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커뮤니티에서 언쟁과 설득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여 글과 댓글을 웬만해서는 안쓰는데,
제가 자주 오는 이토랜드에서 최근에 언급이 많이 되는 이슈로 논쟁이 심화되는 것 같아 가격의 책정의 근거가 무엇인지는 알려드리고 싶어 남깁니다.
해당 글은 설득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단순히 제빵에 대한 지식이 없는 분들을 위한 내용입니다.
판단은 여러분의 자유이니 서로 싸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온라인에서 빵을 판매했었고, 현재는 오프라인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제빵사 부부(30대 중반)입니다.
흔히 동네빵집이라 부르는 여러 품종이 아닌, 소품종으로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몇년전 유명 유튜버 분의 먹방으로 유명세를 얻어서 감사하게도 과분한 관심을 받은 빵집입니다.
(소금빵도 메뉴 중 하나)
아래 내용은 모든 빵집을 대변하지 않으며, 단순히 저희 케이스를 기준으로 말씀드립니다.
(최근 젊은 베이커의 소규모 빵집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일반적인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공장 및 대기업은 규모와 방식, 모든것이 다르기에 이 글에서는 논외입니다.)
# 원가율
우선 저희 같은 경우 제품의 원가율은 30%를 잡고 메뉴를 개발하고 있으며,
원가가 저렴해도 맛없는 제품을 만들 수 없으니 원가가 초과되어 35%까지 가는 경우도 잦습니다.
일반적으로 필링(빵 속 내용물로 크림, 크림치즈, 팥 등)이 들어가면 반죽 80g에 필링 100g 넣는 경우 1,300원이상 나오게 됩니다.
그러면 빵 하나의 가격은 4,300원이상 나오게 됩니다.
소금빵도 필링에 사용하는 버터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통상 2,500~3,000원까지는 해당 범위에 들어갑니다.
이렇게만 보면 원가율 낮고, 폭리를 한다고 생각할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 소요 시간
저희는 빵 반죽에 오토리즈를 포함 1.5시간 정도 소요되며, 1차 발효를 16시간 저온 발효를 합니다.
그 후 성형 전 온도 균일화와 성형 안정성을 위해 16도에서 1시간을 더 발효합니다.
추가로 성형이 끝나면 2차 발효를 약 1시간 진행합니다.
그리고 계량, 분할, 벤치타임, 성형, 필링, 굽기 전 전처리, 구운 후 후처리, 식히는 시간, 포장, 설거지 등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여담으로 빵은 굽고 나온 직후는 모양이 일그러지기 쉽고, 맛도 떨어지기에 최소 15분 식힌 후가 가장 맛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필링을 제작하려면 3시간정도 소요됩니다.
이렇게 만들때 단순히 개수로 생각하면 빵 12개를 만드나, 72개를 만드나 어느 정도의 수량 범위내에서는 공정 시간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많이 만들면 싸게 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 생산
오븐(3매 2단 기준)에 한번에 6판을 구울 수 있으며, 굽는 시간은 16분 정도고, 1판에 빵 12개 정도가 올라갑니다.
즉 한번에 구울 수 있는 빵의 개수는 72개입니다.
그렇다면 16분마다 72개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드실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습니다.
빵은 종류에 따라 굽는 온도와 시간이 다릅니다.
온도를 변경하게 되면 예열에 들어가는 시간이 있으며, 만약 온도를 낮춰야 하는 경우는 훨씬 많은 시간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빵은 발효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빵의 완성도를 유지하면서 발효를 멈추거나 지연시킬 방법은 전무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제빵사는 각 공정별 시간을 철저히 계획하여 진행해야 합니다.
분할 및 성형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면 반죽은 더 많이 과발효되며, 겉면은 마르기에 빵의 완성도는 급격히 떨어집니다.
위에서 가볍게 언급하였지만 분할 및 벤치타임, 성형 그리고 2차 발효는 1시간이 걸리기에 바로 바로 빵을 굽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물론 직원이 더 있다면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지만, 그때는 다 판매할 수 있냐가 문제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빵은 당일 생산하여 당일 판매 후 남은 빵은 전량 폐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마들렌,케이크 등 제과류 제외)
여담으로 '마감 할인'을 하라는 말씀들도 많으신데,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마감 할인으로 마진이 낮아지는 것을 논외로 하더라도 수요 예측이 어려워집니다.
그 이유는 저온 발효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 반죽을 믹싱해야하는데 일부 소비자들은 마감 시간에 맞춰서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 유럽과 일본
그럼 "유럽과 일본은 왜 싸냐"는 주장이 가장 많이 나올거라 예상되는데, 유럽과 일본은 한국보다 빵 소비가 훨씬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국내의 빵들은 제조법부터 스타일까지 대부분 해당 국가들에서 들어온 경우가 많고, 제빵을 배울 서적들도 유럽 아니면 일본의 번역책들이 대다수입니다.
