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르트문트, 아우크스부르크전 5-3 대역전승
▲ 홀란드, 56분 교체 출전해서 183초 만에 데뷔골
▲ 홀란드, 분데스리가 역사상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해트트릭(만 19세 5개월 28일)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엘링 브라우트 홀란드가 분데스리가 데뷔전에서 교체 출전해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게 값진 역전승을 선사했다.
도르트문트가 WWK 아레나에서 열린 아우크스부르크와의 2019/20 시즌 분데스리가 18라운드에서 고전 끝에 5-3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그 중심엔 도르트문트 데뷔전을 치른 홀란드가 있었다.
도르트문트는 홀란드가 무릎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벤치에 대기시킨 채 아우크스부르크전에 나섰다. 이로 인해 주장이자 에이스 마르코 로이스가 '가짜 9번(False 9: 정통파 공격수가 아닌 선수가 최전방에 서는 걸 지칭하는 표현)'으로 나선 가운데 제이든 산초와 토르강 아자르가 공격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았다. 율리안 브란트와 악셀 비첼이 허리 라인을 형성했고, 하파엘 게레이루와 아슈라프 하키미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다. 마츠 훔멜스를 중심으로 마누엘 아칸지와 우카시 피슈첵이 스리백을 형성했다. 로만 뷔어키 골키퍼가 언제나처럼 골문을 지켰다.
도르트문트는 초반 여러 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들을 맞이했으나 결정력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믿었던 로이스가 7분경과 29분경에 연달아 골문 앞 득점 찬스에서 유효 슈팅조차 가져가지 못하면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골을 넣어야 할 때 넣지 못하면 실점으로 이어진다는 축구계의 공식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33분경 아자르가 백패스 실수를 범했고, 이를 가로챈 아우크스부르크 왼쪽 측면 미드필더 루벤 바르가스가 단독 돌파를 감행하다 땅볼 크로스를 연결한 걸 골문 앞으로 쇄도해 들어가던 아우크스부르크 간판 공격수 플로리안 니더레흐너가 슬라이딩 슈팅으로 선제골을 성공시킨 것. 이와 함께 전반전은 1-0 아우크스부르크의 리드 속에서 끝났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아우크스부르크의 추가 골이 터져나왔다. 아우크스부르크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마르코 리흐터가 후반 시작하고 17초 만에 뷔어키 골키퍼가 나온 걸 보고선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다행히 도르트문트는 후반 9분경, 아자르의 컷백(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을 이어받은 브란트가 180도 돌아서는 동작으로 수비 한 명을 제치고선 때린 강력한 왼발 슈팅이 골대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다시 후반 10분경 아우크스부르크가 왼쪽 측면 수비수 필립 막스의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에 이은 니더레흐너의 슬라이딩 슈팅으로 다시 골을 넣으면서 점수 차를 2골 차로 벌려나갔다.
니더레흐너의 추가골이 터져나오자 다급해진 도르트문트는 곧바로 예상보다 다소 이른 시점(후반 11분)에 피슈첵을 빼고 홀란드를 교체 출전시켰다. 대신 하키미와 게레이루가 좌우 측면 수비수로 내려가면서 공격적인 4-4-2 포메이션으로 전환한 도르트문트였다.
이는 주효했다. 도르트문트는 후반 14분경 산초의 전진 패스를 홀란드가 그대로 방향을 살린 강력한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추격에 나섰다. 홀란드가 교체 출전해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넣는 데 걸린 시간은 183초면 충분했다.
홀란드의 골이 터지고 곧바로 1분 뒤에는 훔멜스의 롱패스를 받은 산초가 상대 골키퍼까지 제치고 가볍게 골을 넣으면서 마침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홀란드의 골과 함께 경기의 흐름이 완벽하게 도르트문트 쪽으로 넘어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도르트문트의 역전골도 홀란드의 발에서 나왔다. 후반 25분경,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고 들어간 아자르가 비첼의 롱패스를 받아 골키퍼까지 제치고선 직접 골을 넣을 수 있었음에도 이타적으로 땅볼 크로스를 내주었고, 이를 골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홀란드가 빈골대에 가볍게 밀어넣으면서 마침내 도르트문트는 역전에 성공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홀란드는 후반 34분경 로이스의 스루 패스를 받아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가 왼발 슈팅으로 추가 골을 넣으면서 데뷔전에 해트트릭을 장식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대로 경기는 5-3, 도르트문트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홀란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대역전승이었다. 홀란드는 교체 출전해서 34분을 소화했으나 3번의 슈팅을 모두 골로 연결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그가 왜 괴물 신예 공격수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준 홀란드이다.
홀란드는 2013/14 시즌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에 이어 데뷔전에서 해트트릭을 올린 도르트문트 선수로 등극했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오바메양이 해트트릭을 달성했을 당시 상대팀도 아우크스부르크였다는 데에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이제 만 19세 5개월 28일의 어린 나이임에도 해트트릭을 달성하면서 1965년 11월 20일,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전설적인 공격수 발터 베흐톨드(만 18세 3개월 26일)에 이어 분데스리가 역사상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로 등극했다는 데에 있다.
로이스는 홀란드 영입과 관련해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홀란드는 우리에게 다른 방식의 경기를 펼칠 수 있게 해준다. 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이후 홀란드 같은 유형의 공격수가 우리 팀에 그 동안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홀란드의 가세로 우리는 롱볼과 같은 새로운 옵션을 가질 수 있게 됐다"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실제 치로 임모빌레와 오바메양, 그리고 파코 알카세르 모두 스피드와 슈팅을 살린 침투형 공격수였다. 홀란드와 같이 당당한 체격 조건을 갖춘 정통파 공격수는 레반도프스키 이후 처음이다. 이는 그 동안 도르트문트에게 결핍되어 있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는 데뷔전에서 큰 임팩트를 남기면서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가져다 주고 있다. 벌써부터 도르트문트 팬들은 새로운 레반도프스키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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