다.

끈다.

어둠 속에서 그들이 보인다. 빛나는 그들. 살아 있는 그들. 움직이는 그들. 나는 가만히 있다. 썩어가는 가구처럼. 먼지 쌓이는 책처럼. 시간이 멈춘 시계처럼.

열등감이 가슴을 찌른다. 송곳처럼. 못처럼. 깊이. 더 깊이. 하지만 이상하다. 아프면서도 무덤덤하다. 찔리면서도 무감각하다.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무섭다. 상관없다는 이 마음이. 상관없어지는 내가. 아무것도 부럽지 않은 내가. 살고 싶지 않은 내가.

화장실에 간다. 거울을 본다. 내가 아닌 것 같다. 눈이 움푹 들어갔다. 광대뼈가 튀어나왔다. 입술이 갈라졌다. 피가 난다. 핥는다. 짠맛. 철맛. 죽음의 맛.

다시 방으로 돌아온다. 얼룩이 커졌다. 갈색빛을 띤다. 내 형체를 닮아간다. 옆으로 누운 모습. 무릎을 끌어안은 모습. 태아처럼. 시체처럼.

.

이름들이 사라진다.

아침에 일어나 내 이름을 잊었다. 입 속에서 굴려본다. 아무 소리. 의미 없는 음절. 남의 이름 같다. 죽은 사람의 이름 같다.

휴대폰 연락처를 본다. 숫자들만 보인다. 010으로 시작하는 나열. 이것이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김, 이, 박. 성씨만 겨우 보인다. 얼굴들도 흐릿해진다. 엄마의 얼굴도. 형의 얼굴도. 친구들의 얼굴도.

사진을 꺼내본다. 졸업사진. 가족사진. 여행사진. 모두 남의 사진 같다. 저 웃는 사람이 나였나. 저 팔을 두른 사람들이 내 사람들이었나. 종이 위의 유령들. 빛바랜 환영들.

방이 조용하다. 너무 조용해서 귀가 먹먹하다. 이명이 들린다. 키이잉. 끝없이 이어지는 금속음. 뇌를 긁는 소리. 미칠 것 같다. 아니다. 이미 미쳤나.

심장 소리만 들린다. 탁. 탁. 점점 느려진다. 초침보다 느리게. 분침보다 느리게. 시침보다 느리게. 언젠가는 멈출 것이다. 하지만 언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외로움이 사라진다. 아니, 외로움인지 평온함인지 구별이 안 된다. 혼자라는 것이 자연스럽다. 숨 쉬는 것처럼. 죽어가는 것처럼.

창밖을 본다. 사람들이 지나간다. 개미 같다. 점 같다. 의미 없는 움직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알 수 없다. 알고 싶지 않다.

그런데 무섭다. 이 평온함이. 아무것도 그립지 않은 이 마음이. 세상과 단절된 이 고요함이. 나는 이미 죽은 것은 아닐까. 죽어서 이렇게 평온한 것은 아닐까. 죽었는데 모르는 것은 아닐까.

가슴에 손을 얹는다. 박동이 느껴진다. 희미하게. 멀리서. 남의 심장 같다. 빌린 심장 같다. 곧 돌려줘야 할.

얼룩이 암자색으로 변했다. 정확히 내 형태다. 옆으로 누운 모습. 왼쪽 어깨가 바닥에 닿은. 오른손으로 가슴을 감싼. 숨이 멎은 듯한. 영원히 멎은 듯한.

벌레가 기어간다. 벽을 타고. 천천히. 여유롭게. 나보다 더 살아 있다. 먼지도. 곰팡이도. 공기 중의 포자들도. 모두 나보다 생생하게 살아 있다.

나는 앉아 있다. 얼룩 옆에. 얼룩을 보며. 기다린다. 무엇을? 모른다. 아니, 안다. 저 안으로 들어갈 날을. 저것이 될 날을.

밤이 깊어진다. 어둠이 짙어진다. 나와 얼룩의 경계가 흐려진다. 누가 나고 누가 얼룩인지. 누가 살았고 누가 죽었는지.

갑자기 핸드폰이 울린다. 엄마다. 이번엔 받는다. 왜인지 모르게.

"살아 있니?"

대답하지 못한다. 살아 있나? 정말로?

"말 좀 해봐."

입을 연다.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목구멍이 막혔다. 성대가 굳었다. 혀가 돌이 됐다.

"제발... 걱정되잖아..."

엄마가 운다. 저 멀리서. 다른 세계에서. 산 자들의 세계에서.

전화를 끊는다. 미안하다. 하지만 미안함도 흐릿하다. 물에 젖은 글씨처럼. 지워져 가는 이름처럼.

.

숫자를 잊었다.

오늘이 며칠째인지. 몇 월인지. 몇 년인지. 달력의 숫자들이 춤을 춘다. 섞인다. 흩어진다. 의미를 잃는다.

시간이 원을 그린다. 직선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 점에서 만난다. 그 점이 나다. 그 점이 얼룩이다.

거울을 본다. 내가 없다. 희미한 형체만 있다. 연기 같은. 안개 같은. 만지면 흩어질 것 같은. 이미 흩어진 것 같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입을 열어도 소리가 되지 않는다. 생각도 흩어진다. 단어들이 의미를 잃는다. 문장이 되지 않는다. 언어가 무너진다.

그저 느낀다. 통증을. 압박을. 질식을. 하지만 그것도 멀다. 남의 고통 같다. 텔레비전 속 고통 같다. 끄면 사라질.

빨리. 제발. 빨리.

