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남 신안의 한 염전 주인이 자신의 아버지 때부터 수십 년 동안 지적 장애인에게 노동 착취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대 때 실종됐던 피해자는 60대 중반이 돼서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60대 장 모 씨가 취재진에게 처음 꺼낸 단어는 '형사'였습니다.
[장모 씨/염전 노동 피해자 : 형사들이 막 돌아다니니까 검사하려고‥. 이러고 내다봐, 형사 갔나 안 갔나.]
IQ 42, 중증 지적장애인인 장 씨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염전에서 경찰 단속을 피해 숨기를 반복했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장모 씨/염전 노동 피해자 : 창고에 숨어 가지고, 산에 가서 숨어 가지고 있었지.]
20대 후반이던 1988년 경기도 성남에서 실종된 장 씨를 가족들은 죽었다고 여겼습니다.
[피해자 여동생 : 돌아가신 줄 알고 엄마랑 아버지랑 오빠랑 해서 제사 같은 거 해주고….]
그렇게 37년을 지내온 가족에게 지난 7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법원으로부터 광주의 한 요양병원 측이 신청한 성년 후견 절차에 동의하냐는 우편물이 날아든 것입니다.
[피해자 여동생 : 깜짝 놀랐죠. 어머 오빠가 살아 있었어? 막 이래서 다 형제들이 난리가 난 거죠.]
황급히 찾은 광주 요양병원에는 20대 청년으로 사라져 60대 중반이 된 장 씨가 있었습니다.
몰골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피해자 여동생 : 발톱이 다 소금 때문에 빠졌더라고요. 이도 다 빠져 있고.]
40년 가까이 장 씨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장모 씨/염전 노동 피해자 : **이가 데리고 갔지. 새벽 4시엔 나가야 해요. 염전 있고, 농사짓고 다 해요.]
장 씨가 말한 이름은 전남 신안군 신의도의 염전주였습니다.
직접 섬을 찾아갔습니다.
염전은 지난해 10월 폐업해 황량했습니다.
일부 주민은 장 씨를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신의도 주민 : 몸이 좀 뭐해서 말도 좀 뭐해 가지고 일 시킨 사람이 요양원에다가 넣었다고….]
[신의도 주민 : 염전을 안 하니까 어디 갈 데가 없으니까 돌아다니니까 민원도 들어갔을걸….]
이곳이 바로 피해자가 수십 년간 일했던 염전입니다.
그런데 이 염전이 폐업하자 피해자는 바로 요양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통화가 닿은 염전주 A 씨는 자기는 오갈 데 없는 장 씨를 돌봐준 것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A 씨/염전주 : 경찰에 다 얘기했습니다. 더 이상 이제 물어보지 마세요.]
확인 결과, A 씨는 2019년부터 4년 반 동안 장 씨에게 6천600여만 원의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돼 최근 벌금 300만 원에 형 집행 1년 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A 씨는 지난 2014년 염전 노예 사건 때도 아버지가 유인해 온 지적장애인을 임금을 주지 않고 착취한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처벌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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