유럽과 일본의 빵 문화는 많이 발전하였고 그로 인하여 가격에도 매우 큰 영향이 있습니다.
(1) 재료
빵집에서 사용하는 재료 중에 수입에 의존하는 재료는 밀가루, 버터, 크림치즈, 치즈 등이 있습니다.
수입되는 제품이 당연히 현지보다 종류가 적으며, 가격 또한 유통 비용으로 현지보다 비싼게 사실입니다.
국내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탈지분유도 많이 사용합니다만 국내 우유보다는 저렴하지만, 외국 현지의 우유보다 저렴한 가격은 아닙니다.
계란 또한 국내 계란이 해당 국가들 보다 저렴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한국 동네 빵집에서 국내 밀가루를 사용한다면 대한제분이라는 회사의 코끼리 밀가루를 흔히 사용합니다. (20kg 배송비 포함 30,000원)
일부 고객층에서 선호하는 유기농 밀가루는 맥선제품을 사용합니다. (20kg 배송비 포함 60,000원)
거기에 유럽빵(바게트,치아바타,사워도우 등)의 제품을 만들때는 프랑스 밀가루를 사용합니다. (25kg 배송비 포함 55,000~60,000원)
당연히 현지 가격은 이보다 저렴하겠죠.
그리고 생크림을 사용하는 경우는 문제가 큽니다.
우리나라는 생크림 품귀현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잦고, 생크림 자체의 가격도 비싼데
유통기한은 5일이내로 매우 짧습니다.
당연히 남은 것은 다 손실에 해당합니다.
(2) 취향
또한 유럽의 빵값만을 놓고 개별적으로 생각한다면, 해당 가격에 가깝게 한국에서도 만들 수 있습니다.
흔히 바게트나 사워도우의 경우 유지(버터나 오일)와 계란을 거의 사용하지 않기에 원가가 매우 저렴한 빵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위의 빵들은 수요가 매우 적으며, 내용물로 견과류나 크랜베리, 무화과 등이 들어가야 그나마 나은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부재료로 인하여 가격 상승은 당연한 것이고, 해당 재료들의 가격도 저렴한 편은 아닌데 또 수입산입니다.
(3) 수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밥은 매일 드셔도 빵은 매일 드시지 않으실거라 생각합니다.
빵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2배이상 수요가 많습니다.
그리고 빵은 시간이 지나면 더 맛 없어진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인지하고 계신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빵이 저렴하다고 해도 혼자 드시려고 많은 수량을 사시는 분은 적습니다.
물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안되고, 건강에 이로운 것도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고 느낍니다.
180g의 4,300원 빵을 하나 드시는 분이 동일한 중량의 빵이 2,500원이라고 2개 드시는 분은 많이 안계십니다.
그렇기에 객단가 자체도 상당히 낮은 종목입니다.
여러가지 조건을 생각해야 하는 게 맞지만, 단순히 생각하면 식사는 객단가가 기본 10,000원을 넘겠지만
일반적으로 소규모 베이커리 카페는 객단가가 8,000원 정도입니다.
빵집은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입니다.
# 결론
소규모 빵집은 공장이 아니기에 만들 수 있는 빵의 수는 한정되어 마냥 가격을 낮출 수 없을 뿐더러,
박리다매를 하고 싶어도 그 정도 수요가 발생하지 않기에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수요가 적어서 비싸게 책정한 것이 아닌 공정 시간과 수입산 재료의 가격과 좋은 재료에 대한 수요에 의한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1,000원짜리 빵집 같은 저렴한 빵집은 지하철역에 종종 있습니다만
거기서 빵을 쓸어담듯이 사는 분은 거의 못보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저렴하면 맛있기 어렵고, 무난한 맛이라고 한번에 4개 이상 사는 분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여담
빵집은 원재료 30~35%, 인건비 35~40%, 임대료+공과금 15%, 기타비용 5~10%, 세금 10%로 순이익은 대략 매출 10~15%입니다.
직원을 안쓰고 계산을 잘해서 손실율을 맞춘다면 30%가 가능합니다.
2명이서 빵을 하루에 300개 이상 만들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매일 그 수량을 판매하는 것은 이미 대박난 가게입니다.
근데 저도 빵을 자주 사먹는데, 빵을 살 때 보면 다소 비싸다고 느껴지긴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비싸다고 느끼시는 부분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 궁금하신 부분은 가능한 부분 답변을 드리겠지만, 반박시 여러분 말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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