죽음이 와주기를. 이 지옥이 끝나기를. 더는 견딜 수 없다. 살아 있는 것도. 죽어가는 것도. 그 사이에 매달려 있는 것도.

하지만 죽음은 오지 않는다. 이미 시작됐는데 끝나지 않는다. 숨은 계속된다. 희미하게. 가늘게. 끈질기게. 저주처럼. 형벌처럼.

몸이 무너진다. 살이 흐른다. 뼈가 녹는다. 하지만 의식은 또렷하다. 더 또렷해진다. 모든 것을 본다. 느낀다. 안다.

내가 어떻게 발견될지. 어떤 모습일지. 어떤 냄새일지. 다 보인다. 미래가 현재처럼 선명하다.

경찰이 올 것이다. 문을 부술 것이다. 들것에 실릴 것이다. 검은 봉투에 담길 것이다. 얼룩만 남을 것이다.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가족들이 올 것이다. 울 것이다. 자책할 것이다. 왜 연락하지 않았냐고. 왜 혼자 있었냐고. 왜 말하지 않았냐고.

형이 주저앉을 것이다. 엄마가 쓰러질 것이다. 아버지가 말을 잃을 것이다. 그들의 삶에 얼룩이 질 것이다.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이웃들이 수군거릴 것이다. 고독사라고. 가족이 있는데도. 젊은 나이에. 안타깝다고. 무서워하며. 피하며.

뉴스에 날 것이다. 며칠째 젊은 남성. 고독사 증가. 사회문제. 대책 필요. 그리고 잊힐 것이다. 다음 뉴스에. 다음 죽음에.

미안하다. 너무 미안하다. 하지만 미안함도 힘을 잃는다. 감정이 바랜다. 색이 빠진다.

미안함이 무력으로. 무력이 무감각으로. 무감각이 무(無)로.

그들도. 나도. 이 모든 것도. 의미가 없다. 무서울 만큼 의미가 없다. 텅 빈 우주 같다. 메아리 없는 외침 같다.

얼룩이 먹물처럼 검다. 완성됐다. 내가 누울 자리. 내가 녹아들 자리. 내가 될 자리.

하지만 나는 아직 여기 있다. 얼룩 옆에. 얼룩처럼. 얼룩보다 더 흐릿하게.

문득 깨닫는다. 죽음은 사건이 아니다. 과정이다. 긴 과정. 끝없는 과정. 나는 그 안에 있다. 한참 전부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리고 또 깨닫는다. 이 과정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죽음조차 나를 구원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영원히 죽어갈 것이다. 죽지도 못한 채.

.

초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시계는 벽에 걸려 있다. 멈춘 지 오래다. 초침은 12와 1 사이에서 떨고 있다. 영원히 그 사이에.

심장도 거의 멈췄다. 한 시간에 한 번. 하루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일 년에 한 번. 탁. 희미한 신호. 살아 있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숨이 얕다. 너무 얕아서 들리지 않는다.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질긴 실처럼 이어진다. 끊어지지 않는다.

마지막 초침 소리가 떨어졌다. 나는 끝났다고 확신했다. 드디어. 마침내. 해방이라고.

그러나 숨은 멎지 않았다.

얼룩은 더 검어졌다.

죽음이 나를 구하러 오는 길도, 나를 놓아줄 문도 모두 멈춰 있었다.

시간이 정지했다. 공간이 응고됐다. 나는 그 안에 갇혔다. 호박 속 벌레처럼. 얼음 속 매머드처럼. 영원히 보존되는.

그래서 나는 내 안의 빈방을 열었다.

그 방엔 나보다 먼저 썩어버린 내가 앉아 있었다. 오래전에 죽은 나. 태어나기 전에 죽은 나. 죽기 전에 죽은 나.

우리는 서로를 본다. 산 나와 죽은 나. 죽은 나와 산 나. 구별이 없다. 경계가 없다. 모두가 나다. 모두가 나였다. 모두가 나일 것이다.

"얼마나 더?" 내가 묻는다.

빛이 없다. 숨이 엉긴다. 이름도 무겁다.

방이 좁아진다. 벽이 다가온다. 천장이 내려온다. 바닥이 올라온다. 관 속 같다. 자궁 속 같다. 구별이 없다.

나는 기다린다. 끝나지 않을 끝을. 오지 않을 죽음을. 이미 와버린 죽음을. 영원히 진행되는 죽음을.

얼룩 위에 눕는다. 차갑다. 축축하다. 살갗에 스며든다. 피부 아래로. 근육 사이로. 뼈 속까지.

나는 얼룩이 되고, 얼룩은 내가 된다.

완벽한 일치. 완전한 합일. 드디어 제자리를 찾았다. 처음부터 있어야 했던 자리.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자리.

하지만 끝이 아니다. 시작도 아니다. 그저 계속된다.

숨이. 희미한 의식이. 끝없는 기다림이.

방이 숨을 쉰다. 느리게. 무겁게. 나 대신. 나를 대신해서. 나와 함께. 나 안에서.

벌레들이 기어온다. 천천히. 정중하게. 그들도 안다.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아직 때가 아니라는 것을.

먼지가 쌓인다. 한 층. 두 층. 열 층. 백 층. 시간의 지층. 존재의 퇴적. 하지만 그 아래서 나는 여전히 숨 쉰다. 깊은 땅속 씨앗처럼. 발아하지 못할 씨앗처럼.

전화가 울린다. 아무도 받지 않는다. 받을 수 없다. 벨소리가 메아리친다. 텅 빈 방 안에. 텅 빈 시간 속에. 텅 빈 존재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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