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막바지 중앙 미드필더로 전향한 긱스 "박지성, 루니, 에브라, 캐릭 덕분"
▲프리미어 리그를 상징한 윙어 긱스
▲30대 중반부터 미드필더로 변신
▲역할 변경이 40세까지 활약한 비결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측면 공격수로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한 시대를 풍미한 라이언 긱스(46)는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한 현역 시절 말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흥미롭게도 긱스는 30대 중반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중원 사령관' 역할을 맡은 시절이 자신이 축구를 가장 즐겁게 한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맨유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7년간 함께 활약한 박지성(38)을 언급했다. 긱스는 전술 이해력과 작전 수행 능력이 빼어난 동료 박지성과 웨인 루니(34), 패트리스 에브라(38), 마이클 캐릭(38)의 존재 덕분에 측면 공격수 역할만 맡았던 자신이 더 수월하게 중앙 미드필더 역할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긱스가 측면 공격수로 전성기를 구가한 시절 맨유의 중원을 지킨 자원은 로이 킨, 폴 스콜스 등이었다. 빠른 발을 앞세워 탁월한 드리블 돌파 능력을 자랑한 그는 노쇠화 현상을 겪으며 폭발력이 떨어지자 포지션을 변경해 패스 연계 가담 빈도를 높이고, 간헐적으로 중앙에서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 블록을 허무는 역할을 맡으며 만 40세까지 활약할 수 있었다.
이에 긱스는 최근 '더 코치스 보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역 생활 마지막 5~6년이 아마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중앙중심적으로 뛰는 걸 사랑했다. 거기서는 더 경기에 관여할 수 있고, 더 많은 선택지를 두고 경기를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에서 뛰면) 경기장이 더 확 트이게 되는 효과가 있다. 특히 당시 맨유에는 에너지 넘치는 동료들이 나를 도와줬다. 루니가 2선으로 내려왔고, 박지성이 왼쪽에 있었다"며 활동량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긱스는 "에브라는 왼쪽 측면에서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며 뛰어다녔고, 내 옆에는 늘 캐릭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운이 좋았던 선수다. (동료들이 뒤를 받쳐준 덕분에) 중앙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할 수 있었다. 미드필드에서 패스할 선택지가 없을 드리블을 할 수 있다는 건 특권이다. 과거에는 폴 개스코인이 미드필드에서 상대 선수와 1대1 경합을 했다. 내게도 그런 역할을 할 여건이 주어졌다. 특히 캐릭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가 수비진이 운반한 공을 받아준 덕분에 내가 앞으로 보고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지성이 맨유 시절 긱스와 가장 기억에 남는 호흡을 맞춘 경기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첼시를 상대한 2010/1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이었다. 당시 맨유는 1, 2차전 합계 2-0으로 앞선 77분 상대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에게 실점하며 추격당했다. 그러나 맨유는 추격골을 허용한 후 단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긱스가 페널티 지역으로 찔러준 전진 패스를 받은 박지성이 왼발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승부에 쐐기를 박고 4강 진출을 확정했다.
긱스가 현역 은퇴 후에도 박지성의 근면함, 수비 가담 능력을 칭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긱스는 지난 2017년 12월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를 통해 "맨유가 모든 팀을 상대로 압도적인 공격 축구를 할 수는 없다. 맨유의 현재 선수 구성은 예전처럼 개개인의 면모가 화려하지 않다. 그래서 가끔은 상대팀에 맞추는 경기를 해야 할 때도 있다. 박지성이 올드 트래포드에서 안드레아 피를로를 전담 마크했을 때처럼"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4년 현역 은퇴를 선언한 긱스는 친정팀 맨유에서 수석코치로 활동한 뒤, 2018년부터 웨일스 대표팀 감독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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