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버터 가격이 오른 이유: 온난화와 코로나 등의 나비효과

95 0 0 2025-08-05 14:3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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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앵커 버터 가격이 엄청 올랐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관심이 많아서 무척 놀랐습니다. 

어떤 분이 댓글로 한국의 앵커 버터 가격 변동 추이를 알려주면 좋겠다고 했고, 저도 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유료 챗쥐피한테 정중히 부탁했건만 거부당했습니다. 자료가 없답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어떤 친절한 분이 뉴질랜드 자료를 올려주셨고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좀더 파보고 싶었습니다. 

왜 앵커 버터 가격이 심지어 뉴질랜드에서조차 그렇게 올랐을까?

위의 표를 보면 그 심각성이 느껴질 겁니다. 


2015년도 500그램(사실은 453그램일 겁니다. 뉴질랜드는 하필 영국 식민지라서 개병신 야크-파운드 도량형을 쓰거든요)짜리 가 단돈 3NZD(한화로 3천원정도)입니다. 굉장한 가격이죠. 하지만 2025년도 가격은 무려 8.5NZD(한화 7천원 정도)입니다. 즉 2배가 훨씬 넘게 올랐다는 겁니다. 가격상승율로 보면 한국에서의 앵커 버터 가격상승율에 비해서 파멸적입니다. 뉴질랜드 입장에서는 생필품-한국에서야 버터가 생필품은 아니지만 뉴질랜드는 다르죠- 가격이 십년동안 2배 넘게 뛰어버린 겁니다. 


왜 이 지랄이 났을까요?


챗쥐피티의 분석-여러 언론들과 서베이들을 요약하고 논리를 세워서 제시한 값-에 따르면 이유가 굉장히 복합적이면서도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큽니다. 


1. GDT의 가격급등

Global Dairy Trade라는게 있습니다. 의외로 낙농제품들이 마치 석유처럼 선물시장 같은게 형성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선물맞나? 제가 이쪽은 잼병이라서... 아무튼 국제 낙농제품 가격을 매일 공시하는 플랫폼이 있는데 이를 GDT라고 합니다. 오늘 보니 어제에 비해서 GDT 지수가 1.1% 상승했네요. 


2024년 초반 GDT 경매에서 유제품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보면 전세계적으로 식량생산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 


2. 지구 온난화. 사실 이게 첫번째 나비의 날개짓입니다. 
우리야 도시에 사니까 온난화가 농업생산력에 얼마나 파멸적인 결과를 미치는지 잘 모릅니다. 저야 가끔 농사일을 하시는 분들과 협업하는 일들이 많아서 많이 듣습니다. 요약하면 기존의 농법이 기후변동성을 못따라간다는 겁니다. 즉 우리의 농업 기술을 기존의 데이터가 누적된 지식체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느리면 기술을 보정할 여유가 있지만, 지금처럼 기온변화가 극단적인 경우 이전의 방식으로는 생산량을 유지조차 못합니다. 예컨대 지금 강원도 고랭지 농업의 소멸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 논리입니다. 고랭지라는 농업기법이 자연환경의 변화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이니까요. 


문제는 낙농산업 역시 다른 곡물산업처럼 기후 의존성이 무척이나 크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호주와 남미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아서 낙농산업이 크게 위축됩니다. 이 빈자리를 그나마 지구온난화의 직격탄을 피한 뉴질랜드의 낙농제품들이 급속하게 채우게 된 것이죠. 


3. 글로벌 공급부족.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낙농업의 위축과 이에 따른 공급부족은 전적으로 기후위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호주와 남미, 뉴질랜드야 풀떼기 많기로 유명하니 그나마 낫지만, 유럽의 낙농업은 삼중 콤보를 얻어맞습니다. 첫째가 지구 온난화. 둘째가 바로 우-러 전쟁입니다. 왜냐고요? 우크라이나는 대표적인 곡물 수출국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흑해 연안에는 곡물 수출국이 꽤 있습니다. 흑해의 곡물수출망은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유명했죠. 하지만 우-러 전쟁이 터지면서 이 수출시장이 무너지다시피 합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곡물에 의존했던 유럽의 낙농업이 크게 충격을 받습니다. 셋째는 코로나 입니다. 코로나 이후 국제 수출입 라인이 엉망이 되어 버리면서 국제 낙농업 자체도 크게 교란됩니다. 


그 결과가 바로 1번에서 이야기한 2024 GDT 폭등입니다. 

안타깝게도 뉴질랜드 역시 직격탄을 맞습니다. 아니, 뉴질랜드는 그 유명한 앵커 버터의 본진인데 왜 직격탄을 맞냐고요? 2024년 뉴질랜드 달러, 즉 NZD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즉 기후위기로 인하여 공급부족 상태인 세계시장에서 값이 싼 뉴질랜드산 유제품을 문자 그대로 삼켜버린 겁니다. NZD가 약세인 상황에서 유제품을 내수로 돌리는 것보다는 수출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 생기니까요. 


바로 이러한 이유로 위의 도표같은 개같은 상황이 뉴질랜드에 벌어질 겁니다. 


4. 또하나의 이유. 뉴질랜드 유제품 가격의 인위적인 조정에 따른 파국.

우리가 유념해야할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처럼 뉴질랜드 역시 낙농업을 식량안보의 측면에서 접근합니다. 사실 안 그런 국가가 미친국가지요. 

즉 유제품의 가격변동을 묶어버린 겁니다. 급등과 급락을 반복해서는 낙농업이 유지되기 힘드니 시장과 정부 모두에서 가격 안정을 억지로 유지해놓습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이지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시장 왜곡이 발생합니다. 


한국의 낙농업이 한계에 부딪치고 내년 관세율 제로가 되면서 낙농업의 사형선고가 예고된 것처럼, 비슷한 현상이 뉴질랜드에서 벌어졌습니다. 

2024년 GDT의 가격급등을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뉴질랜드 정부가 가격인상 억제에 실패하고 맙니다. 문제는 그때까지 눌러왔던 도매가의 인상분이 한꺼번에 소매가에 반영되어 버립니다. 위 그래프의 2024-2025 상승폭이 비정상인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이는 결국 뉴질랜드 역시 그동안 간신히 피해왔던 고물가 세계로 들어서게 됩니다. 


아무튼 어제부터 시작한 앵커 버터에 대한 탐험기가 뜻밖에도 뉴질랜드 낙농업과 GDT라는 국제 낙농 산업 플랫폼까지 오게 되었네요. 아마 사태는 더욱 악화될 듯 합니다. 농업기술이 과연 이처럼 급격한 기후변화를 따라잡을 수나 있을지 의심스럽고-특히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의 정지가 기정 사실화된 지금은 더더욱 그렇지요.- 이에 따른 공급량 감소는 결국 식량 자국 이기주의를 심화시킬테니 우리같은 식량 자급율이 낮은 나라는 어떤 식으로든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테니 말입니다. 


아이고. 이제 그동안 방치해두었던 스마트 팜을 재가동시켜야겠습니다. 상추라도 쌈싸먹으면서 이 힘든 시기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래야죠. 물론 지나가기 전에 뒈져버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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