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고을에 12년간을 바둑공부에 열중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실력도 시험해볼겸 해서 홀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데.
과연 그의 공부는 헛되지 않아 가는 고을마다 그곳의 고수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들을 번번히 물리쳐 버렸고 자신의 실력을 시험하기 위한 그의 여행은 계속되었다.
여행이 3개월째로 접어든 그는 바둑으로 옛부터 유명하다던 흑백촌에서 상상외의 강자를 만나서 보기좋게 지고 말았다. (※黑白村이 아니고 黑百村 : 흑을 잡았던 타 고을 고수가 백접을 놓고도 이마을 고수를 이기지 못하였다해서 지어졌다는 전설이 있다. 접바둑이라함은 서로의 실력 차이가 날 때 미리 바둑판위에 일정수의 바둑알을 놓고 시작함으로 격차를 줄이는 일종의 핸디캡 경기방식의 하나이다. 백접은 백개의 바둑알을 미리 놓고둠.)
그것도 아홉집 반차이로. 그는 바둑판앞에 앉아 패인을 곰곰히 따져 보았다. 어느덧 해는 서산에 기울고, 그는 불을 켜놓고 바둑판을 들여다 보았다.
그때, 한 노인이 하얀 백발의 수염을 흩날리며 그의 곁을 지나가다가 혼자말로 한마디 하는 것이었다.
"쯧쯧쯧 흑이 아깝게 졌구먼. 살 길이 저리 많았건만 쯧쯧.."
그말을 듣던 그는 귀가 번쩍 뜨였다.
''이 분은 도데체 어떤 사람이기에 한나절을 꼬박 고민해도 전혀 알 수 없는 이문제를 저리 쉽게 안단 말인가...?''
그는 용기를 내어 그 노인에게 말을 걸었다.
"소생이 하루종일 고민해도 풀지못한 묘수를 노인께서는 어찌 이리 쉽게 아신단 말입니까? 부디 이 미련한 소생에게 혜안의 가르침을 주옵소서."
"허허허. 그래, 내게 한 수 배우고 싶은가...?"
"예에..."
"그러나 자네의 실력이 지금 이정도라면 곤란하지..."
"어려워도 참고 따르겠습니다..."
노인은 바둑판 앞에 성큼 앉았다.
"으음.. 그래? 그럼 나와 한번 두어보자."
"제가 어찌 감히.."
"너의 실력을 알기 위함이니라."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바둑알을 집었다. 그가 알을 놓자 마자 노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응수했다.
"음... 역시 뭔가 다른데. 이렇게 빨리 응수하는것도 그렇고.."
그는 노인의 한 수를 물끄러미 들여다 보았다.
"음...? 이건 도데체... 무슨 수이길래 이리도 오묘한가? 전혀 뜻을 읽을수가 없으니..."
어차피 자신의 능력밖의 일이라고 생각해버린 그는 자기의 지식안에서 최대로 확실한 전개를 하기위해 다음알을 놓았다. 그러자 노인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해지는것이 아닌가?!
"이..이..이런 실력이니 지는것이 당연하지!"
상당히 노한 눈치다.
"대단하다! 겨우 3수를 두었을뿐인데 모든 것을 읽어내다니..."
그는 자신의 바둑공부가 허사였음을 깨닫고 깊은 실의에 빠져 버렸다.
그 사이에 노인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의 두뇌를 강타하는 말을 남기고는 자리를 떠났다.
"에잉~~ 오목의 오자도 모르는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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